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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9 파이낸셜뉴스] "가장 시급한 건 국민통합… 약자에 대한 배려로 시작해야" [새정부에 바란다 <中>정치분야]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 듣다
말 거칠어지거나 너무 앞서가서는 안돼
초반 낮은 지지율 '용산 이전' 설명 부족 탓
여가부 폐지 같은 정책은 통합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
더는 잃을 게 없다는 각오로 국민만 보고 가야


윤석열 정부가 10일 출범하지만 초대 내각 구성부터 차질을 빚는 등 국내 정치여건이 녹록지 않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야 관계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않는다면 꽉 막힌 국정에 자칫 집권 초기부터 식물정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진영 원로 거물 정치인으로 꼽히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은 임기를 시작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진정성 있는 통합의 자세를 촉구하면서 "말이 너무 거칠어지거나, 말이 너무 앞서도 안된다"고 충고했다.

김 전 의장은 9일 파이낸셜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말은 굉장히 중요하다. 말을 따르는 행동과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민통합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역대 정권과 달리 취임 초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로 시작하는 것에 대해 김 전 의장은 "오히려 더 내려갈 데가 없으니, 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이런 초심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전화위복의 결과가 온다"고 당부했다.

다만 김 전 의장은 이 같은 낮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무리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꼽았다. 단순히 용산으로 이전이 문제가 아닌, 국민에게 '왜 청와대를 이전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역대급 여소야대 상황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일은.

▲30여년 전 여소야대와는 또 다르다. 완전 제1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상황은 더 어렵다. 국회와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거대야당이 발목 잡기에 중점을 두면,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직접적 소통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총선까지 남은 2년간 야당이 반대하면 법을 제정할 수 없다. 야당이 법을 만들면 거부권 행사라는 최후의 수단이 있지만 그런 식으로 하면 서로 안 좋다. 총선을 의식한 민주당도 마냥 정권을 흔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야당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지를 국민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잘못 아는 것 중 하나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몰라주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50점짜리다. 남녀가 연애하는데 '왜 내 진정을 몰라주나'가 아니라, 상대방이 내 진정성을 알도록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최우선순위로 둬야 할 국정과제는.

▲가장 중요한 건 국민통합이다. 지금 갈가리 찢겨 있다. 국민통합을 위해선 솔선수범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통합의 자세를 보이려면 말이 너무 거칠어지면 안된다. 말이 너무 앞서도 안된다. 예컨대 여성가족부 폐지는 윤 대통령을 떨어뜨릴 뻔했던 아주 빵점짜리 선거전략이다. 통합은 항상 약자, 소수자, 힘없는 사람에 대한 배려로 시작된다. 여가부는 정부 부처 중에서 뭐 그렇게 센 곳이 아니다. 힘없는 놈을 죽이겠다고 하면 강자의 오만으로 보인다. 이런 자세는 통합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보수정권이 5년 만에 탄생했지만 국정지지율은 낮은데.

▲오히려 더 내려갈 데가 없어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나는 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초심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게 항상 전화위복의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됐을까. 처음에 어프로치(접근)를 잘못해서 그렇다. 예를 들자면 청와대 이전이다. 광화문이 아닌 용산으로 갔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게 어떤 의미를 국민이 느낄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홍보가 굉장히 서투르다. 윤석열의 의지만 계속 강조됐다. 대통령 주변에 지혜로운 참모가 있어서 대통령의 고충과 고뇌, 우국충정이 국민들에게 잘 전파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지금 부족하다. 옛날 김대중, 김영삼 같은 거대 정치인들에게 배워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치는 짧고, 대한민국은 길어야 한다. 내가 보수 정치인으로서 윤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민주당 후보가 되면 대한민국이 사라질 것 같다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오직 윤 대통령은 시작도 끝도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꿈과 희망이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

김학재 기자 (hjkim01@fnnews.com)
윤홍집 기자 (banaffl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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