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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헤드라인

[18-06-19 남덕우 기념사업회 세미나]정치판을 바꿀 때가 왔다 (2부)

정치판을 바꿀 때가 왔다 (2부)

 

 

 

 

김형오 전 국회의장 (부산대 석좌교수)





을 바꾸지 않으면 공멸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물갈이정치를 마음속으로 원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선거 때만 되면 제철을 만난 듯 정치적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물갈이해야 될 은 갈지 않고 그 안에 있는 물고기만 갈아버렸습니다. ‘귀중한선량을 물고기에 비교하는 꼴이 되어버렸지만 물갈이가 아닌 물고기 갈이가 돼버린 것입니다.

썩은 물에 새 물고기를 집어넣은들 물고기가 온전히 살아가겠습니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라는 성경 말씀도 있지만 우리 정치는 헌 부대에 새 술을 계속 부은 격이 되었습니다.

 

우리만큼 인재육성 과정이나 기간에 문제가 있는 나라에서 새로운 인재들은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꺾이고 만 것도 이 잘못된 물갈이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물갈이 대신 판갈이라고 이름 붙이겠습니다.

 

정치판을 새로 깔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떤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인이 들어가더라도 오염된 기존 정치판에서 성장하기도, 살아남기도 어렵습니다. 정치판을 바꾸는 데는 여·야가 없으며 청와대도 모두 함께 동참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누가 잘했고 잘못했다는 평판이 갈리지만, 결국 이 정치판을 책임진 3대 축은 잘못되면 모두 공멸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이 그분 개인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정치권 전체에 해당되고, 나아가 우리 국민 전체에 비극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하루빨리 인정해야 합니다.

 

나는 정치판 물갈이, 즉 판갈이를 위해 이 자리에서는 크게 몇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먼저 판을 갈려면 그 축인 헌법을 개정해야하며, 정치의 핵심 현장인 국회와 정당이 바뀌고 변해야 합니다. 또 법과 제도만 바뀌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운영행태와 정신자세를 꼭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실현될 수 있습니다.

 

개헌만이 살 길이다

 

개헌만이 살 길이다라는 뜨거운 함성으로 탄생한 87년 체재는 평화적 정권교체와 5년 단임제로 장기집권은 막았으나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무엇보다 87헌법은 유신잔재를 털어내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이 3권 위에 군림하듯 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합니다. 그러므로 87헌법을 고쳐야 하는 핵심은 대통령 권한의 합리적 배분과 조정입니다. 대통령이 사법부(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장의 임명권에 직접 개입할 수 있습니다. 검찰·경찰·국세청·국정원·방송통신위원회·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 국민과 공직자, 언론과 기업에 직접적 규제와 규율을 정할 수 있는 기관들 중 일부는 독립기관으로, 일부는 객관성·중립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헌법기관과 각 부처의 독립성·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대통령 눈치 보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하는 기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국회 특히 여당은 대통령 의사를 충실히 받드는 기관이 되어버리고 야당은 이에 반발하는 모습으로 자구책을 찾습니다. 한국 국회가 유독 투쟁적이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도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결과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선 완화야말로 개헌의 핵심이고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

대통령 5년 임기는 절대 권력자에겐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첫 과업이 전임 대통령 그림자 지우기입니다. 6번의 단임 대통령을 맞으면서 전임 대통령의 중요 정책이 계승된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한국은 중장기 계획과 비전을 잃어버린 나라가 되었습니다. 공무원이 직급이 높아지면 정권과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5년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고위직 공무원·산하기관 책임자급은 모두 옷을 벗어야 합니다. 정책의 단절에 이어 인재의 단절입니다.

정권 말기에 접어들수록 공무원과 산하 기관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새 대통령이 들어설 때까지 결코 나서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들이 찍히지 않으려고 몸보신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일을 하지 않으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습니다. 나라의 경쟁력은 이래저래 뒤처집니다.

 

나는 지난 지방선거 이전까지 개헌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야당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지방선거에서 개헌 이슈가 생기면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매사를 당리당략적으로 생각하는 이런 야당이 선거에 이긴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입니다.

