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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오가 만난 세상/김형오의 문화 카페

[국회보 5월호] 화제의 인물_김형오 국회의장



 지난해 가을 김형오 국회의장이 한반도 곳곳의 자연과 역사, 문화현장을 둘러보고 그 여정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의장이라는 권위와 엄숙함을 내려놓고 시찰이 아닌 몸을 낮춘 국토순례자로서다. 오늘의 좌표와 내일의 비전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밤새워 쓴 편지다. 서간체여서 귀엣말로 속삭이듯 사근사근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이력에는 수필가가 들어 있다. 정치인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법하지만 1999년 등단했으니 올해로 10년째다. ‘돌담집 파도소리’란 수필집과 다수의 문집을 냈다. 평소 자신의 홈페이지에 댓글을 직접 달 정도로 누구와도 격의 없이 대화를 즐기는 김 의장에게 수필가는 정치인이 갖는 또 하나의 장식이 아니라, 시대와 발걸음을 함께 하겠다는 열린 마음의한 단면이기도 하다.


지난 가을 국정감사가 다가오자 김 의장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국회의원에게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이지만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소속 상임위가 없다. 그래서 지난 20여 년간 국회의장은 국정감사 기간동안 해외 순방외교를 펼치는 것이 관례였다. 고민의 결론은 국토순례. ‘진실은 현장에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 땅 생생탐방에 들어가게 된다. 한반도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현장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발전적으로 조망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길 위에서 띄우는 희망편지’는 이렇게 시작해 탄생하게 된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담은 현장의 목소리

김형오 의장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는 편지들은 결국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띄우는 탐방보고서, 작은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다. 이 책은 먼저 자연과 만남에서 시작된다. 국립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 우포늪 등을 거치면서 자연에 대한 예찬을 담았다. 저자는 천리포 수목원을 세운 고 민병갈 선생께 띄운 편지를 통해, 평생 나무를 사랑한 한 사람을 애틋하게 기린다.우포늪 ‘철새들과 따오기’에게 보내는 편지는 마흔두통의 편지 중 유일하게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다.




새들을 의인화하여 보내는 이 편지에는 따오기 부부의 부부애를 사람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소개한다. 철새를 향한 이 편지는 결국 이 땅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들은 비단 사람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테마는 문화현장이다. 저자는 이영 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안동한지 등 이 땅의 풍성한 문화를 찾아 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김형오 의장은 그의 한국미술에 대한 혜안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특히 금동미륵반가사유상에 대한 그의 예찬은 남다르다. 눈을 지그시 감은 얼굴이 신비롭고 오묘한 느낌을 주는 반가사유상 앞에서 그도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이 반가사유상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믿고 걸어갈 때 길은 만들어진다.

역사와의 만남은 ‘생생 탐방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국보 32호 팔만대장경 목판이 보존된 해인사에서 저자는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기 위해 불자들뿐만 아니라 종파를 초월한 종교와 모든 사람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 소중한 유산을 후세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일이 앞으로 남은 숙제임을 말한다. 수원 화성을 만든 다산을 당대의 ‘멀티플레이어’로 부르며, 아울러 다산의 애민정신을 본받아 정치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되짚는다.


마지막 테마는 현재 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매진하는 일꾼들의 현장을 이야기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나로우주센터 등을 찾아 한국 사회 발전의 핵심동력이
될 기술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힘을 불어 넣어주는 편지글을 띄운다. 이렇게 ‘길 위에서 띄운 희망 편지’를 읽으면서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루쉰의 ‘고향’에 나오는 마지막 글귀이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믿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국회의장이 넥타이를 풀고 발로 쓴 이 책이 국민에게 희망의 선물로 다가가기를 기대해 본다.

 
취재 김종해 홍보담당관실 자료조사관
사진 김진혁 홍보담당관실 촬영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