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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제도개선

‘장기적 안목으로 희망 주는 정치를 하자 ‘

- 김형오 국회의장의 나로호 발사현장 참관기


19일 전남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나로호 발사 준비상황을 보며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 국회의장비서실


어제 8월 19일, 나로호 발사현장을 참관하러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광주공항을 거쳐 나로도까지 비행기와 경찰 헬리콥터를 번갈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발사가 실패할 것이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까진 그랬습니다.


그런데, 굉음을 내며 지축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쳐야할 '우리의 꿈'이 발사를 몇 분 앞두고 그만 멈춰버렸습니다. 성공했더라면 현장에서 발표하려고 준비해간 우주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희망찬 메시지도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습니다. 솔직히 좀 허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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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장으로 가면서, 나로호가 솟구쳐 오르는 장면을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여러 번 상상해봤습니다. 바로 이틀 전인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발사가 성공했더라면, 이 역사적 사업추진의 정책적 결단을 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분명 하늘에서 나로호의 솟구쳐 오르는 장관을 보고 있었겠지요? 그랬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마음이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우주센터 건립 첫 예산책정을 주도한 저 김형오 또한 나로도 현장에서 성공적인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면 얼마나 감개무량했을까요? 이명박 대통령 또한 청와대 집무실에서 그 역사적인 장면을 시청하며 미래의 우주개발 정책에 대해 얼마나 새롭고 원대한 다짐과 계획을 세웠을까요?


아다시피 우주발사장 건설은 국가적 차원의 오랜 투자와 인내가 필요한 사업입니다.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사업이지요. 김대중 대통령이 나로 우주발사센터 건설 결단을 내린 후 그 결실이 맺어지기 까지는 10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야 했습니다.


비록 어제는 기술적 이유로 연기되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든 우주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고, 2018년으로 예정된 독자적 우주발사체 개발과 발사는 또 10년 후 어느 대통령의 시대에 이뤄질 것입니다.


그렇게 우주센터 건설 결정 10년만에 발사체 발사가 이뤄지고, 다시 10년 후엔 독자적 기술의 발사체가 하늘로 오르고... 그처럼 장구한 세월에 걸쳐, 지속적 투자와 추진만이 우주개발을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나로 우주센터 통제실에 들어서니 역사적 현장을 참관하러 국내외 300여명의 귀빈들이 와 있더군요. 한승수 국무총리,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등 정부의 최고위공무원을 비롯해,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나로도가 지역구인 박상천 민주당 국회의원 등 국회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참석해 있었습니다.


또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온 몸을 헌신했던 김시중,채영복, 강창희 전 장관 등 역대 과학기술 관련부처 전직 장관들과 관련 연구소 책임자들도 보였습니다.


온 국민의 염원을 담은 나로호가 이륙 불과 7분56초를 앞두고 카운트다운이 중지되었지만, 만일 성공했으면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입니다. 아마 그 발사통제센터 안에 있던 모든 이가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올렸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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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을 안고 나로도에서 다시 헬기와 비행기를 번갈아 타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대한민국의 정치(政治)를 생각했습니다. 우리 정치도 이제는 이 나로호의 발사처럼,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 말입니다.


나로호의 발사는 비록 연기되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 세상 같은 우리 정치. 티끌만한 이해관계 때문에 죽기살기로 아옹다옹하고, 지구를 넘어 우주로 뻗어가는 이 세상의 눈부신 변화와 발전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기는커녕 실망과 짜증을 안겨주는 정치. 이 후진적 정치가 이제는 변화해야할 전환기를 맞았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밤잠을 설치고 비오듯 땀을 흘려가며 애쓴 항공우주연구원의 과학기술자 모두에게 진심어린 치하를 보냅니다. 힘과 용기를 내기 바랍니다.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땀과 눈물이 기쁨과 환희로 돌아올 날이 멀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다짐합니다. 국회에서는 어제 발사현장을 참관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우주시대 개막을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