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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서울시장 선거 후보등록 마감일인 어제(3월19일) 오세훈, 안철수 양 인은 각기 따로 후보등록을 마쳤다. 그동안 반드시 단일화를 등록 전에 하겠다던 수차례의 공언이 무색해졌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두 후보는 연이어 상대방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양보 선언'을 했다.


야권 단일후보를 앞세워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심판하고, 공직자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을 뿌리뽑고, 당헌까지 뜯어고쳐 내지 않아야 할 후보를 버젓이 내는 후안무치한 행태에 국민의 분노를 담아내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지려한다.

민심의 싸늘한 동요를 느꼈는지 두 후보는 늦게나마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고 단일화 방식의 이견에 종지부를 찍었다. 나는 흠이 많은 사람이므로 두 사람에 대해 쓴소리는 더이상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안철수와 오세훈은 그릇이 큰 사람으로 알고 있다. 크게 보아야 한다. 기회를 이용해 단순히 서울시장 자리에 앉아 보려 나온 사람들이 아니다. 정권심판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사람이 단일후보가 되고 본선에서도 여당 후보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양보 선언으로 원론 총론에 이어 각론까지 확정됐으므로 지엽적인 세부 사항만 합의하면 된다. 그런데 5분이면 합의할 사항을 밤을 새워도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수계산인가. 실무자들의 오기인가.


두 사람은 단일화를 신속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더이상 지연 시켜서도 지연시킬 수도 없는 사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승리냐 패배냐, 상생이냐 공멸이냐는 두 사람의 마지막 태도에 달렸다. 나는 이제 제안한다. 실무자가 발표할 일인데 내가 이러다니 나도 자괴감이 든다.

"내일과 모레 즉, 일요일과 월요일 동안 자신들이 양보한 대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늦어도 23일 화요일에는 단일후보를 발표하라."

 


정권 심판을 바라는 시민들의 애타는 목소리에 부응하고, 정권 교체의 희망을 살리는 ‘공생과 대도의 길’ 임을 깊이 새기길 바란다.
더 이상의 수싸움이나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시간을 지연시키는 쪽이 패배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누가 그러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되어 있다. 단일화라는 단순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어 일을 꼬이게하고 여권에게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실망하는 국민이 늘고 있지 않는가.

두 후보가 '양보경쟁'을 통해 단일화의 불씨를 살렸듯이 이제는 '속도경쟁'으로 단일화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정권심판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오세훈, 안철수가 되길 바란다. 그러리라고 굳게 믿는다.

3월 20일 아침 김 형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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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을시민 2021.03.20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계 원로의 충정 어린 직언을 안철수, 오세훈 두 후보는 즉각 받아들여야 합니다. 안 그러면 필패고, 당신들은 정계 퇴출을 넘어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맙니다.

  2. 안태공 2021.03.20 1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대로 '속도경쟁'이 시급합니다.
    더이상 지연되면 둘다 공멸입니다.

총선이 대참패로 끝난 그날부터였다. 낙선한 후보들의 얼굴이, 그 눈빛이, 유권자를 향한 그 절절한 몸짓이 선연히 다가오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꼬박 일주일을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대로면 그냥 몸뚱이가 사그라들 것 같다는 지경까지 왔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니 이런 정권, 이런 여당을 상대로 한 선거인데도 표를 받지 못한다면 대체 어디 가서 표를 얻겠단 말인가! 나는 용기를 내서 일어났다. 차분히 이번 사태를 정리해둘 필요성을 느꼈다. 승리 보고서는 많아도 ‘실패 보고서’는 드물지 않은가. 다시는 이런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기록물을 남겨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패잔병처럼 식어가고 있는데 의욕과 의지가 쉽게 살아나지 않았다. “장본인의 얘기니 변명거리 면책용으로 치부해버릴 텐데, 해서 뭐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내는 데 또 시간이 필요했다. 몸을 추스르는 한편 잡념과 상념을 쫓으려 명상과 반추의 시간을 가졌다.

 

_ 본문 중에서

 

 


 


 

책 갈피갈피에 전문서적이나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정치의 속살을 어느 정도 드러냈다. 그러나 정치와 정치인이 워낙 비난받는 세상이라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바른 정치에 대한 염원이 제대로 전달될지 자신 없다. 오랜 망설임 끝에 나 하나 불쏘시개가 되어도 좋다는 생각에서 출판을 결심했다. 인간인지라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실수도 있고 잘못도 있다. 여러 가지로 불비했고 부족했다. 이 책은 패배한 선거의 공천 책임자로서 사심을 버리고 써내려간 고백기이자 참회록이다. 또한 불출마의 결단을 내려준 의원들, 아까운 낙천·낙선자들, 그리고 정치인과 정치 신인들에게 드리는 나의 반성문이자 정치 발전에 대한 소망기이다.

 

_ 머리말 중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실패 원인으로 분석한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국민의 지지가 눈물겹도록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또한 공천 과정에서도 희망의 샘물을 보았다. 살신성인의 결단을 보여준 중진의원들의 중후한 품격, 소장파 의원들의 강단 있는 기개, 공천 결과에 승복하고 후보자를 도와준 대승적 자세의 의원들, 컷오프를 자청한 유력 정치인의 감동적인 은퇴 선언, 당선 보장 지역구를 마다하고 험지에서 산화한 당 대표급 인물, 자신보다 당을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선택한 수도권 중진 출마자들, 통합의 기치를 들고 당당히 도전한 중도 성향의 후보자들, 한 유망한 청년 후보의 호남 도전기…….

 

_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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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대참패로 끝난 그날부터였다. 낙선한 후보들의 얼굴이, 그 눈빛이, 유권자를 향한 그 절절한 몸짓이 선연히 다가오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꼬박 일주일을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대로면 그냥 몸뚱이가 사그라들 것 같다는 지경까지 왔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니 이런 정권, 이런 여당을 상대로 한 선거인데도 표를 받지 못한다면 대체 어디 가서 표를 얻겠단 말인가! 나는 용기를 내서 일어났다. 차분히 이번 사태를 정리해둘 필요성을 느꼈다. 승리 보고서는 많아도 ‘실패 보고서’는 드물지 않은가. 다시는 이런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기록물을 남겨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패잔병처럼 식어가고 있는데 의욕과 의지가 쉽게 살아나지 않았다. “장본인의 얘기니 변명거리 면책용으로 치부해버릴 텐데, 해서 뭐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내는 데 또 시간이 필요했다. 몸을 추스르는 한편 잡념과 상념을 쫓으려 명상과 반추의 시간을 가졌다.

                                            _ 본문 중에서

 

 

 

책 갈피갈피에 전문서적이나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정치의 속살을 어느 정도 드러냈다. 그러나 정치와 정치인이 워낙 비난받는 세상이라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바른 정치에 대한 염원이 제대로 전달될지 자신 없다. 오랜 망설임 끝에 나 하나 불쏘시개가 되어도 좋다는 생각에서 출판을 결심했다. 인간인지라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실수도 있고 잘못도 있다. 여러 가지로 불비했고 부족했다. 이 책은 패배한 선거의 공천책임자로서 사심을 버리고 써내려간 고백기이자 참회록이다. 또한 불출마의 결단을 내려준 의원들, 아까운 낙천·낙선자들, 그리고 정치인과 정치 신인들에게 드리는 나의 반성문이자 정치 발전에 대한 소망기이다.

_ 머리말 중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실패 원인으로 분석한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국민의 지지가 눈물겹도록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또한 공천 과정에서도 희망의 샘물을 보았다. 살신성인의 결단을 보여준 중진의원들의 중후한 품격, 소장파 의원들의 강단 있는 기개, 공천 결과에 승복하고 후보자를 도와준 대승적 자세의 의원들, 컷오프를 자청한 유력 정치인의 감동적인 은퇴 선언, 당선 보장 지역구를 마다하고 험지에서 산화한 당 대표급 인물, 자신보다 당을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선택한 수도권 중진 출마자들, 통합의 기치를 들고 당당히 도전한 중도 성향의 후보자들, 한 유망한 청년 후보의 호남 도전기…….

