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술탄과 황제

27. 발렌스 수도교, 벨그라드 숲 수도교, 메두사 기둥=『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212쪽 참고 (구간 181쪽 참고)

 Valens Aqueduct, Belgrade forest Aqueduct, Medusa Head Pillar


그림으로 묘사한 발렌스 수도교. 발렌스 황제가 375년 무렵 건설한 이 수도교는 여러 번 파손되었지만 비잔틴 황제들과 정복 이후 오스만 술탄들에 의해 보수되었으며, 1697년 술탄 무스타파 2세가 마지막으로 중요한 복원 작업을 했다. 아치 위에 아치를 얹은 형태로 계곡을 따라 이어진 모습이 멋진 스카이 라인을 그리며 로마 제국의 정취에  젖게 한다. 이 수도교는 19세기 후반까지 생활용수 공급 시설로 사용하다가 현대식 수도 장치로 대체되었다. 수도교의 최고 높이는 아타튀르크 대로를 가로지르는 지점으로 18.5미터였다.

 

톱카프 궁전 옆에 있는 지하 저수조. 콘스탄티노플 최대의 지하 저수장이다. 바실리카 저수조(Basilica Cistern)는 터키말로 예레바탄 사라이(Yerebatan Saray ; 물에 잠긴 궁전)라고 하는데 최대 저수 용량이 8만 톤에 이른다. 길이 139미터, 폭 64.6미터이며 8미터 높이의 돌기둥 336개가 28개씩 12줄로 4미터 간격을 두고 서 있다. 지하 어두운 곳에서 찍어 불분명하지만 형체는 알 수 있다. 북서쪽 귀퉁이 근처의 돌기둥 90개는 19세기 말에 벽으로 가로막아 지금은 볼 수 없다. 007 영화(제2탄 <위기 일발>) 촬영장으로도 유명하며, 한여름밤엔 공기가 선선한 이곳에서 낭만적인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늘 젖어 있는 눈물 기둥. 지하 저수장(예레바탄 사라이)의 다른 기둥들은 모두 외부에서 가져다 맞춘 것들이지만 이 기둥만은 새로 만들었다. 눈동자 모양의 무늬 아래에 손을 대보면 축축한 습기가 느껴진다. 이 지하 저수조를 만드느라 희생된 이들의 눈물을 의미한다 해서 그런 별칭이 붙었다.

 

지하 저수장 북서쪽 귀퉁이에 있는 메두사의 기둥. 물구나무를 선 듯 머리를 바닥에 댄 채 얼굴을 거꾸로 하고 있는 기이한 형상이다. 고대 로마 시대에 이곳으로 옮겨져 왔다. 이 사진 속 메두사와 머리가 바닥에 옆으로 누운 메두사 얼굴(아래 사진)을 보려고 항상 관광객이 몰려든다. 기독교 국가에서 이런 미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이렇게 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기둥의 높이를 맞추기 위한 우발적 행위였다는 설이 있다.

 

얼굴이 옆으로 누운 메두사의 기둥.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모의 마녀 메두사는 해신(海神) 포세이돈과 여신 아테나의 신전(神殿)에서 정을 통하다가 여신의 저주를 받아 흉측한 괴물로 변했다. 무섭게 부풀어 오른 얼굴과 튀어나온 눈, 크게 벌린 입, 길게 늘어뜨린 혓바닥, 멧돼지 어금니 같은 이빨에 손은 청동이며 목은 용의 비늘로 덮여 있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은 꿈틀거리는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메두사를 직접 본 사람은 돌로 변하게 되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 페르세우스에 의해 단칼에 목이 잘려 죽을 때 그 피에서 포세이돈의 자식인 날개 달린 천마(天馬) 페가소스와 크리사오르가 태어났다고 한다. 한편 메두사의 잘린 목은 여신 아테나의 방패에 장식으로 붙여져 여신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경외심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정신분석학자 슬레이터는 메두사를 가리켜 아들과 사랑에 빠질 위험이 큰 어머니, 혹은 여성 생식기를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발렌스 수도교는 민가에까지 물을 공급했다. 황실과 귀족뿐만 아니라 도시민들 누구나 자유롭게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었다. 예산 문제 때문인지 아직도 이 민간 건물 아래에 지하 저수장이 있다.

 

벨그라드 숲 안에 있는 수도교(위 사진)를 찾느라 헤매었던 기억이 새롭다. 아래는 숲 밖의 대로변에 위치한 수도교. 콘스탄티노플 서북쪽 19킬로미터쯤 떨어진 이 숲에서 나오는 청정수가 수도교를 타고 황궁 안(발렌스 지하 저수조)까지 이어졌다. 술탄 메흐메드가 전쟁 중 이 수원지의 존재를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