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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관련

[2016-06-15 한겨례 신문] 개헌론 백가쟁명…권력구조 개편 넘어 확장

 기본권·수도이전·경제민주화 등

 정세균·남경필 등 ‘포괄적 개헌’ 주장

 유승민 쪽도 “전면적 개헌 필요”

 정종섭 “권력구조만 원포인트로 ”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됐던 개헌 논의가 국민의 권리(기본권), 수도 이전, 경제민주화 강화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정치권과 헌법학계는 정부형태만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 지난 30년간의 사회 변화까지 반영하는 ‘포괄적 개헌’, 권력구조 개편을 먼저 하고 이후에 기본권 조항을 손질하는 ‘순차적 개헌’ 등 다양한 주장을 내놓으며 모처럼 개헌론 백가쟁명 시대를 맞았다.


개헌론에 불을 지핀 정세균 국회의장은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국민 기본권 확충과 경제민주화 등을 위한 개헌을 주장한 바 있다. 정 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포괄적 개헌을 언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도 15일 “생명권, 환경권 등 기본권 외에 선거구제 등까지 총체적으로 손봐야 할 때”라고 거들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권력구조 개편만을 위한 개헌에는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포괄적 개헌론에 불을 댕겼다. 지난 13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며 수도 이전을 제안한 남 지사는, 15일 경기 북부권 국회의원·시장·군수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를 개헌 논의에 추가했으면 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문희상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도 사실상의 ‘수도 이전’ 개헌에 동의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금 개헌을 논의할 시기인지는 의문”이라면서도 “개헌 논의를 한다면 궁극적으로 수도 이전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1987년 이후 30년 만의 개헌 시도를 정치권력을 쪼개고 이동시키는 문제에만 국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헌법 전문부터 부칙까지 다 개정하자는 말은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권력구조만 바꾸는 것도 곤란하다. 원포인트가 아니라 시대적 과제들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4년 중임제’ 개헌 지지 의사를 밝힌 유승민 의원 쪽도 “30년 만에 시도하는 개헌인 만큼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기본권, 국가 거버넌스, 경제 등을 포함하는 전면적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개헌 논의의 대상을 넓히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현재의 정치·사회적 분열 양상에 비춰볼 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헌법학자 출신으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헌법에는 대원칙을 담고 대신 법률을 수시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헌법학자 다수의 생각”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포괄적으로 개헌을 논의하면 결국 시간만 끌다 끝날 수 있다”고 했다. 대신 정부형태 개헌과 함께 최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논란 등 국가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헌법 미비’는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8대 국회에서 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에도 논의 자체는 열어놓았지만 정부형태 개헌에 집중했었다. 영토 조항, 경제 조항 등은 현재 정치·사회적 구조에서는 합의를 보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했다. 북한 체제 인정 여부와 맞물린 헌법의 영토 조항 등은 소모적 이념 논쟁의 수렁으로 개헌 논의를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정부의 개악 시도가 있지만 언론 자유, 집회의 자유, 노동권 조항 등은 개헌을 통해 새로 근거 조항을 넣지 않아도 현행 헌법 아래에서 법률로 보장하는 길이 있다”며, 개헌 논의 우선순위로 △소수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 △지방분권 강화 △기본권을 국제적 인권 기준으로 맞추는 것을 들었다. 


반면 판사 출신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순차적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나 의원은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정치체제 개편을 위한 개헌을 내년에 먼저 하고 시대 변화에 따른 기본권 조항 개헌은 다음 지방선거(2018년)로 나누는 방법”을 제안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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