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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6] 백범 선생 서거 70주기 추모식사

사진출처 : 연합뉴스(2019-06-26)


“내 양심은 내 죽음을 초월하고 나라를 사랑했습니다.
내가 만일 어떤 자의 총에 맞아 죽는다면
그것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듯
이 나라에 많은 애국자를 일으킬 것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돌아가시기 3년 전인 1946년 7월
기독교 잡지 「활천(活泉)」에 유언처럼 남기신 글입니다.
자신의 최후를 예견이라도 한 걸까요?
백범이 한 알의 밀알로 땅에 떨어진 지
어느덧 70 성상(星霜)을 헤아립니다.
그사이 강산이 일곱 번 바뀌었습니다.

1949년 7월 5일 영결식 때 백범과 평생 한길을 걸었던
엄항섭 선생이 바친 추도사는 지금도 심금을 울립니다.
“몸은 무상해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하늘의 낙원에 가셨을 것이로되
그 뜻과 정신은 이 민족과 역사 위에 길이길이 계실 것입니다.”

당신께선 독립선언서 공약 3장에 담긴 표현처럼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조국의 독립과 광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마지막 사람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는 민족의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막기 위해
그토록 노심초사하고 분투하셨습니다.

올해 우리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백범 선생님 서거 70주기를 맞은 오늘
특별히 뜻과 정성을 모아 두 권의 책을 영전에 바칩니다.
한국과 중국 열한 명의 학자·전문가가 함께 이뤄낸
중국 대륙 답사기입니다.
선생과 임시정부 애국지사들이 걸어간
그 멀고 험난한 노정을 되밟으며
독립을 위한 처절한 투쟁의 흔적과 발길을 복원한 책입니다.
그러나 27년에 걸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기나긴 역정과
백범을 비롯한 수많은 의사 열사 지사들의 피땀 어린 족적을
이 두 권의 책에 어찌 다 담을 수 있겠습니까.
부족한 점도 많고 사실 확인이 어려운 부분도 많아
혹시나 백범 선생께 누를 끼치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입니다.
그래도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이만한 저작,
이만한 성과도 드물지 않을까 외람되이 자부해 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뜻깊은 날에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 오로지 조국 광복과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분들을 생각하며 옷깃을 여밉니다.
임시정부 27년은 백범의 표현대로
‘죽자꾸나’ 시대와 ‘죽어가는’ 시대였습니다.
피 끓는 청년 동지들이 죽기 위해 선생을 찾아와
기꺼이, 또한 장렬히 목숨을 초개같이 던졌습니다.
그런 분들을 선생께선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라고
우러러보며 눈물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일본군의 공습과 폭격으로 천신만고의 피란길을 헤쳐 간
임시정부 대가족들의 눈물겨운 사연도
1만 리 여정만큼이나 기다랗게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광복된 조국은 선생의 염원과는 정반대로
남북으로 나눠지고 이념으로 대립하였습니다.
선생께선 그 대결의 희생이 되셨고,
그로부터 꼭 1년 후 선생께서 그렇게나 염려하셨던
동족상잔의 대참사 6·25 전쟁이 일어납니다.

떠나신 지 70년을 맞는 오늘 이 시점에도
우리 내부의 갈등과 대립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가며
인류 문명의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지난 시대의 원망과 회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생께선 오늘 우리의 이런 못난 모습을 알고 계셨을까요.
후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신 말씀이
죽비처럼 어깨를 내리칩니다.

“우리의 적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때에는
미워하고 분해하는 살벌 투쟁의 정신을 길렀었거니와,
적은 이미 물러갔으니 우리는 증오의 투쟁을 버리고
화합의 건설을 일삼을 때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우리가 화합과 협력은커녕 서로 갈려서 싸운다면
김구 선생을 비롯한 선열들을 무슨 낯으로 보겠습니까.
남남갈등은 이대로 둔 채 어찌 남북 평화통일을 이룬다 하겠습니까.

그토록 숱한 피와 땀과 눈물로 되찾고 지켜낸 이 나라입니다.
조국 대한민국을 위하여
새로운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할 때가 아닌가요.
이 가열한 세계 경쟁과 한반도를 둘러싼 격랑의 파도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며,
격려하고 협력해도 모자랄 지경이 아닌가요.

선생께서 간절히 바라고 구하셨던 나라는
‘높은 문화의 힘’을 발휘하는 문화국가입니다.
BTS와 같은 한류문화가 세계인의 큰 사랑을 받는 모습을
김구 선생께서 보신다면 얼마나 흐뭇해하실까요.
우리 기성세대들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한류세대들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는가요.
‘높은 문화의 힘’은 기성적 고정관념이나
경직된 사고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끼리 싸우고 분열하고 서로 미워하라고
선열들이 고귀한 헌신과 희생을 하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

“윤 동지, 훗날 지하에서 만납시다!”
거사 당일 윤봉길 의사를 사지(死地)로 보내며
당신께서 목이 메어 하신 말씀이 우리 가슴을 적십니다.
그 마지막 작별 인사처럼 선생과 동지들은
효창원 지하에서 다시 만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죽어서도 죽지 않은 당신을
여기 이 지상에서 이처럼 새롭게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애국 애족 애민의 투철한 자세를 놓지 않으셨던
백범 선생님의 큰 뜻을 면면히 기리고 이어나가겠습니다.

100주년, 그리고 70주년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우리는 그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 섰습니다.

백범이시여, 영원히 꺼지지 않는 겨레의 혼불이시여!
언제까지나 빛나고 타오르며
조국의 앞길과 앞날을 환히 비추고 밝히소서.
과거로, 뒤로 가는 나라가 아니라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되게 하소서.
당신께서 그토록 염원하셨던 완전한 독립,
통일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용기와 지혜를 저희들에게 주소서. 

- 2019년 6월 26일,
사단법인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
김형오 삼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