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 서거 69주기 추모식사
오늘 우리 겨레의 큰 스승이며 참된 어른, 선각자이신
백범 김구 선생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걸음 하여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여러 번 바뀌어도
백범은 언제나 그리운 얼굴, 사무치는 이름입니다.
해마다 6월 26일이 오면 우리는 잊지 않고 이 자리에 모여
옷깃을 여민 채 선생의 정신과 사상을 되새기게 됩니다.
백범은 암울한 시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외로이 맞서 싸우며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초지일관의 삶을 사셨습니다.
눈보라가 휘날리고 폭풍우가 몰아쳐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으셨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한평생을 사셨기에 역설적으로 죽어도 죽지 않는,
살아 있는 역사로 남아 영원한 생명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안내인도 표지판도 불빛도 없는 멀고 험난한 노정이었지만
선생은 스스로 길을 내고 등불을 밝히며 고단한 발걸음을 내딛으셨습니다.
즐겨 쓰시던 시구처럼 “오늘의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하시면서 절대로 허튼 걸음을 걷지 않으셨습니다.
조국의 산하와 중국 대륙 곳곳에 피땀으로 얼룩진 얼과 혼을 새기셨습니다.
올해 서거 69주년 기일에는 특별히 뜻과 정성을 모아
백범 선생님 영전에 세 권의 책을 바칩니다.
밤이슬에 옷자락을 적시며 해진 신발을 신고
당신께서 온몸으로 헤쳐 가신 그 길을
전문 연구자 여덟 사람이 되밟았습니다.
당신의 숨결과 체온을 더듬으며,
흙 속에 바람 속에 숨어 있고 깃들어 있을
작은 무엇이라도 찾아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오늘 영전에 바치는 이 두 권의 책에 이어
선생님 서거 70주기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는 내년에는
한·중 학자들의 합작으로 중국 대륙 답사기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당신이 나고 자랐으며
망명 전까지 머물면서 일제에 항거했던,
또 환국 이후 통일을 열망하며 삼팔선을 넘었던
북녘 땅 답사기도 꼭 낼 생각입니다.
저 또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쓴 졸저 한 권을 선생님께 바칩니다.
어렵고 힘겨운 일에 부닥칠 때마다
“김구 선생이라면 이런 때 어떻게 하셨을까?”,
《백범일지》 안에서 길을 묻고 답을 찾던 경험이
이 책을 쓴 동기와 바탕이 돼주었습니다.
혼돈의 시대, 우리 젊은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보통 사람들이 용기를 되찾는 데 《백범일지》를 풀어 쓴 이 책이
도움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모자란 재주로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공부가 부족한 탓에
선생께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두렵고 조심스런 마음입니다.
오늘 저는 이런 질문을 던져 봅니다.
“1945년 8월, 그토록 갈망하던 조국 광복의 날이 왔건만
백범 선생님은 왜 오롯이 기뻐하실 수 없었을까요?”
향후 전개될 통일 정부 수립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의지, 우리 정부의 발언권보다
외세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셨기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선생의 우려는 그대로 들어맞고 맙니다.
지금 한반도는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역사의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어렵고 안개 속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이라면 이런 때 어떻게 하셨을까요?
선생께서 역수어(逆水魚)의 패기와 기백을 가지라며
역설하신 말씀이 절실하게 가슴으로 밀려듭니다.
“죽은 물고기는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 떠내려가지만
산 물고기는 목적지를 향해 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뚜렷한 목적 아래 급류를 박차고 거슬러 올라가는
살아 있는 물고기가 되어야 한다!”
선생께선 또한 이 말씀을 필생의 경구로 삼으셨습니다.
“절벽에선 붙잡은 가지마저 손 놓아 버려라!”
오늘 이 시대 지도자들이 이런 자세와 각오로
자기를 버리고 책임과 헌신을 다한다면
국민은 안심하고, 나라의 미래는 뻗어나갈 것입니다.
백범이시여, 꺼지지 않는 겨레의 혼불이시여!
언제까지나 밝게 빛나고, 뜨겁게 타오르며
조국의 앞날을 환히 비추소서.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봉합하며
화해와 통합으로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 앞길을 바르게 인도하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당신께서 그토록 소원하셨던
완전한 독립, 곧 통일 대한민국의 새날을 맞이할 준비를
제대로 하는 용기와 지혜를 주소서.
-2018년 6월 26일,
사단법인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 김형오 삼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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