개헌은 야당의 몫입니다. 개헌을 하더라도 현행 대통령 임기는 보장하되, 제왕적 대통령 행태에 정신적·심리적 제동을 걸 수 있었지만 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더욱 힘 있게 국정을 밀어붙이고 야당은 더듬이를 잃어버린 곤충처럼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보수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살리고 자유시장경제를 확충하고 국가가 중장기 비전을 갖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개헌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청와대 비서실이 국정과 행정을 주도하는 것은, 3권 분립 정신과 맞지 않고 헌법에 없는 일입니다. 또다시 소극적으로 임하면 지난 번 폐기된 개헌안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반() 시장주의적 내용의 개헌안이 통과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5년 단임제보다 훨씬 못한 8년 단임제가 될 것입니다. 개헌은 야당이 이 2년 동안 나라를 위해 해야 할 가장 우선적 과업인 것입니다.

 

일하는국회로 만들자

 

저는 국회에 들어가서 두 차례 강산이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여당 10, 야당 10년입니다. 여기서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랑을 하자면, 학력, 경력 등 이력이 대단히 출중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내공과 명성을 쌓은 명망가들입니다. 어느 선진국도 우리처럼 화려한 스펙을 가진 분들로 구성된 국회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합당한 대접을 못 받을까요? 실력과 인품을 갖춘 분들이 모인 국회에 국민들은 왜 따가운 눈총과 핀잔을 보낼까요?

 

그것은 일하지 않는 국회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왜 일하지 않을까요? 왜 그렇게 인식되었을까요? 국회에서의 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대통령과 정부는 틈만 나면 일하는 국회를 주문합니다. 국민들 눈에 국회의원은 무노동 유임금의 대표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국회가 공격을 당할수록 대통령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오르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일하는 국회는 대통령과 여당의 입맛에 맞는 법률안을 통과·처리하는 곳이 아닙니다. 일하는 국회는 법률안과 안건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우리 국회는 유감스럽게도 이 일을 등한히 합니다.

문을 열어 놓고 일하지 않습니다. 토론·대화·협상·논의가 없습니다. 정부 쪽에서는 산더미 같은 법률안이 낮잠 자고 있다고 하는데 선진국 의회도 법률안 처리율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해당 법률안을 논의조차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연말이나 회기 말이 되면 후다닥 방망이를 쳐 처리합니다. 무슨 법을 어떻게 통과시켰는지 국회의원도 잘 모릅니다. 부실한 심사로 통과된 법이니 얼마 못 가 또 그 법률 개정안이 나옵니다.

그러니 일하는 국회, 즉 토론하고 대화하고 협상하는 국회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야당이 이 점을 확고히 깨달아야 국민의 국회와 야당에 대한 인식이 변할 것입니다.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선 우선 상시 국회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365일 의사당 문을 열어 놓고 대화·토론·토의로 여야의원들이 마주해야 합니다. 시장 바닥에서 주민과 막걸리 마시며 어울리는 국회의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정을 제대로 돌보는 선량이 요구됩니다. 국정심의를 소홀히 다루는 의원은 연임되고 열심히 국정에 임하는 선량은 도태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올해가 헌정사 70주년입니다. 70년 전 헌법을 만들고 나라를 세운 제헌의회 의원들은 1365일 중 320일 의사당 불빛을 밝히며 휴일도 반납한 채 국정에 매진했습니다. 화물차로 출퇴근하며 박봉에 가난했지만 애국심과 성실함, 선공후사와 멸사봉공의 사명감으로 헌신했습니다. 이러한 제헌의원들의 자세와 정신을 지금의 국회가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상시 국회는 곧 캘린더 국회를 말합니다. 1년 달력처럼 본회의, 상임위 등 모든 의사일정이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국회 문을 열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다투는 것은 세계에서도 드문 일입니다. 국회가 오늘 열릴지 내일 열릴지를 국회의장조차 모르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의회 사무관이 짜는 회의일정을 우리는 교섭단체 원내대표 권한으로, 막후협상의 카드로 사용해서야 되겠습니까?

국민의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남은 2년 동안 국회에서 열심히 국정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야당이 먼저 국회에 들어가십시오. 걸핏하면 보이콧 하는 추태는 더 이상 보이지 말기 바랍니다. 국회 안에서 치열하게(수준 높게, 품격 있게) 논쟁하고 정부·여당을 땀나게 하는 그런 야당 국회의원을 보고 싶습니다.

