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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과 황제

[2021-01-21 중앙일보] 김형오 “배가 산을 넘어가는 터키 그림, 그게 이 책의 시작”

김형오 전 의장 (출처:중앙일보)

 

김형오(74) 전 국회의장이 2016년 출간한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가 터키에서 출간됐다. 출판사 21세기북스는 “지난해 11월 말 터키의 출판 그룹 로투스가 이 책을 출판했다”며 “터키에서 한국 소설이 번역된 적은 있지만, 인문·역사서가 터키어로 번역·출판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터키서 『다시 쓰는 술탄과…』 출간

메흐메드2세, 콘스탄티누스11세

두 군주의 리더십·심리 정밀 묘사

인문·역사서 터키어 출판은 처음

 

2008~2010년 국회의장을 지낸 김 전 의장(5선)은 2012년 불출마 선언 후 『술탄과 황제』를 출간했고 4년 후 전면 개정판을 냈다. 그는 19일 전화 통화에서 “이 책과 동행에 8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책은 1453년 54일간의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묘사하고 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21세의 젊은 술탄 메흐메드 2세와 반대편에서 패배하고 산화한 비잔티움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가 주인공이다. 두 군주의 리더십과 심리를 정교하게 그렸다. 김 전 의장은 “서양·기독교 문명이 동양·이슬람 문명에 정복된 후 중세에서 근세가 시작된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수많은 사료를 탐독하고 정리했다”고 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2008년 이스탄불 군사박물관을 방문했는데 배가 산을 넘어가는 그림이 있더라. 어떻게 가능하냐고 했더니 가이드가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역사에 대해 안다고 자부했던 사람인데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한국에 돌아와 이 사건에 집중했다. 그러다 스물한 살짜리 술탄에 매료돼 2년 동안 각종 책을 읽고 2년은 집필 구상에 바빴다.”

 

터키판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출처:21세기북스)

 

거대한 군사와 함께 배를 끌고 산을 넘어와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해버렸던 메흐메드 2세에 관한 자료는 한국에 많지 않았다. 그는 “아마존을 뒤져 전 세계 서적을 찾고, 터키도 수시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개정판에는 더 많은 사료가 쓰였다. “초판에서 영어로 된 자료를 주로 봤기 때문에 시각이 왜곡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키어로 된 자료로 다시 4년을 파고들었다.” 이스탄불에 있는 한국인 학자, 한국어 강사 등을 찾아 번역을 부탁했고 터키의 역사 학자,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터키 출판은 쉽지 않았다. 배경에는 역사에 대한 터키의 자부심이 있다. 김 전 의장은 “오스만 제국에 대한 자부심 덩어리가 현재의 터키이고, 그 영화의 첫발을 디딘 사람이 메흐메드 2세다. 그 영웅인 술탄을 망해가던 나라의 황제와 동일시한 것을 터키인들은 쉽게 허락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외교학을 전공한 김 전 의장은 신문 기자, 정치인을 거쳐 작가로 나섰다. 2018년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를 펴내며 역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잘 다뤄지지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하나를 지금도 손에 잡고 있다. 세계사에 들어있었던 이야기인데 이 역시 매혹적이라 얼마전부터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진 않지만 언젠가 하나 내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2021. 1. 21. 중앙일보(20면, 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