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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오가 만난 세상/김형오의 문화 카페

장인의 손길, 명장의 숨결을 만나다

장인의 손길, 명장의 숨결을 만나다

2011 대한민국 명장 및 경남 최고장인전

 

김형오

경남 창원,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직선도로를 신나게 달리다가 도청 방향으로 틀어 전시관(성산아트홀)을 찾아 들어갔다. 12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3시. 제1회 ‘대한민국 명장 및 경남 최고장인전(展)’이 열리고 있다. 명장 네 분과 최고장인 여섯 분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주인공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내 스마트폰에 담긴 순서대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작품 감상을 해보자.


▲ <자연의 소리>. 석공예 명장 김상규 선생의 작품이다. 화분, 수박, 호박 등을 돌로 깎아 만들었다. 참 힘든 작업을 했구나. 수박과 호박은 마치 실물을 보는 것 같다. 생동감 넘치는 자연미를 섬세한 조형 언어로 빚어냈다.


▲ 대한민국 명장회 회장을 지낸 한완수 선생의 세라믹 작품. 천연산 황토와 고령토를 고순도로 정제하고 광분채하여 고열로 처리하는 전통기법으로 빚어낸 신소재 고효능 도자기이다.

▲ 금속공예 명장인 변종복 선생은 이번 전시회의 추진위원장을 맡아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청동으로 만든 그의 작품 <얼굴>은 너무나 리얼하여 진짜 실로 꼰 머리채인 줄 알았다. 변 선생은 자기 작품뿐 아니라 다른 분 작품까지 해설을 해주었다.


▲ 변종복 선생 작품 <삼족오문연잎청동촛대> 또한 섬세하고 정교하다. 부분 부분 참 재미있는 구도를 지니고 있다.


▲ 내가 좋아하는 와심(瓦心) 이계안 선생은 <결정>과 <삼채> 달항아리를 출품했다. 국회의장 시절 나는 이 분의 달항아리 한 점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세계 최대의 아태문화원(이종문 기념관)에 기증한 바 있다. 또 그보다 좀 더 큰 달항아리를 퇴임 기념으로 국회에 기증했는데 이 작품은 헌정기념관에 비치되어 국회를 찾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달항아리는 그보다도 좀 더 커 보인다. “힘이 있을 적에 한두 점 더 남기고 싶어서” 만들었단다. 예술가의 창작 의욕을 누가 꺾을 것인가. 그 달항아리를 앞에 두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 나전칠기공예 최고장인 박재성 선생의 작품 <빗접>. 영롱한 자개 빛깔과 은은한 옻칠이 어우러져 편안함을 자아낸다. '빗접'은 빗·빗솔·빗치개·가르마꼬챙이·뒤꽂이·동곳 등 머리를 손질하는 도구들을 넣어 두는 함을 일컫는다.

▲ <동화(진사)> 연작을 출품한 도자공예 최고장인 김용득 선생의 도예 작품들도 참 예쁘다. ‘동화(銅畵)’란 고려 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리 안료(銅顔料)를 이용해 선홍의 고운 발색을 내던 기법인데, 제작 과정이 까다로워 백자와 청자에 비해 발전하지 못했다고 한다.

▲ 정찬복 장인의 출품작 나전칠기 접시 소반. 작품 이름은 <과기>이다. ‘과기’란 중국 송나라 때에 산시성의 가마에서 구워내던 도자기를 뜻한다.


▲ 조복래 장인의 가구는 퍽 인상적이어서 좀 설명을 하려고 한다. <상감삼층장>은 오래 된 고사목(느티나무)을 위주로 나뭇결을 잘 살렸으되 오동나무, 가죽나무, 배나무, 먹감나무를 섞어 작업했다. 특히 장의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기둥과 쇠목은 단단한 가죽나무로 짰다. 괴목이 빚어낸 오묘한 무늬가 붓으로 그린 것보다 아름답다.

▲ <상감삼층장> 앞에 선 조복래 장인.


▲ 이한길 장인의 진사(동화)와 분청. 도자공예 외길을 걸어온 작가의 인생이 이름(이한길)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 감상을 마치고 찰칵! 여자 분들을 제외하고 사진 왼쪽부터 이계안 장인, 김상규 명장, 나, 변종복 명장, 조복래 장인.

아쉬운 점 한 가지. 이렇게 훌륭한 작가들의 명품이 한 곳에 오롯이 전시되었건만 내가 비행기 시간을 변경해가면서 1시간여 머무는 동안 관람객이 거의 없어 썰렁했던 것. 전시회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는 좀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 주었을까. 서울로 옮겨 전시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