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속으로/신문/방송기사

[2022-05-11 문화일보] “자율성 보장하는 게 국가 경쟁력…청년에 희망

[정치] 윤석열 정부의 과제 - ② 김형오 前국회의장


“여소야대 정국 일거돌파는 꿈
진정성 갖고 국회와 대화해야

형사사법 와해한 검수완박法
국민에 위헌성 알리며 개선을

힘 없는 평화는 허위이자 기만
北 자극 말고 눈치보지도 말라”


보수 정치 원로인 김형오(사진) 전 국회의장은 막 첫발을 뗀 윤석열 정부에 “청년이 희망과 비전을 갖는 나라가 되도록 공정과 상식, 국민 통합, 소통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여소야대 정국을 일거에 돌파하겠다는 것은 꿈”이라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은 국민에게 계속 물으면서 개선할 방도를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을 자극하지도 말고, 북한 눈치 보지도 말고, 북한과의 관계를 서두르지도 말라”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4일 전화통화로 이뤄졌으며 이후 추가 통화를 가졌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 운영에서 중점적으로 돌봐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공정과 상식, 국민 통합, 소통이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공동체를 회복해 개인과 국가가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 자유와 자율도 중요하다. 김구 선생은 ‘자유라는 것은 공원의 꽃을 가꾸는 자유이지,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다’고 했다. 인간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나라의 경쟁력이 된다. 요즘처럼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국정 철학을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기회도 공정해야 한다. 법치도 공정하게 실현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젊은이가 희망과 비전을 갖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의 돌파구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대통령의 소통 노력에 대한 진정성, 이것이 핵심이다. 여소야대 정국을 일거에 돌파하겠다는 것은 꿈이다. 대통령부터 국회와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 권력은 오만함에서 무너지고, 겸손함에서 살아난다. 대통령은 최대한 인내하고 절제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렇다고 할 말을 못 해선 안 된다. 결론은 결국 ‘누가 국민과 함께하는가’다. 누가 진정으로 교착 상태를 풀려고 애쓰는가를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검수완박’ 상황으로 여야는 대치하고 여론이 반으로 나뉘었다.

“70년간 지켜온 형사 사법체계를 일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입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양심도, 양식도 저버린 행위다. 위헌 소송 같은 활동이 필요할 것이고 국민과 사회에 계속 호소해야 한다. 사회단체가 국회를 감시하도록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국회는 가칭으로 ‘사법체계 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합의될 때까지 계속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다. 이렇게 토론하고 문제를 제기해 나가면 개선하고 개혁할 여지가 생기지 않겠나 생각한다.”

―경제 문제도 심각하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경제적 양극화보다 사회적, 심리적인 양극화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 문제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가진 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걸 가능하게 하려면 제도화를 잘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기부하는 것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장려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젊은이들이 돈을 벌어 기부하고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도록 하는 것이다. 복지 제도도 손질을 해야 한다. 국회의장 시절 때 보니 저출산 대책팀이 부처별로 다 있었다. 행정비용으로 상당 부분이 소진되는 데다 혜택을 받는 사람은 이중삼중으로 받는 반면 못 받는 사람은 한 푼도 못 받는다. 모든 국민이 세금을 단돈 1000원씩이라도 내도록 해서 나랏돈의 중요성을 알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내가 ‘신삼불’(新三不)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북한을 자극하지도 말고, 북한 눈치 보지도 말고, 북한과의 관계를 서둘지도 말아야 한다. 힘없는 평화는 허위이고 국민 기만이다. 남북 평화는 한 번에 오지 않는다. 그만큼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6·25전쟁 유해 발굴 작업 같은 걸 남북이 공동으로 하는 것이다. 대북 인도지원도 계속해나가되 북한에 할 말은 해야 한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2022-05-11 문화일보]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