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년기획,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김형오 前 국회의장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
비상계엄·대통령 파면·조기대선 이어지며
다수의석 민주당은 쟁점 법안 밀어붙이기
올해 지방선거때도 내란몰이는 계속될 것
다수당의 횡포 극심, 쫓기듯이 법 만들어
국힘은 국민의 마음 움직일 처절함 없어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폐해 극복이 절실
의원내각제·이원집정부제로 바꿔야 할 때
국회도 상·하원으로 나눠 행정부 견제해야

2025년 정치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점철됐다
내란사건으로 비화되며 헌정사상 2번째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을 치렀다.
새로 들어선 이재명 대통령 정부는 다수 의석인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쟁점법안들을 밀어붙였다.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아도 소수 의석 탓에 밀리는데,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 수사 압박과 내란동조 프레임에 맥을 추지 못했다.
이 같은 22대 국회의 모습에 과거 2008~2010년 18대 국회를 이끌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12월 15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된 단독 인터뷰에서 "격동이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격변을 겪었던 한 해"라고 돌아보면서 "2026년은 민주주의 회복의 해로 삼아 실현가능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는 (전임 국회의장에게)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김 전 의장은 1차적으로는 계엄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면서도 국회의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원인은 "내란몰이" 탓이라고 규정했다. 계엄을 극복한 후에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계엄을 부각해 국민의힘을 위축시키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에 골몰했다는 비판이다. 새해에도 지방선거를 위한 이른바 '내란몰이'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내놨다. 김 전 의장은 "민주당은 민주주의가 없고, 국민의힘에는 국민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민주당은 군사작전 하듯 입법을 하고, 국민의힘은 열세인 신세타령만 한다"며 "지금은 국민이 내란몰이를 따라가지만 지방선거까지 이어가면 싫증을 낼 것이다. 계엄도 문제이지만, 1년 동안 내란이라고 몰아가는 것도 문제이다. 내란몰이가 아니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친정인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절실한 대여투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이 이끌었던 18대 국회 당시 단식투쟁이 벌어진 바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목숨을 거는 처절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전 의장은 "제가 국회의장일 때 민주당은 100명도 되지 않는 의석이었음에도 똘똘 뭉쳐서 야당다운 역할을 많이 했다.
100석이 넘는 국민의힘이 숫자 때문에 무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피켓시위, 필리버스터(국회법상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토론), 장외집회 패턴을 반복해서는 지지도가 높아질 수 없다. 정치생명이 끝나더라도 관철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외에서 김 전 의장과 같은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농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25년은 계엄, 탄핵, 대선이 겹치며 정치적 격동의 해였다. 한국 정치 전반을 어떻게 평가하나.
▲상전이 벽해되고 천지가 개벽하고 이런 것 이상의 변화를 겪었다. 이 나라에 시련과 격동을 안겨주는 시기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1년 엄청난 격변과 격동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변화가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정치가 사라졌다. 계엄부터 군사로 정치를 대신하겠다는 것 아니었나. 또 계엄 이후에는 내란몰이가 1년 이상 이어지는데, 이것을 정치라고 말할 수 있겠나. 정치가 죽었다고밖에 규정을 못하겠다. 이대로는 나라가 위험하다.
일어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내란몰이에 함몰돼 버렸다. 또 정치하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다. 권력자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겠지만, 입으로는 1분에 한 번씩 국민을 들먹이면서도 노골적으로 위만 보는 이런 정치는 근래에 없었다. 어느 집단이든 다 뛰어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철이 지난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 8대 2 사회라는 말을 많이 썼다. 우수한 2가 있어서 나머지 8이 나아간다는 파레토 법칙이다. 파레토 법칙을 원용한것인데 우수한 2가 나머지 8을 이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국회는 2대 8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막말하는 정치인이 횡행하고, 제대로 된 국회의원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그것이 18대 국회와 지금의 차이이다. 또 예전에는 그래도 다수당이나 여당이 자기 방식대로 하더라도 어느 정도 체면을 생각하고 형식도 밟아가면서 처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군사작전 하듯이 며칠 만에 후다닥 입법을 해치워 버린다. 국민에게 법률안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따라오라는 다수당의 횡포가 극심하다. 요식 절차만 거쳐 쫓기듯이 법을 만든다. 민주주의가 굉장히 위험한 시기이다. 이대로 가면 민주주의는 사라진다.