_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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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
요즘 민주당 정권 하는 짓이 예사롭지가 않다. 누구 말처럼 이처럼 “단순 무식하게” 권력을 운용한 정권을 본 적이 없다. 그마저도 이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정치인양 착각과 마취 상태에 빠져 있는 듯하다. 무슨 군대도 아닌데 돌격대처럼
움직인다. 국회의원 180명이 한목소리로 일사불란하다.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이렇게 개성도 소신도 없이 거수기 역할을 하며 국회를 통법부로 만든 경우는 유신독재 이후 처음 봤다. 이럴 거라면 이렇게 많은 의원 수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국민이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준 것은 코로나라는 비상상황에서 힘을 모아 국난을 극복하란 뜻이지, 일렬종대로 서서 마구잡이 악법을 만들라고 한 것이 아니다. 4.15 총선 후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면서 만든 법률과 정책 중에서 그렇지 않은 것이 몇 개나 있는가. 다수당이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조절하는 역할 대신에 위만 바라보며 시키는대로만 한다면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정을 책임진 거대 정당이라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하고 이를 조정 통합하기 위하여 토론과 숙의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건만, 이런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당의 입맛에 맞는 편한 곳이 아닌 국민이 갈망하는 다양한 현장을 찾아 절절한 호소를 듣고, 각계 전문가와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하고 있는가. 겉이 아닌 속으론 쉽게 ‘예’라고 말이 나오지 않을 거다. 외부로 비친 당은 청와대 높은 사람 심기나 살피며 충성경쟁을 하는 모습이 아닐까.

대신에 여론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각종 친정부 단체(몇 년 전까지 어용단체라 불렸다)와 그 핵심들과만 교류 공감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 출연기관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부의 직·간접 지원이나 영향을 받는 거의 모든 조직 단체는 친문·친청와대 아니면 아예 발을 디딜 수가 없다고 하지 않나. 문화 예술계에 이어 종교 학술단체도 서서히 기울고 있다고 한다. 민노총 전교조를 비롯한 과격노조가 정권과 정치경제 공동체를 형성하여 이권과 이익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집권세력과 그 친위부대가 세상을 보는 잣대는 딱 한가지, “내 편이냐 아니냐”일 뿐이다. 끊임없는 편가르기로 우리편은 ‘결사 옹위’하고 상대편은 증오하고 제거함으로써 승부욕을 자극하고 희열을 느낀다. 정권의 작용에 의한 ‘진영 대결’이 이처럼 치열하고 적대적인 경우가 6.25전쟁 이후 최악이 아니겠는가. 권력 장악용으로 이용된 이 엄청난 국론 분열의 폐악을 해소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할까. 이것만 하더라도 이 정권은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고 있다.


【2:본】
국민 일반이 듣기 좋아하는 진보·정의·공정·평등이란 용어들을 식상할 정도로 많이 써먹어 정권 보위에는 성공했지만 뜻을 오염시켜 효용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도 그 잣대는 내편과 네편에 따로따로 적용한다. 그러다 보니 말과 행동이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다. 뻔뻔하고 위선적이고 가식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1세기를 움직이는 다양성과 창의력은 이들에겐 하등 중요치 않다. 나라의 미래나 이 공동체를 어떻게 살찌울까 하는 것은 이들의 사전에 없다. 딱 한 가지만이 중요하다. 지금 누리고 있는 권력을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는 것, 그것 뿐이다. 권력을 유지하고 또 장악하는 방법 역시 ‘단순 무식’하다. 인물 등용의 기준이었던 전문성 도덕성 인성은 하등 중요치 않다. 포장용일 뿐이다. 내편이 아니면 무조건 쳐낸다, 내편이라 하더라도 충성심이 떨어지면 마찬가지다. ‘문빠’같은 홍위병들을 적절히 동원해서 겁을 주고 입에 자물쇠를 채운다. 국민에겐 환심 살만한 일을 계속한다. 선거 때는 노골적인 현금 살포성 정책을 퍼붓는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도 적자재정이 계속되고 인플레가 발생하고 기업이 못 살겠다 아우성을 쳐도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교양·상식·이성·합리는 죽은 단어가 되어야 한다. 마오쩌둥의 홍위병이나 6.25전쟁 때의 완장부대 같은 얼치기들이 선량한 시민들을 겁박하면서 양심과 양식을 돈과 선동으로 마비시키려 한다. 나라가 병들고 시들어 간다. 권력장악과 유지를 위해선 마치 그리해야 되는 것처럼 이들만 신나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

국회의석의 60%가 넘는 180석(열린민주당까지 하면 183석)은 국민이 만들어주었다며 입법독재를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은 민주당에 49.9%의 지지를 보냈을 뿐, 180석은 선거법의 결과일 따름이다. 지난 국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듣보잡’ 악법이다. 연동형이란 각 정당이 받은 득표율대로 (국회의원) 의석수를 연동시켜 배분하는 방식이다. 만약 제대로 된 연동형 시스템을 적용해 득표율대로 의석 배분을 한다면 여당과 야당은 불과 20여석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승자 독식주의의 현행 선거법에 의하여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총 50%가 안 되는 득표로 의석의 65%를 차지한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41%를 득표하고 의석은 겨우 33%로 크게 줄어, 득표율 8.5% 차이가 의석은 근 두 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여당이 차지한 180석은 법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키라는 뜻이지, 야당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말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민주당이 정녕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국회의 준엄성을 안다면 이래서는 안 된다. 모든 의사와 법의안에 야당인 국민의힘이 41%의 민의를 대변할 권리와 권한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야당을 완전 배제한 전횡은 독재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다. 분명 말하지만 이런식의 의사와 입법 독재는 민주당을 위해서도 결코 이롭지 않을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멸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지 않은가. 국민을 만만히 보면 안 된다. 어느 순간 노도와 같이 일어나 민주주의 회복의 열정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 지역구 득표율은 여야가 49.9% : 41.5% 이며 이것이 민심이다. 현행 선거법에 의한 의석수는 163(+비례17) : 84(+비례19)이다. 만약 연동형제의 취지를 살려 지역구 득표율대로 의석을 나눈다면 126 : 105로 지금과 크게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비례대표수는 변함이 없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3:결】
지금 민주당을 누가 움직이고 있는가. 청와대인가 소속 의원인가 지도부인가 아니면 이른바 ‘문빠’로 통칭되는 강경그룹과 그 추종 의원들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차기 대권 후보들인가. ‘어디’인 줄 뻔히 알면서도 쉽게 ‘거기’라고 대답 못하는 묘한 상황이다. 과거 민주당에서 역할 했던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도 민주당의 현재와 나라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편협하고 전문성도 떨어지고 국가관도 확고하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일반적인 세평과 차이가 없다. 이분들이 새삼 무슨 자리를 탐해서 그러겠는가. 민주주의와 공정하고 평등한 나라를 위해 헌신해 온 사람들로서 그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대한 자괴감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원칙과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 때부터 급격히 잘못된 길을 걸어왔는데 고치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행보를 계속한다.

지금 우리는 두 가지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이며 1년 후의 대통령 선거다. 정치권 전체의 문제인데 여권이 더욱 초조함을 감추지 않는다. 재난지원금, 가덕도 공항 문제 등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 환심정책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려 한다. 지난 총선에서 재미 봤다고 또 써먹으려 한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선거에도 작용하므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결정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설령 이번 선거에 이기더라도 이긴 것이 아님을 뒤늦게 깨닫게 될 것이다. 대통령답고 집권당다운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임덕이 급격히 진행될 것이다. 대통령보다 오래 정치를 했고 선거도 많이 치러본 사람이기에 그 이유를 짧게 말하라면 첫째, 정당하지 못했고 둘째, 1년 후에 물러날 사람이기에 그렇다.

