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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김형오의 말말말

"한가한 소리 작작해라, 암각화는 숨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한가한 소리 작작해라,
암각화는 숨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김형오


“정말로 속이 다 후련해지는 정론직필입니다. 울산시와 문화재청 그리고 정부는 역사의 공범자가 되지 않으려면 즉각 물을 빼고 암각화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내야 합니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를 하려 해도 만질 불알마저 없어질 지경 아닙니까?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복지부동 중인 공무원들의 배를 걷어차야 합니다.”

지난 7월 10일자 경상일보에 실린 내 칼럼(특별기고 : 암각화를 살리기 위한 벼랑 끝 호소 - “당장 물을 빼라,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을 보고 한 네티즌이 남긴 댓글이다.

경상일보 바로가기☞ [특별기고]“당장 물을 빼라,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


그러나 그로부터 130여 일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암각화만 숨을 꼴딱꼴딱해댈 뿐…. 사태의 전말은 최근 반구대 암각화 관련 기사를 읽어보라. 그 중 11월 21일자 부산일보를 링크한다.

부산일보 바로가기☞ "반구대 보존, 사연댐 수위부터 조절" 대책위, 울산 유로변경안 정면 비판

울산시 울주군 소재 반구대 암각화. 부산일보DB


정말로 답답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무엇 하자는 짓거리들인가. 내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기도 이제는 지쳤다. 국토해양부와 문화재청 담당자들을 불러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내 의견도 제시했지만 그것으로 그만이다. ‘쇠귀에 경 읽기’다. 가령 내가 직접 문화재위원들과 현장에 가서 스킨스쿠버다이빙을 해서라도 암각화의 훼손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자고 제안했건만 여태도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대통령 지시조차 영이 서질 않는다. 한 달 전 울산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울산시의 물길 변경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기대를 모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부처들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들인가.

탁상공론만 일삼으며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하고 경고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은 차후 문제다. 지금은 죽어가는 암각화를 살리는 일이 급선무다. 이미 사망한 아기를 호적에 올려 달라고 할 셈인가. 반구대 암각화는 지금 세계 문화유산은커녕 국보로서의 존재 가치마저 소멸될 위기에 놓여 있다. 언제까지 ‘매화 타령’만 부르고 있을 셈인가.

이런 상황이라면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되더라도 해법은 찾아질 수가 없다. 왜냐?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정말로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진짜 엄마’가 없기 때문이다. ‘가짜 엄마’들은 지금 당장 밥그릇 다툼을 집어치워라. 암각화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바윗덩어리 위에 ‘을사 5적’처럼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록될 것인가. 거듭 경고하건대 역사 앞에서 공범자가 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