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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과 황제

15. 우르반의 대포와 크리토불로스의 설명 & 사진=『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113, 123, 129쪽 (구간 102, 106쪽 참고)

Orban(Urban)'s Cannon & Kritovoulos

우르반의 대포는 전쟁의 승패를 가른 핵심 요인이었다. 가장 큰 거포는 포신 길이만도 8미터가 넘고, 돌포탄의 무게는 600kg을 초과했다.

전쟁의 참여자이자 목격자였던 크리토불로스는 우르반의 대포에 대한 설명을 장문의 기록으로 남겼다. 발췌해 옮겨 보면….

"대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철과 여러 재료들이 필요해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어야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볍고 깨끗하게 정제된 흙을 모아 모양이 잘 만들어지도록 며칠 동안 저은 뒤 이 흙을 잘게 찢은 린넨 천, 삼 등 여러 가지 재료들과 섞었다.… 대포의 중심부가 모형은 마치 직사각형 파이프 모양으로 제작되었다. 앞쪽 절반은 돌포환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원형이었다. 칼집처럼 안쪽을 비운 외부 케이스는 중심부를 집어 넣고도 공간이 조금 남게 만들어졌다. 이 빈 공간에는 대포의 몸체를 만들기 위해 도가니에서 부은 청동을 넣어 채웠다.… 모형 근처에는 주조 공장 격인 두 개의 용광로를 세워 놓았다. 내부는 불에 구운 벽돌과 점토로 만들어져 매우 강하고 튼튼했으며, 외부는 거대한 암석과 대리석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들로 완벽하게 강화시켰다. 이 용광로에는 엄청난 양의 청동과 주석이 투입되었다. 또한 불을 지필 최상급의 목탄과 산더미 같은 장작이 쌓여 있었다. 청동이 완전히 용해될 때까지 사흘 내내 밤낮 없이 불길이 타올랐다. 그렇게 녹여진 청동이 내부의 중심부 주형(틀)을 완전히 뒤덮고 도관을 타고 흐르면 마침내 대포가 완성되었다. 청동이 식혀지는 동안 내부의 중심부와 외부의 케이스를 모두 갈고 닦아 표면을 광이 나고 매끄러워지게 만들었다. 작동 방식은 가루 화약을 빈틈 없이 채워 거대한 쇠막대기로 압착시킨 다음 가격할 목표물에 포신을 맞추고 특정한 기술적 수단과 계산법을 적용해 목표물을 겨누었다. 거대한 암석과 목재들을 동원해 발포의 충격으로 대포가 움직이거나 표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버팀목 역할을 하게 했다.… 화약에 불이 붙으면 무시무시한 굉음이 울리면서 진동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어마어마한 불꽃이 튀고 강렬한 열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엄청난 힘에 의해 발사된 포탄은 빠른 속도로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부서진 성벽 조각과 대포알 파편이 성벽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죽거나 다치게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이는 약 150년 전 혹은 그보다 약간 더 오래 된, 게르만 족과 켈트 족의 천재적인 발명품이다.… 술탄은 완성된 대포 중 가장 큰 3문의 거포를 메소테이키온 성벽 앞에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나머지 대포들도 취약한 성벽 앞 이곳저곳에 배치시켰다. 그리고는 성벽 앞 해자를 메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군사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우르반의 대포와 대포알. 현재 남아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크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내 몸 하나쯤은 거뜬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거포는 모두 소실되고 그보다 작은 대포들만 남았다.


포신 길이 424센티미터, 두께 14센티미터, 구멍 지름 63센티미터, 약실 지름 23센티미터, 약실 길이 167센티미터, 대포알 발사 장치 길이 186센티미터. 대포의 무게는 15톤, 대포알의 무게는 285킬로그램이다. 현재 남아 있는 대포와 대포알 중 가장 큰 유물이다. 그러니 이보다 두 배 이상 더 크고 무거웠을 우르반의 거포는 어떠했을는지 짐작이 간다.

 

파노라마 박물관에 그려져 있는 헝가리 기술자 우르반의 대포와 대포알. 오스만 병사들이 발포 준비를 하고 있다. 우르반은 결국 전쟁터에서 그가 만든 대포알 파편에 맞아 죽고, 당시 비잔틴 편이었던 유럽의 강국 헝가리(우르반의 조국)는 그 후 오스만에게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역사는 냉혹하고도 아이러니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