다른 나라를 갈 것도 없이 우리의 경우, 장기집권 시도는 공화당 이후 40여 년 동안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나는 권력의 냉혹함과 허망함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온 사람이다. 장기집권이란 무리수를 시도할수록 그것은 더욱 멀리 달아난다. 정권 재창출이든 권력승계든 새 사람이 새 말을 타고 와서 새 진용을 꾸리지 헌 말을 타지 않는다. 하물며 반대파가 이겼을 때는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과 권력자가 뒤탈이 걱정되면 선거에 초연하고 아름다운 갈무리에 주력해야 한다. 마음을 비워야 오히려 채울 수 있다. 지금처럼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 일은 점점 꼬이고 결국에는 낭패를 볼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 단 한사람도 웃으며 청와대를 나온 사람이 없다. 한국사의 비극이다. 경우는 각기 다르지만 일관된 공통점이 있다. 청와대 안의 유능한 참모라면 벌써 알아차려야 할 일이다.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이라는 집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도록 충정을 발휘하기 바란다. 그것이 나라도 당도 대통령도 살리는 길이다.

삼일절 아침, 한국사의 비극은 문재인에서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기에 드리는 진심어린 고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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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국시민 2021.03.01 0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일절 아침, 문 대통령은 어용 신문을 펼쳐 들고 웃음 짓기 전에 국가 원로의 이 충정 어린 고언을 뼛속 깊이 새길 일이다. 민정수석은 즉각 이 글을 대통령에게 직보하라.

  2. 이바닥 2021.03.02 1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 국가원로라고 하지만 한마디로 보수의 기생충일뿐이다 보수가 힘을 합쳐야 할때 뒤에서 한줌도 안되는 자기편 만들어서 먹을것 없나 하는 사람이 무슨말을 하는지, 지금 좌파들에게 칼자루를 준사람 무슨말을 하는지, 좌파들 잘하고 있구만 당연히 자기편끼리 놀지, 보수의 등뒤에 붙은 기생충처럼 숨어 있다가 먹을게 있으면 슬금슬금나오는 바퀴벌레들 보다는 좌파의 의리가 나은것 같은데

  3. 안태공 2021.03.20 15: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역구 득표율은 여야가 49.9% : 41.5% 이며 이것이 민심이다. 
    연동형제의 취지를 살려 지역구 득표율대로 의석을 나눈다면 126 : 105로 지금과 크게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올바른 시행을 바랍니다.

대통령이라 부르고 님자까지 붙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착잡한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정치 일선에서 진작 물러난 사람이 벌써 세 번째 드리는 글이 되었습니다. 조국 씨를 절대로 법무장관에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글과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영결식에 조문을 건의 드렸지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조국 씨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미국 정부에서도 조문하는 백 장군 영결식에 국군통수권자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일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기조에 의문과 실망이 컸습니다. 대통령의 성격과 성향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남은 신뢰의 벽마저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망설임 끝에 나온 글이라 두서가 없고 결례되는 표현이 있더라도 양해바랍니다.

 

며칠 전 몇 부처 장관에 대해 개각을 단행한 데 이어 어제는 말 많은 공수처법을 개정 통과시켰습니다. 며칠 후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하겠지요. 만만한 야당을 상대로 하니 이제 거칠 것이 없게 되었습니다. 윤석열만 자르면 만사형통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시대’로 가기 위한 진입 장벽을 제거한 건가요. 진보와 개혁을 표방하는 세력들이 더욱 앞장서 분위기를 잡겠습니다.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후 역대 가장 힘센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아마도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어느 한 시점, 그리고 박정희 유신 말기 때를 제외하면 이처럼 강력한 권한을 쥔 대통령이 이 땅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입법·행정·사법의 삼권은 말할 것도 없고 권한과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조직·세력·기구도 모두 친여 친 청와대 친 문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오백 년 조선 왕조의 어떤 임금님보다도 막강하지 않습니까. 그런 제왕적 권한을 가졌는데도 대통령의 표정은 밝지 못합니다. 뭔가 불안해 보이고 과거의 선한 모습도 제 눈에만 안 보이는 걸까요. 나라와 국민을 위한 노심초사인가요. 아니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나요.

 

최근 추미애 장관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입니다. 보기에 민망하고 이 나라 국민으로서도 부끄럽습니다. 눈 하나 깜짝 않고 헌법과 법률, 관련 규정을 무시하거나 편의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대통령의 뜻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광풍을 휘몰아치니 이제는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달리는 호랑이가 절벽에 떨어지기 전까지는 내릴 수 없는 신세 말이지요. 절제를 모르는 권력의 종말이 어떠하다는 건 잘 아실 겁니다. 문득문득 유신 말기 상황이 떠오릅니다. 충신 세 명만 있어도 백제는 망하지 않았고, 의인 열 명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는 잿더미가 되지 않았던가요.

 

검찰개혁이 도대체 뭔가요.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엄정한 수사를 하라고 대통령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람을 내쫓거나 헌법에도 없는 조직을 만들어 헌법기구가 힘을 못 쓰게 하는 것이 정의롭고 공정한 일인가요. 공수처법을 강제로 제정하더니 이제는 만천하에 웃음거리가 되는 방식으로 다시 개정했습니다. 국민 앞에 수없이 한 공언을 스스로 뒤집고, 시행도 해보지 않은 채 서둘러 고쳐야 할 절박한 사정이 세간에 회자되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가요. 공약하신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 비위를 다룰 특별감찰관은 지금까지도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수처를 통해서 정권에 ‘삐딱한’ 판사·검사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것인가요. 공수처법이 통과된 후에는 마지못해 청와대 특별감찰관도 내세우겠지요. 그러나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그 진정성 엄정성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요. 이중 삼중의 감시·통제기구나 법을 만든다고 권력이 오래 가거나 권력자가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족쇄가 되고 내부 권력투쟁으로 급속히 붕괴한 역사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지 않습니까.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윽박지르는 것이 민주적 통제인가요. 어느 사전에도 없는 짓을 스스럼없이 해대는군요. 설마하니 공산주의자들이 이와 유사한 말을 간혹 쓰는 것을 빌려온 것은 아니겠지요. 선출된 사람(권력)이 임명된 사람(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면 법무장관 역시 임명된 자이므로 해당되지 않습니다. 안하무인 격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데 제동을 걸지 않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가요. 선출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자기가 임명한 장관에게 끌려가는 듯한 모습은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민주적 통제가 고장났음을 말합니다. 대통령이 장관 눈치를 보고, 누가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떠도는 것은 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검사 윤석열을 졸지에 유력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야당입니까, 추미애입니까. 만약 청와대에 유능한 참모가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그녀를 벌써 해임했을 것입니다. 또 대통령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국회에서 해야 함에도 국회는 청와대의 부속품으로 취급당하고 있습니다. 민주적 통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3년여 전 대통령은 국민의 41% 지지로 당선되었습니다. 금년 총선에서 야당은 또 국민의 41% 지지를 받았습니다. 의석수는 여당과 두 배 가까이 차이나지만 득표율은 8% 남짓 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41%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41% 야당은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최근의 국회 모습은 일당독재와 다름없습니다. 같은 득표율을 받은 대통령께서 상련(相憐)까지는 아니더라도 야당을 야당으로 취급해주어야 합니다. 야당 생활을 해보지 않았습니까. 헌법 법률과 제도 때문에 그렇다고 치부해버리지 마십시오. 그런 생각에 잡혀있는 한 곧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입법·행정·사법의 삼권이 견제와 균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는데 법률가인 대통령께서 이를 모를 리 있겠습니까. 지금 권력의 상호 견제 기능은 완전히 상실된 채 모든 힘은 청와대로부터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이 대통령의 뜻이며 대통령의 민주주의 인식인가요. 아니면 보이지 않는 힘이 따로 작동하는 것입니까.

