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속으로/신문/방송기사

[2022-03-14 국민일보] “인수위, 점령군처럼 보여선 안돼…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

역대 인수위원장·부위원장 조언


윤석열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곧 출범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과거 정부 인수위가 저질렀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 인수위를 이끌었던 인사들은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비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결같이 조언했다.

김대중 당선인 인수위의 위원장을 맡았던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인수위는 아무런 정치적 의도 없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것인데, 각 부처 장관이나 공무원들은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온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며 “공무원들 입장에서 우리는 ‘식민지’이고, 인수위는 ‘점령군’이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장을 지낸 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인수위 본연의 업무는 정부 인수인계”라며 “점령군처럼 비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당선인 인수위의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윤석열 당선인은 1% 포인트 미만의 격차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면서 “낮고 겸허한 자세로 정권 인수인계 절차에 나서야지, 기존 정부 부처에 대해 점령군 행세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빙의 표차로 이긴 윤 당선인의 인수위는 더욱 몸을 낮춰 정부 인수인계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김 전 의장은 “정부 인수인계는 정치인이 아닌 공무원들로부터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에게 ‘완장’ 행세를 했다가는 원활한 협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이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인수위가 권력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정권 창출 공신들 사이의 알력 다툼이 인수위 내에서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원장은 “정치인은 당장의 인수위 업무보다는 인수위 이후 상황을 보기 때문에 잡음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만약 정치적 라이벌들이 인수위에 함께 들어갈 경우 서로의 행보에 대해 ‘선거운동 하냐’고 지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의장은 “(인수위 인사들이) 인수위를 권력 경쟁의 전초기지로 생각하면 문제가 많은 인수위가 되는 것이며, 인수위를 대하는 자세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대선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던 인사들을 인수위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원장도 “인수위에는 정치인보다는 행정 실무자들을 많이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익은 정책 발표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책을 발표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 전 의장은 “새 정부에 대해 관심과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인수위는 ‘새로운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면서 “준비도 되지 않은 정책을 발표했다가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인수위가 새 정부의 큰 그림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전 의장은 “인수위가 대통령 취임식(5월 10일) 전까지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두 달이 채 안 된다”면서 “너무 많은 일을 벌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그러면서 “인수위는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들을 어떻게 잘 구현할 수 있을지 등을 연구해 새 정부에 넘기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윤 당선인 공약 중 옥석을 가리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전 의장도 “몇 안 되는 인수위 인원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며 “큰 틀에서 인수위 업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선인과 인수위원장 사이의 격의 없는 소통도 주문했다. 성공적으로 인수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선인과 인수위원장이 항상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당선인은 아는데, 인수위원장은 모르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성공적인 인수위가 되기 위해서는 당선인과 인수위원장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만나야 하고, 정책 논의도 두 사람이 함께 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의장은 이어 “당선인은 자기가 인수위의 ‘공동인수위원장’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2022-03-14 국민일보] 기사원문 ☞바로가기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