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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5 조선일보] "나는 못난 사람" 70년전 오늘, 백범이 세상에 말을 걸었다

[2017-12-15 조선일보]



"나는 못난 사람"

70년전 오늘, 백범이 세상에 말을 걸었다




백범일지 출간 70주년 행사, 김구기념관서 30일까지 열려
윤봉길 아들에 준 친필서명본 등 관련 서적 380여권 한자리 모아



'나는 내가 못난 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못났더라도 국민의 하나, 민족의 하나라는 사실을 믿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쉬지 않고 해온 것이다. 이것이 내 생애요, 내 생애의 기록이 이 책이다.'


1947년 12월 15일, 백범(白凡) 김구(金九·1876~1949) 선생은 '백범일지' 출간사에 이렇게 적었다. 김구 선생은 1928년 두 아들 인과 신에게 보내는 일종의 유서로 '백범일지' 상권을 썼다. 하권은 중국 충칭에 임시정부를 세운 이듬해인 1941년부터 쓴 글이다. 1947년 이 두 권과 '나의 소원'을 합쳐 출판사 '국사원'에서 활자본을 냈다. 김구 선생이 '생애의 기록'이라고 불렀던 이 책이 15일 출간 70주년을 맞았다.


14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일지, 70년간의 대화’ 특별전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된 책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백범일지’ 출간 7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김구 선생 친필 원본의 영인본을 비롯해 1947년 처음으로 활자로 제작된 국사원판 초판본 등이 선보인다. /오종찬 기자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는 '백범일지, 70년간의 대화'를 1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연다. '백범일지'를 모태로 나온 380여권의 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한문 혼용체인 '백범일지' 친필본의 영인본(원본을 사진 등을 이용해 그대로 복제한 책), 국사원판 초판·재판·3판본, 백범 연구서·소설 등이 전시된다. 친필로 쓴 원본은 김구재단이 소유하고 있지만, 훼손을 우려해 이번에 선보이진 않는다.


1947년 나온 초판본은 70년 세월을 반영하듯 누렇게 색이 변하고 군데군데 찢어진 흔적이 남아있다.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의 아들(윤종)에게 준 친필 서명본도 공개됐다. 윤봉길 의사 손녀인 윤주경 독립기념관 관장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전시 하루 전인 14일 열린 개막식에는 김형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장, 박유철 광복회장, 나경원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포함한 100여명의 손님이 함께했다. 독립운동가 김의한 선생의 아들인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은 "충칭 임시정부 시절 김구 선생을 '아저씨'라고 친근하게 불렀던 기억이 난다"며 "주석이었음에도 누구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탈한 분이었다"고 했다. 독립운동가 조완구 선생의 외손녀인 조명숙(74)씨는 이날 전시회장 안에서 책들을 애틋하게 만졌다. 조씨는 "외조부가 백범 선생과 함께 임시정부 활동을 했다"며 "외조부의 기록은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외조부의 흔적을 좇곤 한다"고 했다.


김형오 회장은 '백범일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 유학자 고능선 선생과의 대화를 꼽았다. 고 선생은 백범에게 과단력이 부족하다며 "득수반지무족기 현애살수장부아(得樹攀枝無足奇 縣崖撒手丈夫兒·가지 잡고 나무를 오르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는 것이 가히 장부라 할 수 있다)"라고 가르친다. 김형오 회장은 "김구 선생은 아마 평생 이 말을 가슴에 품고 목숨을 버릴 각오로 독립운동을 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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