 

결국 추미애 쇼는 대통령 리더십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습니다. 대통령의 어정쩡한 태도가 이를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권력누수 현상(레임덕) 없는 후반부를 구가하려다 엄청나고도 급격한 레임덕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퇴임 후의 안정을 확보하려 이런 모험들을 감행했지만 그마저 보장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기국회가 끝나고 윤석열을 아웃시킨 후 추미애도 해임하겠지요. 장관 몇 더 얹혀서. 그리곤 개혁의 일 단계가 완료되었다고 공표하겠지요. 추미애 행태는 한마디로 국민을 짜증나게 했습니다. 정권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했습니다. 국민은 잠시 어리석은 것 같지만 결코 어리석지 않습니다. 결정적 시기에 국민은 매우 냉정하고 현명하니까요.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대통령 개인의 나라도, 청와대나 문빠나 보이지 않는 검은 세력의 나라가 결코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라 노심초사가 클 줄 압니다. 이제는 하나씩 내려놓을 때입니다. 권력의 하향점에선 곡선이 아니라 직선으로 내려갑니다. 이 나라의 자랑스러웠던 많은 부분을 훼손시킨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형오 드림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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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pchung 2020.12.11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국충정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우리 어찌해야할까요.

  2. 동감시민 2020.12.11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통령, 님뿐만 아니라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도 너무 과분한, 삶은 소대가리일뿐입니다. 김형오 의장님 같은 분이 국정을 통괄하셨어야 했는데...

  3. 사필귀정 2020.12.11 1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세상이 마음대로 될까요?
    뿌린대로 거두리라 믿습니다

  4. BlogIcon 청년보수 2020.12.11 16: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 너무 답답한 마음입니다..

  5. 이제영 2020.12.11 17: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집권층이 올바른 길은 마다하고
    스스로 죽는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자신들만 죽으면 되는데 국민들을 끌고 들어가니
    더 큰 문제입니다
    이젠 국민들의 인내도 거의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몰락의 길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것입니다.

  6. 얼탱이 2020.12.11 1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문재인의 폭정이 가능하도록 만든 1등공신께서 할말은 아닌듯요
    쥐죽은듯 조용히 박혀서 반성이나 하고 계실일이지 적이 내부에 있다느니 뭐 문재인을 비난하고 비판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추하기 그지 없네요
    기사보고 설마하고 찾아와봤더니 진짜 이러고 있네요
    나라꼴을 이렇게 만들어놨으면 그냥 반성과 참회속에 조용히 사시길 권합니다. 사욕에 눈멀어서 공천 엉망으로해놓은 결과가 위에 의장님이 써놓으신 문재인의 폭정이니깐요 자신이 마치 책임없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은 자신을 더욱 추하게 만들뿐입니다. 한때 국가 의전서열 2위까지 했던분의 모습도 아니구요. 그냥 조용히 사세요

  7. 박영숙 2020.12.11 2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또 다른 김형오가 있나 했네요~지금 병 주고 약 주나요? 그렇게 공천을 개판으로 만들때 당신이지금 문통한테 울부짖는것 처럼 우리도 당신에게 울부짖었어요 미친짓이 아니가 하구요~
    당신은 적인지 아군인지 알수 없는 이중성의이념을 알수없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양다리 걸치고 있는 그런 옳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었답니다. 그 오물은 좀처럼 씻기 힘듭니다.

  8. 이승철 2020.12.12 0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누리당 공천 개판 쳐서 저기들 마음대로 하게 만드신분이 누구신데... 가만히 계십쇼

  9. 자연인 2020.12.12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엄중하고도 공감이 가는 글을 감동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내내 가슴이 뛰었습니다.
    '잠시 어리석었던 국민이지만 현명한 국민이다'는 말에는
    표현할 수 없는 허망함에 가슴이 아팠지만 글 내용에는
    공감으로 허망한 가슴을 자위하면서 잘 읽었지만~
    마지막에 김형오라는 순간에 글이 역겹게 느껴져
    흥분을 감출 수가 없네요~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 세상을 뒤덮고 있어 정상적인 사람들은 우울한 요즘입니다. 법원의 윤석열 직무정지 부당결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판단인데도 사람들은 사법부의 판단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하고 안도합니다. 대법원장을 필두로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봐왔다는 염려를 뒤로하고 실로 오랜만에 정상적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이라면서 검찰과 검사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고, 정권의 비리는 덮고, 바른 검사는 내쫒거나 한직으로 보냅니다. 누가 봐도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이런 조치를 개혁이라 부르짖고 있으니 그들의 뻔뻔함과 몰역사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시중에서는 지금의 권력자들이 그토록 미워하는 유신독재를 닮아 간다고 말합니다. 아니 그보다 더 하다고 합니다.

요즘 권력을 보면 개악을 하면서 개혁이라 부르짖고, 부정·불공정·불공평을 정의·공정·공평이라고 우깁니다. 밤낮으로 소통하겠다 해놓고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통합과 관용을 내세우면서 네편 내편으로 갈라치고 네편에 대해서는 엄혹하기 짝이 없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에서 권력층은 맹목적 우국충정에 목맨 자들과 출세욕에 사로잡힌 몇몇 고시파들로 채워졌고 결국 그들이 정권을 망친 장본인이었습니다. 지금 권력층은 애국심도 부족하고 무능하면서 오직 권력 유지에만 핏발을 세우고 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사익추구를 공익인 줄 알고, 아부와 아첨을 나라에 충성하는 줄 착각합니다. 반대파를 배제하고 묵살하는 것을 협치나 공존이라며 지록위마를 서슴지 않습니다. 온갖 규제로 기업과 자영업자를 옥죄어 경제를 구렁텅이로 내몰면서 이를 경제민주화라 합니다. 국가 장래가 어떻게 되든지 표만 되면 무슨 일이든 다합니다. 포퓰리즘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다음 선거, 다다음 선거에서는 제2, 3의 재난지원금으로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뿌릴 건가요.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에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습니다. 행정, 입법, 사법에 헌재와 선관위까지 5부를 사실상 장악하고 적절하게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등이 독립성을 상실하고 전문가 대신 권력 해바라기들로 채우는 것이 개혁인양 호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도 한국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부러워 할만 하겠지요. 그러니 충신은 사라지고 나팔수와 전위대가 판을 치고 있는 거겠지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제왕적 대통령은 구중궁궐에 파묻힌 처럼 모든 판단을 유보한 채 바른 말을 못하는 대통령이 돼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야당은 국민을 답답하게 합니다. 정의가 유린당하고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목소리도 행동도 처절함도 끈기도 없어 보입니다. 권위주의 시대에서는 재야인사는 물론 야당 지도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독재에 철저히 대항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무너뜨렸고 무너졌습니다. 지금 야당과는 달라도 사뭇 다릅니다. 2년 후면 대통령이 물러나는데도 레임덕도 없고 청와대 눈치보기가 계속되는 건 야당이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숫자가 많으면 좋겠지만 적다고 못 싸우는 건 아닙니다. 지금 민주당이 야당시절 100명도 안 되는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정국을 주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도자가 나서야 합니다. 지금 비상시국이라 하여 비대위 아닙니까.

 

야당이 제 역할을 못 할수록 이 나라와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이 나라 아닙니까. 더 늦기 전에 지금 나서야 합니다. 서울·부산 시장선거니, 대선이니 하는 정당적 차원을 떠나 이 나라를 정의롭고 공정하고 희망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야 합니다. 투쟁 없는 정의는 없습니다. 법원도, 야당도, 지성인도 양심을 걸고 모두 나서서 나라의 정의를 세울 때입니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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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어이없네 2020.12.08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의 장미빛 이상에 치우친 공천의 결과가 얼마나 대한민국을 후퇴시켰는지 돌아보고 앞으로는 절대 앞으로 나오지 말고 자중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보수를 이토록 말살시켜놓고 도대체 나라꼴이 이게 멉니까

국군 통수권자로서 백선엽 장군을 조문해 주십시오

 

장마빗속에 두 인물이 하루 차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청 앞과 광화문 광장의 시민 분향소는 불과 몇 백 미터 거리였지만, 거기 모인 사람들의 간격은 너무나 멀어 보였습니다. 저는 10일에 박원순 시장, 12일엔 백선엽 장군 영안실을 찾았습니다. 박 시장 빈소에서 인생의 허망함을 느꼈다면, 백 장군 영안실에서는 나라의 어제와 오늘을 생각하며 역시 우울하였습니다.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주역인 백선엽 장군은 6.25 전쟁 때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입니다. 그를 비롯한 용감무쌍한 우리 국군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지도에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대통령께서도 이 땅에 태어나지도 못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전·현직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한 많은 외국 인사들이 조문을 와 "국가의 보물"이라 칭송하며 고인을 애도하고 기렸습니다. 빈소를 찾은 해리스 미국대사는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며 무릎을 꿇은 대사가 휠체어에 앉은 장군의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을 꺼내 들었다 합니다. 자국도 아닌 타국의 전쟁 영웅을 추앙하는 그의 태도가 우리를 뭉클하게, 또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우방 여러나라도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여 정중한 조문을 보내왔습니다.

