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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도 서러운데 해고까지?


신종 플루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국내만 해도 하루 평균 4000여 명이 감염되고 지난 8월, 최초 사망자 발생 이 후 총 29명이 신종 플루로 사망하는 등 그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요.

더 큰 문제는 신종플루의 피해가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현실입니다.
신종플루 감염이 곧 해고로 이어지는, 노동권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종플루가 또 다른 의미의 사망 선고가 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럼 휴지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신종플루 예방 포스터. 기침은 휴지로 가리고 하고 그 휴지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 포스터에는 사람들이 버린 휴지를 치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없다. 그들은 신종플루 감염 위험과 감염 시 생존권 박탈 위험에 동시에 노출된 우리 주위의 노동자들이다.

#“신종플루 걸려도 말할 수 없어요.”

신종플루 예방대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감염 의심자와 감염자의 격리 조치, 그리고 그들의 빠른 회복을 위한 휴식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7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각 학교에 신종플루 의심학생의 경우 확진검사 없이도 등교 중지 조치와 집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요.
하지만 학교가 아닌 사업장, 학생이 아닌 직장인에게도 이 방안이 적용될까요?

사례 1.
한 회사의 정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씨.
신종 플루가 의심됐지만 병가가 많으면 업무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까봐 부담돼 계속 출근.

사례2.
한 공기업에서 운영하는 홍보관에 근무하는 B씨.
기업은 신종플루 감염에 대한 위기의식의 확대로 홍보관이 폐쇄하면서 개인휴직을 강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음.

사례3.
가전제품 A/S 기사인 C씨는 고객의 집에서 A/S를 하다가 신종플루에 감염.
일주일 치료 후 완치돼 업무에 복귀 했지만 회사는 치료비 지원은 고사하고 오히려 치료 기간 동안의 급여를 차감함.

사례4.
일정한 매출목표를 달성할 경우 미국 여행을 보내주는 회사의 인센티브 제도를 받게 된 영업사원 D씨.
하지만 회사 측은 미국여행 외 다른 대체 휴가나 인센티브 제공 없이 무조건 미국을 가도록 하면서 대상자들을 상대로 신종 플루 증세가 나타나면 본인이 100%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요구.

사례5.
파견 간병 근로자인 E씨는 간병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신종 플루에 감염됨. 회사는 E씨를 해고 처리함.

▲민주노총이 취합한 노동자 신종플루 피해사례.

이외에도 민주노총은 신종플루 감염자에 대한 격리 조치 불이행으로 감염이 확산된 사례, 감염 위험 업무에 대한 정보 제공 부재 사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신종플루 예방 대책의 불평등 존재 사례 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상윤 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산업의학 전문의)은 “최근 학생들의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데 모여서 생활하는 직장인들의 감염 확산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에요. 정부가 기업 예방관리 대책 관련 지침을 사업장마다 내려 보내고 있지만 그 안에는 노동권 보호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죠”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정부 지침에 신종 플루 예방 및 치료와 관련된 부담이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되면 안된다는 점이 명확히 지적되지 않아 결국 노동자의 노동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이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아픈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출근할 것이 아니라 집에서 쉬어야 합니다. 이것이 백신공급, 약물 투여보다 더 우선시 돼야 하는 직장 내 신종플루 확산 예방의 최선책인 것입니다”

쉬는 동안 지급되지 않는 임금 혹은 해고 등 이 모든 문제를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되면서 노동자들은 아파도 자유롭게 쉴 수 없는 것이 현실.

지난 27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신종플루 대처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하나' 정책 토론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자들을 위한 신종플루 예방 대책 5가지 방안'이 제안됐습니다. 

# 신종플루 감염 노동자 또는 감염 의심 노동자는 행정안전부 ‘공무원 관리지침(감염확진 : 완치 시까지 병가 조치하고 격리치료, 감염 의심 : 1주일간 공가처리, 가족 감염 : 가족이 완치될 때까지 공가 처리, 완치 후 출근 시 :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단서 발급 받아 이상유무를 확인 후 출근)’을 준용하도록 강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질병휴가의 부담을 덜기 위한 질병수당 도입 검토.

#신종플루로 인한 노동권 침해 사안에 대한 감시, 감독 강화.

#감염위험이 큰 노동자, 필수적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정 노동자군에 대한 특별 대책 수립.

#비정규직 노동자 건강은 원청이 책임지도록 제도 개선.

하지만 이 제안에 대해 노동부는 사업주에게 건의는 해보겠지만 현행 제도상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신종플루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신종플루로 인해 또 다른 의미의 사망 선고를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주위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Posted by 포도봉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