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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0 한국일보] “박근혜 석방으로 보수 통합 어려워져도…모두 안고 가야”

결별하려 朴 석방 언급한 게 아냐… 태극기 부대도 다 함께 와야
인물 교체해 선전하지 못하면 한국당은 TK정당으로 내몰릴 것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21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의 공천기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29일 “이번 총선에서 부산ㆍ울산ㆍ경남(PK) 지역 인물들을 국민 여망에 부합하게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PK에서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큰 폭의 물갈이를 하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구ㆍ경북(TK)에서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고 한 데 이어 PK 쇄신론을 언급하면서 한국당 텃밭인 영남이 공천의 핵으로 떠올랐다. 

5선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을 지내는 동안 김 위원장의 이름 앞엔 ‘소신’과 ‘개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한국당과 보수 진영의 미래는 그런 김 위원장의 ‘칼 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공관위원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한국당을 살려 낼 공천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_21대 총선의 승부처는 어디인가
“한국당이 항상 고전하는 곳이 수도권인데, 이번엔 수도권 못지 않게 중요한 곳이 PK다. PK에서 국민 여망에 부합하게 (인물을) 교체해서 선전하지 못하면 한국당은 ‘TK 정당’으로 내몰릴 것이다. 20대 총선에선 부산 국회 의석 18석 가운데 5석을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겼고, 2018년 지방선거에선 박살이 났다. PK 의석을 20대 총선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21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의 공천기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_최근 TK 지역에서 50% 물갈이를 예고하셨는데. 
“전직 대통령을 많이 배출한 TK는 한국당 본류다. TK 의원들은 ‘대통령만 배출했지 우리가 득 본 것이 뭐가 있느냐’고 한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 억울하겠지만 당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 

_현역 의원 교체 기준은 무엇인가. 
“당무감사 결과,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의원들의 의정 활동 성적도 중요 참고자료로 삼겠다. 20대 국회의 한국당 전ㆍ현직 원내대표 5명(정진석 정우택 김성태 나경원 심재철)에게 당내 의원 성적을 ABC 등급으로 매긴 평가표를 받았다. 5명에게서 받았으니 원내대표 개개인의 편견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원본은 나만 가지고 있다. 의정활동을 계량화해 공천에 반영하는 것은 대한민국 최초일 것이다. 국회다운 국회로 가는 첫 걸음이 될 거라 기대한다. 당이 어려웠던 시기에 당세 확장, 즉 책임당원 확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참고하려고 한다.” 

_현역 의원이 교체된 자리에 어떤 인물이 ‘새 피’로 수혈되나. 
“‘노쇠한 정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젊고 참신한 사람들에게 문을 열겠다. ‘젊은 피’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나이만 적다고 젊은 피는 아니겠지만, 21대 국회에선 한국당 의원 평균 연령이 50대 초반, 혹은 그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다(현재 한국당 평균 연령은 60대 초반이다). 이를 위해 청년과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이 아닌 기본 점수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_정계 원로이자 의회주의자로서 한국당이 추진하는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어떻게 보나. 
“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이 연말 국회에서 통과시킨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원천적으로 잘못됐다. 제대로 된 ‘연동형’도 아닌데다, 한국당을 군소정당으로 만들고 다른 정당들을 민주당 2ㆍ3ㆍ4중대로 줄 세우려는 제도 아닌가. 악법도 법인 만큼, 악법에 맞서기 위해 무슨 수라도 써야 하지 않나 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및 4.15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임명장수여식에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_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신 것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은데.
“나는 박 전 대통령에게 신세를 진 일이 없고,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하야를 주장했다. 인도주의 입장에서 석방을 이야기 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보수가 분열한다는데, 그것 때문에 통합에 어려움이 있다면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최대한 뭉쳐야 한다. 박 전 대통령과 결별하기 위해 석방을 말한 게 아니다. 새로운보수당이랑만 합치는 건 통합이라 부를 수 없다. 태극기 부대부터 중도 우파까지 한국당에 필요한 사람들이 다 와야 한다.”

_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공관위원장에게 전권을 준다더니, 28일엔 ‘공관위 결정을 당 최고위원회가 뒤집을 수 있다’고 했는데.
“황 대표와 나는 한 배를 탔다. 기본적으로 신뢰관계에 있다. 나와 황 대표 사이에서 틈새를 벌려 보려는 질문에는 답을 안 하는 게 제일 좋다. 황 대표가 혁신 공천을 강조했으니 그 뜻을 존중해 혁신 공천에 임할 것이다.”

_황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도 전략적으로 검토할 수 있나.
“황 대표는 서울 종로든 더한 험지든 각오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 출마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략적으로 검토하겠다. 민주당이 덫을 쳐놓고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유인하는데, 그 덫을 과감하게 때려부수러 가느냐, 아니면 더한 험지로 가게 하느냐도 다각도로 고민하려 한다.”

_PK 출마 의지가 강한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험지 출마를 설득할 건가.
“내가 설득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여론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정치인들은 본인 입장에서 합당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수도권 출마를 원하면 부응해야 한다. 필요하면 공천 심사 과정에서 원외 인사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도 논의할 생각이다. 원외 인사 컷오프(경선 배제)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고 있다.”

_총선 목표 성적으로 개헌 저지선(국회 의석 300석 중 101석 이상)을 언급했는데.
“개헌 저지선을 숫자로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101석을 목표로 한 것처럼 보도됐다. 101석으로는 개헌 저지를 절대 못한다. 그 이상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