 

대통령님, 진영논리와 정파적 편가르기에 찌든 나라를 물려주려고야 않으시겠지요. 해묵은 친일 논란은 지금 또 '우리''남남'으로 갈라놓는 정치도구가 되고 있지만,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쏘라"며 백 장군이 솔선수범한 구국의 충정과 빛나는 전공(戰功)은 세계가 인정한 리더십입니다. 비서실장을 대신 보내 영전에 꽃 한 송이를 바치는 모습이 뭔가 아쉽고 부족해 보인 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일까요? 간절히 바라건대 대통령께서 직접 빈소를 찾아 고인에게 예를 갖추어 주십시오. 그것이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또 국군 통수권자로서 마땅한 도리이고 의무입니다. 나라의 품격이기도 합니다. 그래야 군인들도 사기가 살고, 그래야 국민들도 국가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입니다. 구국의 영웅을 이렇게 소홀히 보내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을까요.

 

육군장이 아닌 국가장, 대전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모시자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무엇보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는 6.25 때 숨진 12만 전우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발인이 내일 아침 7시입니다. 영결식에 참석해 백선엽 장군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거수경례로 배웅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상식입니다. 우리가 소중히 지켜가야 할 나라의 존재 가치에 대한 예의입니다. 속으로 울고 있는 수천만 국민의 눈물을 닦는 일입니다. 그러면 백선엽 장군님도 좀 더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지 않을까요. 찢기고 갈린 국민 통합,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께서 꼭 하셔야 할 일입니다.

이 하루, 짧지만 긴 역사의 시간입니다.

 

714일 아침, 전 국회의장 김형오 드림.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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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삼이사 2020.07.14 0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가 원로의 이 충정 어린 권고를 받아들여 거수경례로 구국 영웅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기를 기대하며 지켜보렵니다.

  2. BlogIcon 고로 2020.07.14 1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병자호란때 청나라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조선의 여인네들에게 ..

    정조를 지키지 않고 돌아온 환냥 x 이라고 온갖 비난을 했었죠..

    나라를 못지킨 못난 선비님들이 지들 첩 가슴 더듬으면서 말입니다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수많은 흙수저 엘리트들이 성공을 위해서 군대를 가고 싶어 했는데 그들은 선택할수 있는 군대가 없었습니다..

    조국의 군대를 선택하지 못하게 한 못난 민족의 잘못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해방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받혀 전투를 했습니다.

    독립군대장으로 유명한 이범석이가 퇴로가 없어야 전투 잘한다면서 한강인도교 폭파시켰을때 대부분 일본군 출신인 한국장교들은 한강이북에서 목숨걸고 나라를 지켰습니다.. 즉 애국에 출신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의 고결하신 선비님들은 성추행범믄 비호하면서 진정한 애국자를 환냥x 마냥 무작정 비난해대지요.

  3. 파랑 2020.07.29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교안 대표의 무능,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천, 막천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역대급으로 졌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민주당 이하 종북좌파세력들에 의하여 급속도로 파과되기 시작함. 진짜 죽어서도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신거 아시는지요? 김형오 의장님. 정말 나라 생각은 1도 안하십니까?

 

제 책 <술탄과 황제>의 서평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bookworm님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로 책을 낼 때마다 꼼꼼하게 읽고 서평을 남겨주시는데 새해를 맞아 좋은 소식을 전해주어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책이 이어준 소중한 인연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안녕하세요, bookworm입니다.

 

오늘 메일은 특별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면 그 기쁜 소식을 전해줄 누군가는 가족 다음에 바로 의장님이라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기를 계속 기도하고 있었답니다.

 

벌써 3년이 되었네요. 제가 쓴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후기에 달아주신 댓글에서 출판 편집자라면 저에게 작가로의 변신을 권유하지 않을까 싶다고 하셨었습니다. 그 말씀에 기분 좋기는 했지만 그때는 그저 듣기 좋은 덕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들은 후 점점 싹이 자라고 자라... 책을 내는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우선은 쉬운 길을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쓴 다양한 서평을 나름대로 분류해보니 50가지 정도의 분야가 나오더군요. 밀리언셀러인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책 버전으로 목표를 삼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알려줄 수 있는 북큐레이션으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1년 전 출판사들에 기획안을 보냈으나 다 거절당했지요. 그때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를 읽고 보내드린 메일의 답장에서 의장님께서 바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책에 대한, 영화에 대한 님의 애정과 안목이 새삼 경이롭습니다.

​읽는 이에서 쓰는 이로 포지션을 바꿔도 좋을 만큼

글을 다루는 솜씨 또한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독자로서 님의 책을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아니, 이런! 의기소침하고 바닥에 떨어진 제 상태를 어찌 아셨을까? 이런 위로와 희망이라니...

아이들에게 엄마 이런 사람이야~하고 잘난 척 그 대목을 읽어주었는데 울컥해서 눈물이 나고 목소리가 떨렸었지요.

 

지금의 출판 시장에서 제가 쓰고자 하는 내용은 호응이 없고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러면 독자들이 원하는 것 중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무얼까, 고민했지요. 그래서 엄마들을 위한 초등독서법 원고를 썼고 인물과사상사의 실용서 임프린트와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활자중독 수준이고 아주 어릴 때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기에 독서란 숨쉬는 것처럼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도 않았고 독서교육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지요. 숨쉬기 교육을 따로 하지 않는 것처럼요. 하지만 독서라는 것 자체의 오묘하고 깊이 있는 의미에 뒤늦게 눈을 떴고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여주지 않은 것에 대한 뒤늦은 회한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지금은 아이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를 하고 있구요.

 

사실 원고를 다 완성한 상태도 아니고 책이 나오려면 몇 달이나 더 있어야 하기에 말씀드릴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책을 내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로부터, 처음으로 저를 알아봐주시고 격려해주신 의장님을 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와 함께 이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답니다. 그리고 새해 첫 소식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의장님 역시 기뻐하실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써야 할 가장 어려운 챕터들이 남아 있어 부담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책을 쓰기 전보다 쓴 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출판사 미팅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정말 더 노력해야 하고, 더 공부해야 하지요. 제 목표는 어려운 출판 여건에서도 책이 잘 팔리게 하는 것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목표는 인문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인 인물과사상사의 실용서 임프린트가 아닌, 인물과사상사의 이름으로 출판할 수 있을 만한 깊이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도 당장은 의장님께 이런 소식 전해드리고 싶다는 제 소망을 이루어 무척 행복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책이 나오면 직접 뵙고 감사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2020. 1. 3.

bookworm 드림

 


 

bookworm, 작가 탄생을 축하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가 호흡기가 좀 안 좋아 따뜻한 동남아에 와 있다 보니 답장이 늦었습니다.

반갑고 기쁜 새해 소식이네요. 내 예감이 들어맞은 것 같아 흐뭇합니다.

3년 전 내가 건넨 말이 bookworm님에게 격려와 희망의 작은 씨앗이 되어 마침내 싹을 틔운다니 보람을 느낍니다.