국회운영과 국회의원의 품행에 대해 수없이 지적하는데도 왜 고쳐지지 않을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다수 국회의원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국회윤리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한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될 것입니다. 국회윤리위를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으로 구성하여야 하며, 독립적·중립적인 상설기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회윤리위만 제대로 가동된다면 국회의원의 원내외 활동이 한 차원 다르게 행사될 것입니다.


[사진제공 : 오 마이 뉴스]

  

자유한국당, 완전히 뜯어고쳐야

 

14:2, 11:1. 야구 스코어보드가 아닌 선거결과표입니다. 아마추어 야구경기에선 콜드게임이 선언될 성적입니다. 사실 선거 전부터 민의는 콜드게임을 선언했습니다. 이변은 없었고 민심은 분명했습니다.

 

정권을 거저(?) 양보한 보수야당에게 재기의 집념, 오기조차 남아있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1야당 대표가 선거 지원마저 하지 못하는 초유의 부끄러운 일도 일어났습니다. 대선 패배 이후 지난 1년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바로잡지 못한 야당 의원들의 책임도 큽니다.

정치를 오래 한 중진들은 무한 책임이 지워졌습니다. 또 초·재선의원들은 무슨 대의와 명분을 갖고 정치를 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막말정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정책제안 능력도 없는 무능정당으로 혹평을 받는데도 누구 하나 쓴소리, 직언하는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막말정당의 오명을 어떻게 씻을 것입니까? ‘없어 보인다(싸구려다)’는 시중의 여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입니까? 개혁적 보수, 따듯한 보수, 합리적 보수를 외쳤던 결기는 사라지고 없어 보이는 보수’, ‘막말 보수’, ‘무능한 보수로 전락한 보수야당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문제를 떠나 반성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합니다.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이 탄핵되고, 두 분이나 구속되어 있는데 통렬한 자기반성과 책임지는 모습 없이 어물쩍 넘어갈 일은 결코 아닙니다. 요란하게 탈당했다가 소리 없이 복당하는 정치인에게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요. 책임지지 않은 당과 정치인에게 어느 국민이 지지를 보내겠습니까.

2/3를 얻을 것이라는 총선에서 어이없는 패배, 내부의 막장 싸움과 네 탓공방으로 소수당이 된 후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 그리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패배로 4연속 패배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로 이사했습니다. 비상상황에서 당을 맡은 박근혜 대표의 끈질긴 요청으로 나는 그때 당 사무총장이자 선대본부장을 맡았습니다. 나는 내 선거를 포기하다시피하며 선거기간의 반을 지역구를 떠나 여의도 천막당사에서 보냈습니다. 당시 박 대표는 점심·저녁을 거르며 유세를 강행했습니다. “종아리를 걷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달라, 앞으로 정말 잘하겠습니다.” 메시지는 간결했고 시종일관했습니다. 현역의원 중 유일하게 나 홀로 당사를 지켰으며 박 대표가 가끔 들리면 천막당사는 붐볐을 뿐입니다.

배를 구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의 심정이었습니다. 김구 선생께서 경구로 삼은 절벽에선 붙잡은 나뭇가지마저 놓아버리는각오가 당을 살려냈습니다. 60석도 안 되리라는 의석을 두 배로 건졌습니다. 정치적 기적이었습니다. 중진 국회의원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깨끗이 던져라, 그것이 정치를 살리고 어쩌면 쓰러져가는 당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재선의원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주변 눈치 볼 것이 아니라 당 개혁을 위해 어떻게 몸을 던질 것인가를 고민하고 몸소 실천해야 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정당개혁에 관해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먼저 자유한국당입니다. 한마디로 스스로 청산하십시오.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책임정당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기 바랍니다. 보수정당의 핵심 논리는 책임성과 희생성,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발전입니다. 책임지지 않고 희생하지 않는데 누가 지지하고 기대를 하겠습니까? 인적청산은 필수적입니다. 이것 없이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다음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입니다. 과연 집권당이 맞습니까? 집권 여당으로서 어떤 일을 했나요? 청와대 눈치는 보지 않았으며 청와대와 다른 소리를 내본 적 있나요? 야당과 협상을 주도적으로 했으며 야당에게 어떤 양보를 해서 국회를 정상화시킨 적이 있나요? 청와대와 정권 주도세력의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편중된 지역과 출신·소속을 뛰어넘는 탕평인사를 요구하거나 인물을 천거하거나, 국정방향을 제시한 적 있나요? 왜 핵심요소에는 특정 인사, 특정 인맥이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나요?