―물리적으로 작용과 반작용처럼 약화된 민주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2026년 시대정신은.
▲2025년은 내란몰이로 시작해 내란몰이로 끝났다. 오는 6월에 지방선거가 있어서 계속 내란몰이가 이어질 것 같다. 지금은 국민이 내란몰이를 따라가지만, 지방선거까지 1년반 이상을 지속하면 국민이 싫증을 낼 것이다. 내란몰이만 있지, 비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러면 정치탄압일 뿐이다. 나아가 국민까지 심리적으로 옥죄기 때문에 집권당과 대통령이 내란몰이만 지속하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그래서 2026년은 민주주의 회복의 해로 삼아야 한다. 어느 정치세력이 제대로 이를 모토로 걸고 나가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정치적인 구호는 물론 구체적인, 실현가능한 대안을 내세워야 한다.
―'내란몰이'라고 칭한 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와 비판으로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려 있다. 극복할 방법은.
▲민주당은 민주주의가 없고, 국민의힘은 국민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민의힘은 졸지에 야당으로 전락해 버렸고, 계엄 당시 정권의 여당이었기 때문에 내란몰이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거기다 의석이 100석을 조금 넘길 뿐이라 압도적인 힘의 열세에 있다는 신세타령만 한다. 그렇게 해서는 국민이 한번 봐주자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야당은 본래 소수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의힘은 피켓시위, 필리버스터, 장외투쟁 등 3가지 정도만 반복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의석 차이로 24시간만 지나면 민주당 요구로 종결돼서 아무 효과가 없고, 다수당의 법안 통과 요식행위가 됐다. 여기에 피켓시위나 길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떠드는 것 정도만 반복해서는 지지도를 높이지 못한다. 야당은 끈질겨야 한다. 정치생명이 끝나더라도 어떤 것을 관철하겠다는 자세와 각오가 국민에게 각인돼야 한다.
―여야 갈등이 극심해지는 배경에 정치 양극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안팎을 오래 지켜봐온 입장에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원인은.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본다. 상대방을 적으로, 증오의 대상으로 만들어야 이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승자독식이다. 3표 차이로 당락이 정해지기도 했는데, 3표 더 얻은 정치인이 어떻게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나. 지난 총선 때 민주당과 국민의힘 득표 차이는 5%p 정도인데, 의석수는 극단적인 격차가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45%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당선인은 자기가 최선이라고 여기며 오만하다. 그래서 국회에서 증인을 죄인 다루듯 대하지 않나.
―헌법 개정 필요성은 매년 제기된다. 어떤 방향의 개헌이 적절한가.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불행하게 끝을 맺었다. 감방에 간 대통령,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통령까지 있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헌법의 문제점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 후보 때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 없다. 그러다 막상 취임하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다가 결국 불행해졌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개헌의 찬스인 동시에 위기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개헌을 첫째로 내걸었으니 여건이 갖춰졌다는 게 기회요인이다. 하지만 여당이 쫓기듯이 입법을 하는 것처럼,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개헌을 하면 위험하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4년 중임 대통령제부터 맞지 않다.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그러려면 의원내각제로 가야 한다. 국민의 반감이 크다면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 같은 분권형 대통령제로라도 바꿔야 한다. 그리고 국회를 양원제로 바꿔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 인원 300명 내에서 상·하원을 나누자는 것이다. 하원은 지역구별 민의원, 상원은 권역별 대표로 뽑는 식이다. 상원은 대통령의 중대결정들에 동의권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정리=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6-01-05 파이낸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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