 

적극적인 도전 끝에 출판 계약을 맺고 예비 작가로 새해를 맞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J. K. 롤링도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겹게 쓴 해리포터 원고가 열두 번인가 퇴짜를 맞지 않았던가요. 열세 번째로 노크한 작은 출판사의 눈 밝은 편집자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마법 같은 기적은 끝내 탄생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릅니다. 몇 달 뒤 태어날 bookworm님의 신간이 작가에게도 그리고 출판사에게도 좋은 기회와 행운을 선사하기를 기대합니다.

 

선험자로서 한마디 조언하자면 글을 쓴다는 것, 책을 낸다는 것은 피를 말리고 혼을 사르는 작업입니다.脫稿 脫苦의 다른 이름임을 나도 작가로 제3의 길을 가면서야 깨달았답니다.

고통과 시련이 앞을 가로막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헤쳐 나가기 바랍니다.

 

물론 쉽게 쓰고 쉽게 팔리는 책들을 더러 봅니다. 세태가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런 부류에 휩쓸리고 싶지 않고 bookwarm님도 저와 같은 생각이리라 믿습니다.

 

첫 책의 주제가 엄마들을 위한 초등 독서법이라니 기대가 큽니다.저자의 숨결과 체온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 저자와 독자가 한마음이 되어 책장을 넘기리라 생각됩니다.

 

나 역시 지난해 말 내 블로그에 김형오의 도서 산책이란 이름으로 연재성 책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bookworm님도 이 산책에 좋은 길동무가 돼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책벌레에서 작가로 거듭날 bookworm님의 건필과 건승에 다시금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성취와 보람으로 가득한 새해이기를 바랍니다.

 

 

- 2020 1 6, 베트남에서 김형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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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노트 2020.01.18 1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아름답고 멋진 인연입니다. bookworm님의 데뷔작, 기대가 큽니다.^^

‘비움’과 ‘내려놓음’이 몸에 밴 청아한 선비형 정치인

 

5선 의원, 국회의장 마친 뒤 아름다운 퇴장

약자에게도 따뜻한 시선…이제 작가의 길로

 

타고난 약골체질 철저한 자기관리로 극복

회심의 역작<술탄과 황제> 서점가 돌풍 일으켜

 

김형오 동문의 마포 연구실에 걸린 ‘실사구시(實事求是)’ 표어 액자.

김 동문이 중국 텐진(天津)대학 명예박사 학위 수여 때 받았던 기념 액자다.

이 액자엔 사연이 있다. 김 동문의 국회의장 시절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초청으로 방중 면담이 계획됐다가

후 주석의 급한 일정 때문에 약속이 펑크났다. 얼마 후 외교라인을 통해 죄송하다는 사과문와 함께

다시 초청을 하고 싶다는 전갈이 왔다. 김 동문은 “안간다. 박사학위나 주면 몰라도”라며 짐짓 거절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 중국에 큰소리 칠수 있던 시절. 그러자 후주석 측이 국무원 동의까지 필요한

명문대학 명박을 부랴부랴 주선했다는 것이다. 

텐진대 명예박사 학위는 중국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위민(于敏)외에 김 동문이 유일한 수여자다.

 

 

2011년 8월31일 부산시청 기자회견장. 전 국회의장 김형오(20회)동문이 기자들 앞에 서서 상의 안 포켓에서 준비해온 원고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이번 18대 의원을 끝으로 정치계를 떠납니다.”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이었다.

 

회견장이 웅성거렸다. 어떤 기자도 예상 못한 내용이었다.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차기 총선, 때 이른 물갈이 시작”, “5선 국회의원에 의장까지 했으니 물러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자리에 연연않고 떠나는 원로다운 면모” 등 긍정평가에서부터 “당이 어려울 때 자신만 독야청청 피신하느냐” 는 냉소적인 비판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심지어 “돈 먹다 걸렸나”, “건강에 문제가 있나”등 의심의 눈초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태평했다. 훗날 한 기자에게 “20여년 짊어져 온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했다”, “그동안 가슴 깊이 품어온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는 설레임으로 들뜬 기분이었다”는 등의 당시 심경을 회고한 바 있다. “나를 정치인으로 키워주고 국회의장까지 하게 해준 부산에서 마지막 정치 작별인사를 하는 게 도리”라서 부산을 택했다고 한다. 그는 근래 최연소 국회의장(만61세)이었고 국회를 떠날 때가 만 65세였으니 여러 말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지난 9월5일 국회도서관 1층 중앙홀. 개인소장 도서 2000여점, 자료·문건 5000여점과 국회의장 재직시 외국 VIP들로부터 받은 선물 178점을 국회 도서관에 기증하는 ‘기증자료 특별전’ 개막식에서 김형오는 다시 한번 만장한 기자들 앞에 섰다. “오늘 이 자리가 공인의 삶, 공적인 신분, 공직자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가 고민하는 분들에게 저의 작은 행동이 느낌표 하나를 찍어줄 수 만 있다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한국 서정시의 한 획을 그은 시인 이형기(1933~2005)는 주옥같은 시를 많이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낙화(落花)’는 문학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사랑을 받는 대표작이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략)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날” 인생의 낙조, 또는 퇴장의 미학을 떨어지는 꽃잎에 은유해 표현했다. 그래서 정치인, 경제인, 사회인 등 지도층의 귀거래사 뒤에는 이형기의 이 낙화 시가 자주 인용된다.

 

한수이남 최고의 명문인 경남중고가 70여개 성상동안 배출한 국가의 동량, 각계 각층의 지도자급 스타들은 밤하늘의 별들처럼 셀 수없이 많다. 동아일보 기자로 언론계에서 출발해 관계를 거쳐 5선 국회의원을 하고 국회의장을 끝으로 은퇴한 김형오 동문도 찬란한 빛을 발하는 그 별들 중 하나다.

 

김 동문은 정계에 몸담은 기간 좌우에 크게 치우침이 없이 정도를 밟아왔고 시대정신에 발맞춰 민주주의의 기틀을 공고하게 다졌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그의 정치적 삶이 격동의 한국 정치사에서는 드물게 클린했다는 점, 그리고 그의 퇴장이 가야할 때를 알고 떠나는 낙화의 뒷모습처럼 아름다웠다는 점도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와 존경을 받는 배경중 하나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의 볼썽사나운 자리다툼이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현 시국에서 김 동문의 그런 ‘비움의 행적’은 찬연히 빛나는 귀감으로 더욱 돋보이는 상황이다.

 

김형오 동문은 요즘 칼럼니스트로 활약중이다. 주요 언론매체에 간헐적으로 정치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문재인(25회) 정권의 잘못을 정중하지만 날카롭게 지적하고 때로는 자신이 몸담았던 보수야당을 향해 따끔한 질책을 가하기도 한다. 얼마전 문화일보는 18~19면 양면을 통털어 김 동문과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여기서 김 동문은 지소미아 등 외교정책과 경제정책, 검찰개혁과 교육문제 등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의욕이 앞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며 불안감을 나타내면서 5년 후배인 문대통령에게 “서운하다 생각하지 말고 (권한을) 내려놓고 비워놓는 준비를 해야한다”고 충고했다. 이명박, 박근혜 때도 바른소리 한다고 밉보였는데 마음을 완전히 비운 지금 나라 위해 무엇을 망설이겠느냐는 것이다.

 

김형오 동문은 경남 고성 산(産)이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거주하시던 부모님이 해방과 함께 1남2녀(김 동문의 두 누나와 형)를 데리고 귀향한 직후 태어났다. 김 동문은 태어날 때부터 약골이었다고 한다.

 

밖에 나갔다 하면 넘어지고 긁히고 터지고 째지기 일쑤였다. 걸핏하면 감기 몸살 등을 앓았다. 의료시설은 커녕 약국도 제대로 없던 시절인지라 부모님은 언제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자식으로 치부하며 불안해했다고 한다.

