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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5 파이낸셜 뉴스]'누구를 위한 나라인가'의 저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만나다

"리더십 회복을 갈망하며 쓴 현대판 징비록"
정계은퇴의 본보기가 된 그, 오랜 경륜과 혜안 담긴 충고.. 

날카롭되 부드러움 느껴져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때 4월 총선 치러져 어떤 리더십 선택해야 할지 뜨거운 화두 던져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의 인터뷰는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됐다. 그는 지난달 26일 열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연임됐다. 사진=박범준 기자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제목부터 강렬하고 도발적이다.


물음 속에 숨겨진 답이 가슴을 파고든다. "누구를 위한 나라이고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요. 대한민국은 '잘난 척'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아니듯이 '못난 척'하는 사람들을 위한 나라가 돼서도 안됩니다. 하루 빨리 정치가 복원되고 리더십이 회복되기를 바라며 세상에 내놓은 책입니다. 나라와 국민으로부터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마음을 비우고 해법이 있는 질문, 대안을 제시한 비판, 애정 어린 질책을 하려 했지요. 못을 박지만 또 빼기도 하는 장도리 같은 속성을 가진 글들이랄까요."

저자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말대로 이 책은 기자, 공무원, 정치인, 작가 겸 교수(부산대 석좌교수)로 길을 바꾸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온 그의 경륜과 연륜, 세상을 보는 혜안이 책의 갈피갈피에서 느껴진다. 날카롭되 부드럽고, 차가우면서도 따뜻하다. 당의정을 입힌 듯 쓴소리마저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절망의 현실을 희망의 미래로 환치시키려는 저자의 충정과 염원이 읽히기 때문이다.

1999년 수필가로 등단해 국회에 있는 동안 몇 권의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던 그는 여의도를 떠나 발표한 전작 '술탄과 황제'(2012년)로 문단과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정계에서 스스로 용퇴한 뒤로는 첫 직업이었던 기자 시절의 필력을 살려 여러 매체에 활발한 기고를 하고 있다. 최근에도 한 신문사가 기획한 4·13 총선 특집시리즈의 첫 필자로 정당혁파를 정치개혁의 선결과제로 제시한 칼럼을 게재해 반향을 일으켰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등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재앙에 가까운 사건·사고들이 휩쓸고 지나갔다. 문제는 그런 사태들이 반복되는데도 매번 대책 없이 당하기만 한다는 사실. 이 책은 그런 불감증과 건망증 사회를 향해서도 경계경보를 울리고 있다.

"사건이 나면 대책이 뻔해요. 정치권은 야단치고, 정부는 책임자를 문책하고, 담당부서를 떼었다 붙였다 바꾸고, 허가를 취소합니다. 규제가 강화되는 겁니다. 왜 일이 터졌는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그저 입으로, 서류로 건성으로 합니다. 이러니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수밖에 없어요. 그때마다 또 우왕좌왕합니다.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 회고록을 쓰면서 새긴 '징비록'의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특히 정치지도자들에게 필요합니다. 대북관계도 마찬가지예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 21세기 북스


이 책은 전방위적인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병리와 적폐를 따뜻한 가슴으로 아프게 지적하고 날카롭게 해부한다. 저자의 사색과 문체를 통과하면 복잡다단한 문제도 단순명료하게 정리돼 나온다. 진단과 해석이 돋보이는 정론직필의 칼럼집이다. 품격을 갖춘 통쾌한 직언직설이 독자의 가슴을 관통한다. 좌우 진영과 권력 핵심 등 성역을 두지 않고 써내려간 용기와 소신의 글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동서고금의 역사와 인문학적 지식이 곳곳에 녹아 있어 교양서로 분류해도 좋을 책이다. 마치 논술시험의 전형을 보는 듯하고, 시사상식의 요점을 짧은 시간에 마스터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김형오 전 의장은 눈이 크고 눈빛이 맑다. 파란곡절의 정치현장 한복판에 오래 몸담았던 사람답지 않게 부드럽고 선한 인상이다. 따뜻한 리더십, 맑은 카리스마와 함께 내면의 남다른 신념과 각오가 느껴진다. 명예로운 정계은퇴의 본보기를 보인 그가 정치라는 숲을 떠나 바라본 숲과 나무들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독자에게 망원경과 현미경을 건네주며 그 현장으로 안내한다. "4월 총선을 시작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등 앞으로 3년 연속 전국 규모의 선거가 치러집니다. 얼마나 많은 선심성 공약과 선거 과열로 나라가 휘청거릴까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렵고 국제 정세는 긴박하며 북한의 위협은 노골적인데 지도자와 국민이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노파심도 책을 내는 데 한몫을 했습니다."

선거란 리더십의 선택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앞으로 이어질 중요한 선거들에서 우리가 어떤 리더십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지고 있다.
 

"찬 바다에 가장 먼저 몸을 던져 수천 무리의 생명을 이끄는 '퍼스트 펭귄'의 자세가 지금 우리 정당 지도자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무리를 이끄는 데 뒤에서 호령하기보다는 찬 바다에 먼저 뛰어드는 용기가 바로 이 시대의 리더십입니다. 나라가 위기일수록 포용과 개방과 자기희생의 정치인이 그리워집니다."(249쪽)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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