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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김형오 "정치인 아닌 역사책 작가로 평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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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회의장이 역사책 '술탄과 황제' 펴내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책이 재미없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이 있으면 책임지겠습니다. 정치인 프리미엄 없이 책으로만 평가받고 싶습니다."

전직 국회의장이 역사책을 펴냈다. 기자, 대통령 정무비서관,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을 거쳐 입법부 수장을 지낸 김형오(65) 전 국회의장이다.

책 제목은 '술탄과 황제'(21세기북스).

1천 년 이상 세계의 중심이었던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놓고 세기의 대결을 펼쳤던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와 비잔틴 제국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이야기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경력 대부분을 정계에서 보낸 김 전 의장의 꿈은 역사학도였다. 그는 19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역사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집안 만류로 가지 못했다"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지에 관한 답을 역사에서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주요 이유 중 하나도 이 책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 함락 사건은 세계사를 바꾼 엄청난 사건입니다. 비잔틴 제국의 멸망으로 중세가 끝나고 근세가 시작되는데 서양의 역사가들은 서양 문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비잔틴 제국이 아시아 문명에 짓밟힌 이 수치스런 사건에 대해 그동안 말하기를 꺼렸습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편견 없이 공정하게 이 사건을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김 전 의장은 "특히 철벽 수비로 막힌 바닷길을 뚫기 위해 배를 이끌고 산을 넘어간 20대 청년 메흐메드 2세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장장 53일간 세계 전투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전투를 치른 메흐메드 2세와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리더십, 인간적 고뇌, 전쟁 과정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책 곳곳에 QR 코드와 각주를 통해 역사적 정보도 풍부하게 제공한다.

김 전 의장은 자료 조사를 위해 전쟁의 무대인 터키 이스탄불을 다섯 차례 다녀왔고 수십 명의 전문가와 인터뷰를 했다.

집필에는 꼬박 5개월이 걸렸다. 하루 한 시간 이상 읽던 신문도, TV 뉴스 보는 시간도 줄였다.

새로운 집필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김 전 의장은 "독자는 가혹하다"면서 "가혹한 평가를 받은 뒤 집필 계획을 세우겠다"고 답했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