 

그래도 ‘기신기신 살아남아’ 나이가 찬 김 동문은 시골 읍내의 고성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지각과 결석을 밥먹듯 했다. 6년 동안 개근상과 전근상 한번 받아보지 못했고 소풍가는 날도 자주 아파 빠진 적이 많았다. 시골아이들의 일대 로망인 도시(부산)로의 수학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자연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모두 등교한 이후 김 동문은 방에 드러누워 형과 누나의 교과서를 비롯해 집에 있던 책이란 책은 죄다 읽으며 소일했다. 장화홍련뎐, 춘향뎐, 홍길동전 등 고전소설은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초등학교 3학년 즈음엔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어려운 한자도 있었으나 아버지와 어머니께 물어보며 세상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인생 새옹지마라 했던가, 아니면 전화위복이라 해야 하는가. 김 동문의 이런 허약체질이 그에게 깊고 넓은 지식을 선물했다. 동아일보사에 입사해 기자로 활약하고 외교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연구관으로 돋보이는 활동을 했으며 정계에 입문, 유권자를 향해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다 이 당시 쌓았던 교양 덕분이었다. 게다가 은퇴 후 작가로서의 삶을 새로 시작하면서 <술탄과 황제>라는 대작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어렸을 때부터 다져놓았던 방대한 독서량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렇게 결석이 잦았음에도 성적이 우수해 경남중학교에 지원, 합격했다. 시험치러 부산으로 가면서 처음으로 버스를 탔고, 기차·전차를 구경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누나와 함께 서대신동 산 중턱에서 자취를 하면서 살았다. 쌍백선 교복을 입고 등교한 첫날 에피소드 하나. 입학식을 마치고 귀가하는 도중 도회지 부산의 풍물이 신기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느라 길을 잃었다. 걸어서 30분이면 닿을 거리를 이러저리 헤메느라 너댓시간이나 걸렸다. 해거름에 집에 도착하자 누나가 큰 걱정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길을 잃었다고 하자 “전찻길만 따라오면 되는데” 라며 촌뜨기 동생의 주변머리 없음을 나무랬다. 큰 길에서는 우리집이 있는 산이 보이고 올라가는 골목 입구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야 알았다.

 

당시 토성동에 소재한 경남중학 담벼락에는 만화가게와 책방이 있었다. 여기서 김형오의 독서 본능이 물만난 고기처럼 발휘됐다. 중1, 중2 때 당시 삼국지 수호지 열국지, 통일천하 등 이른바 지(志)자 류 고전을 밤을 새워 읽었고 중3 때는 세익스피어 전집 등 서양의 문학작품까지 섭렵했다. 성적은 그런대로 상위권에 속했다. 중3 때 김형오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같은 반이었다. 김 동문은 “당시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즉각 승태한테 물어봤는데 정말 빨리, 그리고 자상하게 풀이를 해줬다”며 회고한다.

 

덕분인지 경남고는 매우 좋은 성적으로 입학하여 구덕산 덕형관 캠퍼스에서 그런대로 보람찬 학창시절을 보냈다. 성적도 성격도 무난한 탓에 동기 친구들과도 깊은 우정을 나눴다. 고2 가을에야 그는 초·중 때 못가본 수학여행을 처음으로 맛본다. 그런데 운명의 고3때였다. 아버지의 권유로 당시 소문난 이비인후과에서 비염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무슨 혈관을 잘못 건드렸는지 피가 멈추지 않았다. 양 콧구멍에 아기 주먹 만큼한 지혈제 솜을 틀어막은 상태로 영도 집에 돌아왔으나 피는 계속 줄줄 흘러 세숫대야로 받아 내야 할 정도였다. 얼굴의 일곱 구멍에서 피가 쏟아졌다.

 

이때 김형오 군은 죽음을 생각했다. “한창 피를 쏟아내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해졌다”고 회고하는 김 동문. 이후 그의 인생을 관통한 비움과 내려놓음은 그때 깨달은 삶과 죽음의 철학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싶다. “1965년 5월16일 토요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바로 4년 전 5.16을 일으킨 날이었으니까”.

 

피는 멎었으나 몸은 엉망이 됐다. 60kg 이상 나가던 체중이 43kg으로 줄어들었다. 몇 달을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근 4달 책 한권 보지 못하고 들어누워 있다보니 성적이 뚝 떨어진 것은 당연했다. 휴학을 신청했다. 하지만 담임이던 ‘악한’ 박태현 선생님이 적극 만류했다. 영도 우리집으로 직접 오셔서 “형오 실력이면 서울법대도 들어 갈 수 있습니다.”라고 장담했다. 기분이 좋아진 부모님, 담임의 권유대로 서울법대에 지원했지만 보기좋게 낙방했다.

 

결국 김형오는 재수를 결심했다.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하에 영도 영선동 집에서 태종대 입구까지 2km정도의 거리를 매일 조깅했다. 처음엔 숨이 차서 몇 번을 쉬어가며 겨우 다녔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걷다 보니 나중엔 뛸 수도 있었다. 자형은 김형오의 건강회복을 축하하며 제주도 여행을 선물했다. 이때 난생 처음으로 페리를 타고갔다. 오는 날은 풍랑을 만나 지축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12시간 내내 배멀미를 했던 것 같다”고 김형오는 회고한다. 그래도 그의 첫 해외(?)여행은 회복한 건강 덕분에 무사히 끝났다.

 

김형오의 관리 능력은 건강에 이어 학업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6월경 서울에서 제일 좋다던 양영학원에서 재수를 하던 친구의 권유로 편입시험을 치렀는데 그 친구가 시험에 나올만한 수학문제 몇 개를 알려준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달 후 1학기 종합성적은 184명 중 182등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김형오의 도전의식이 강하게 발동한다. “이럴 순 없다”며 자기 나름의 학업 계획을 세웠다. 하루 일과와 각 과목 진도 스케줄을 촘촘하게 짰다. 8월 하순부터 12월 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스케줄대로 1분1초도 어긋남 없이 실천했다.

 

그 결과 학원의 최종 성적으로 10위권에 들었다. 서울 법대도 너끈히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시공부하다 몸 상한 사촌형의 사례를 목도하면서 서울 문리대에 원서를 냈다. 당초 정치과를 희망했으나 데모꾼이 될 것을 우려한 부모님의 강권에 따라 외교과로 지망을 바꿨다. 외무고시엔 흥미가 없었다. 외교학을 배우면서 국제정치에 관한 식견을 가다듬었고 모택동·레닌 관련 혁명) 서적도 열심히 탐독했다. 나중에 보수당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진보 이념에 적지 않은 심퍼시를 가지게 된 것은 학부시절 접했던 그런 서적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김형오 동문은 작년 7월23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자신이 좋아하던 두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내 염천에도 불구하고 검은 상복을 입고 연이틀 상가를 찾았다. 한명은 생전에 인격적 교류를 나눴던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고 다른 한명은 젊었을 때부터 그의 작품에 매료됐던 소설가 최인훈이었다. 최인훈은 좌우 이데올로기의 틈바구니에서 고뇌하는 젊은이를 그린 <광장>과 <회색인> 등으로 김승옥, 이청준 등과 함께 60~70년대 대학가를 풍미한 한국의 대표적 작가였다. “신동아 기자시절 원고 청탁을 위해 몇차례 최 작가를 만나는 기회를 가져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김형오 동문. “특히 <광장>은 1960년대 벽두에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새벽 4시의 사이렌 소리처럼 잠든 나의 의식을 뒤흔들었다”고 회고한다.

 

김 동문은 대학원 재학 중 입대해 정보사에서 정보분석요원 등으로 35개월을 꼬박 복무한 뒤 전역, 1976년 초 동아일보사에 입사한다. 동아투위와 백지광고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었지만 여전히 어수선하던 분위기였다. 여기서 2년정도 근무한 뒤 그의 글솜씨를 눈여겨 본 강영훈 당시 외교안보연구원장(전 총리)의 부름을 받아 외교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두 번째 직장이었다. 3년 후 강 원장은 주영대사로 부임 차 떠나면서도 김형오에게 각별한 애정과 염려를 표할 정도로 두 사람은 일반적인 상사-부하관계를 넘어섰다. (국립현충원에 있는 강영훈 총리의 묘비명은 가족의 요청으로 김형오가 직접 썼다.) 김형오의 인생 2모작이 여기서 끝나는가 했는데 의외의 손길이 그에게 뻗쳐왔다. 청와대(공보비서실)가 그를 발탁한 것이다. 82년 시작된 그의 청와대 생활(공보·정무 비서실)은 다시 총리실(정무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마감한다. 2년간의 원외지구당 위원장을 거쳐 1992년 대망의 국회의원 뱃지를 단다.