 

국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정당을 먼저 개혁해야 합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민주정당·자생적 정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가 정당에 대한 국가의 자금 지원입니다. 마약같은 존재입니다. 정당 운영자금을 국가가 보조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선진국 중에 우리처럼 국민 세금으로 정당을 운영하는 나라가 과연 있을까요? 정당이 일을 안 해도 곳간이 나랏돈으로 채워지니 책임정당, 민의정당과는 더욱 멀어집니다. 국민으로부터 참담한 심판을 받은 야당이 진정 새롭게 태어나려면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삭풍 이는 모래 언덕에서 뼈를 에이는 아픔을 겪어내며 살아나야 합니다. 마약을 끊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다가갈 것입니다.

 

당론 또한 독창적인 정당문화입니다. 헌법은 정당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만, 당론의 형성과정은 불투명하고 그 결정은 엄격합니다. 우리 정당에서 소수 실세에 의해 밀실에서 막후에서 결정된 당론은 거부할 수 없는 철칙입니다. 의원 개개인이 독립성을 가진 헌법기관일지라도 소신과 철학을 앞세우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그 소신의 대가가 정치 생명과 맞바꾸어야 하니까요.

 

정당이 국회를 구속하고 당론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속박하는 한 정치개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점 또한 새롭게 태어날 야당이라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능력과 재량을 발휘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대 참패로 공룡이었던 야당은 풍선 야당이 되었습니다. 바늘만 찌르면 터질 것입니다. 스스로 몸을 낮추고 줄어든 무게에 맞게 공기를 빼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정당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채택하는 제도와 흡사합니다. 미국 같은 나라는 당 대표도 최고위원도 사무총장, 대변인도 없으며 오직 원내대표 중심입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중앙아시아의 독재적·권위주의적 대통령제 국가에서의 정당은 우리 같은 모습을 취하며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을 합니다.

대통령제를 취하면서 의원내각제적 형태의 정당, 결국은 권리 위에 잠자는 공룡정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야당이 주장하려면 한국정당을 어떤 형태로 가다듬어야 할지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

 

결어

 

할 말은 아직도 남았지만 이제는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참패한 야당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보수정당의 재건은 가능한 일인가요?” 여기에 대한 답을 얻으러 이 자리에 오신 분이라면 이미 충분히 제 소견을 말씀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마디 더 하란다면 보수주의로 진보하라입니다. 이것은 제 이야기가 아니라 나라가 풍전등화일 때(1909. 11. 17) 황성신문의 사설 제목(“보수주의로서 진보함이 佳良하다”) 입니다. 보수는 개혁하고 진보해야 합니다. 그러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1909년도처럼 말입니다.

자유한국당, 미래가 있을까요?” 쉽게 답변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한 알의 밀알처럼 땅에 떨어져 썩어 죽어야 합니다. 그런 각오가 되어있을까요? 국민들은 이른바 보수정치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플라톤은 그의 국가(1347c)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기보다 못한 자에게 지배당한다.”라고 말입니다. 오늘 우리 정치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분보다 나은가요, 못한가요?

그럼 새로이 정치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자유한국당이나 기존 정당으로 가야할까요? 제 생각은 그렇게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현 정당이 확고하고 확실하게 변하지 않으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정당에 기대어 정치하고 출세할 생각일랑 아예 마십시오. 새 시대에는 크고 둔하면서 식성만 좋은 정당은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종대왕이 한 말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은 백성에게 먼저 시범을 보여 백성들이 믿게 하는 것이다.” (爲國之道 莫如示信, 세종7414)

 

국민이 믿을 때까지 모범을 보이기 바랍니다. 장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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