 

고등학교 때부터 보낸 영도에서 내리 5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04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2006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2007년 제17대 대통령인수위 부위원장 등 굵지굵직한 보직을 역임했다. 특히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제18대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맡으면서 한국 의회주의를 반석위에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았다. 여의도 국회사에서 그 누구도 김형오 동문만큼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활한 의회를 운영하려 한 의장은 없다는 것이 언론계 안팎의 일반적인 평가다.

 

국회의원으로서 그의 업적중 하나는 개헌문제를 비롯 이 나라 민주헌정체제를 바로 잡으려는 시도였다. (그는 선거로 당선된 5년 단임제 대통령들이 모두 불행한 비극을 맞는 것은 대통령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3권 분립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재임 초기에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지만 후기로 갈수록 차기 대권 구도로 관심이 이동하여 식물형 대통령이 되고 퇴임 후에는 비극적 종말을 맞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것인데 이것은 그냥 두는 ‘무늬만 개헌’, ‘개헌만을 위한 개헌’은 단연코 반대한다. 그래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이나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도 반대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당의 지나친 강대화로 인한 국회의 약화, 국회의원의 정당 눈치보기를 지적한다. “여당은 청와대 눈치보고 야당은 강경파에 끌려 다니고, 국회는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지도 미래를 제시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과 정치관계법의 개정을 그는 필생의 역점으로 두어왔고, 이를 고치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2012년 정계를 은퇴하고 나서 김형오 동문은 오히려 필생의 역작을 만들어냈다. 1453년 동로마 제국이 오스만 제국의 공세에 무릎을 꿇고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지는 그 현장을 팩션(픽션+팩트)으로 구성한 <술탄과 황제>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재구성해냈다. 480쪽이 넘는 대작임에도 유려한 글 솜씨 탓에 술술 읽힌다. 지금까지 47판을 인쇄, 1000권 파는 것도 어려운 인문학의 실종 시대에 5만권이나 판매됐다. 또 작년에는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란 <백범일지> 해설서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20여년 정계에서 몸담은 사람으로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베스트셀러의 저자가 된 것이다.

 

기증자료 특별전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으로부터 기념패를 받는 김형오 동문

 

“<술탄과 황제>는 수차례 현장을 여행하면서 나의 에스프리를 온통 쏟아부었지요. 엄청나게 고생했지요. 어릴 때부터 가슴에 품었던 작가의 꿈을 실현한 만큼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그는 이제 전 국회의장 김형오 보다 작가 김형오라는 호칭을 더 선호하고 있다. “세 라 비, 이것이 인생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그의 조용한 미소에서 그다지 단단하지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역동적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이 잘 정돈된 책장처럼 단아하게 느껴진다. 지난 9월 김형오 자료 기증식에서 그는 김구 선생이 즐겨 썼던 조선 후기 선비 이양연(李亮淵)의 시 ‘야설(野雪)’ 을 읊으며 답사를 마무리했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길 걸을 땐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은 길은 뒷사람에게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 한국 정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홀연히 살아가는 한 모범적 용마를 보고 있다.

 

/강성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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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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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은 때다. 예로부터 겨울, 밤, 비오는 날을 ‘삼여(三餘)’라 하여 독서하기 좋은 때라 하였다. 농사짓던 옛날이야기이긴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유효하다. 홀로 있는 시간이라야 책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 바쁜 현대인에게 삼여는 귀한 시간이다. 한국인의 독서 시간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진다. 특히 우리는 스마트폰에 너무 매여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것 같다. 수시로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SNS에 참여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게임과 인터넷 서핑을 한다. 독서와 성찰의 시간은 짧고, 네트워크에 연결하여 관계 맺거나 입장을 표현하는 시간은 긴 셈이다. 왜 그런가. 트렌드, 곧 집단적 흐름이나 방향에 민감한 문화가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여론조사를 중요시하고 늘 어디가 대세인지 촉각을 세운다. 댓글과 SNS 의견을 열심히 살핀다. 이러다 보니 댓글 조작 사건이 계속 터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독서를 안 할까. 단지 시간이 없어서일까. 내 주위만 보더라도 책 한 권 읽지 않고 한 해를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문제는 그래도 사회생활 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데 있다. 대화를 하거나 채팅을 할 때, 가벼운 수다나 잡담만으로도 충분하다. 주체적인 견해나 논리를 내세우면 오히려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피로하게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진영의 깃발 아래 서서 그 소속감에 위안을 받으려 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필사적으로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독서는 너무 무겁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책을 읽으면 생각을 해야 하고, 나름대로 쓰고 토론하는 등 정리해야 남는 게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독서와 생각의 깊이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알려진 사회 지도층이나 지식인들의 행태를 보면 품격은커녕, 너무나 가볍고 얕아서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편향되고 왜곡된 지식으로 일반적인 상식과 판단을 뒤집어버린다. 아마도 방법과 방향이 한 쪽으로 치우친 독서를 한 탓이리라. 또 얄팍하고 알량한 책을 읽다보면 세상을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 ‘나쁜 책’이 아닌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는 지식을 바탕으로 지혜를 추구한다. 지식이 지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강을 건너야 한다. 그런 다음 쓰거나 토론을 통해 융통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혜화되지 않은 지식의 축적은 곡학아세, 아전인수로 흐르기 쉽다. 독서도 편식을 하면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오랜 시간 검증된 고전은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책들이다. 그래서 현인들은 책 한 권을 권하더라도 신중하게 한다.

 

대통령의 독서는 희망을 준다. 강희제와 링컨은 독서광이었다. 그들은 신중했지만 결단이 필요할 땐 신속하고 과감했다. 현재 세계 최강의 나라인 미국과 중국의 기초를 튼튼하게 만든 리더들이다. 대통령의 독서는 그래서 중요하다. 선택과 결단이 나라와 시민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민들은 대통령이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해 하지만 공개를 꺼린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독서 뉴스는 상식을 깼다. 책을 읽기 위해 일부러 휴가를 냈다는 것도 그렇고, 가까운 지인의 신간을 소개한 것도 그렇다. 너무 공격적이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매었다는 여론이 있다. 그러나 옹졸하게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을 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계기로 삼을 필요는 있다.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긴 안목과 내공으로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스스로 도덕성과 절제력을 갖춘 리더가 보이질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자화상이고 현주소다. 지금부터라도 인물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그 출발은 독서에 있다. 우리는 디지털·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영역과 경계가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학교 교육을 비롯한 기존 사회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 가지, 오직 독서는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을 것 같다.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상상력을 창출하는 인간 고유의 역할로 남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고전 책 읽기’를 제안하려 한다.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하자. ‘읽생쓰토’는 독서의 기본이고 인류의 지혜다. 지식이 과거의 유산이라면 지혜는 미래의 횃불이다. 내가 먼저 시간을 내어 몇 권의 책을 소개하면 누구나 이를 참조하여 자유롭게 독서하면 된다. 내가 제시하는 책은 단지 가이드일 뿐, 각자가 알아서 결정하고 편하게 읽되, 토론의 장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오프라인도 좋고 온라인도 좋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남의 다양한 주장과 배려를 배운다면 그것은 독서와 함께 훌륭한 덤이 될 것이다. 책 읽는 인생, 독서하는 국민은 미래도 희망적이다.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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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벌레 2019.12.12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를 취미라 말하기 부끄럽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왜? 독서는 취미라기보다는 마땅히 해야 할 의무나 도리에 가까웠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지하철 안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는 이가 너무나 드물 정도입니다. 하나같이 스마트폰에 눈을 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세태에 경종을 울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