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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 '물갈이' 하랬더니 물고기만 갈아"

"원로와 중진들, 정치발전 '불쏘시개' 돼야"

"젊은이들, 세상을 바꾸려면 지금이 기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들의 정치인생이 모두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 모든 비극의 근본적인 뿌리는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우리는 시스템도 미흡하고 민주주의 교육도 잘 안 돼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포퓰리스트 정권은 더욱 위험합니다."

 

"물갈이 대신 '판 갈이'를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입니다. 구조를 바꾸려면 첫째가 개헌이고, 둘째가 정당법과 국회법, 정치자금법 같은 정치관계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북····'오면초가(五面楚歌)'에 처해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열 차례 신형 무기를 시험 발사했다. 그 어느 때보다 군사정보 공유가 중요한 시점에 우리 정부는 '국익을 위해'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폐기하기로 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다.

 

한일 갈등은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따른 단순한 과거사 갈등이 아니다. 경제와 외교·안보까지 걷잡을 수 없이 갈등이 확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미일 삼각협력', 나아가 '한미 동맹'의 축까지 흔들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은 이러한 총체적 난국의 본질적 원인을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따른 사회의 다양성을 외면하는 정치적 후진성과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진단했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을 장악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과거사에 집착하며 그들이 정의(定義)하는 '더 큰 정의(正義)', 그리고 그들이 몸담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사소한 정의'를 외면하며 자신들의 부정(不正)을 합리화하는 집단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1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존재 가치를 위협받고 있다. 지역감정과 종북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성과 투쟁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했으나 지식인과 정치 원로 등 사회 지도층은 현실을 외면하거나 현실감 없는 진단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쓴소리를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당시 그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정부와 여당, 특히 청와대의 독주독선을 막으려 몸을 던졌는가"라고 질책하며 "여당의 실정(失政)이 아니라면 한국당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당이었을지도 모른다. 안보는 625 이후 최고로 취약하고, 경제는 IMF 이후 최대 위기이며, 외교는 1965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이 살고 자유민주주의가 살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장엄하게 몸을 던져 죽으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은 합리적인 보수의 상징이자 존경받는 정치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김 전 의장은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희생한 운동권의 정치 참여는 환영하면서도 '곁다리 운동권 출신'들의 정치 참여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김 전 의장은 "운동권에 곁다리를 걸치며 어슬렁거렸던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높은 자리에 오르고 또 어떤 이는 국회의원 배지를 단다""이런 '곁다리 운동권 출신'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동료들에 대한 존중과 애국심 없이 과실을 따 먹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렸던 동료를 대신해 그 자리에 올랐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해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은 '곁다리 운동권' 출신이 장악한 진보정권의 정치적 조작(political manipulation)을 경계했다.

 

그는 "옛날에는 '깨끗하지만 경험이 없는 진보', '능력은 있지만 부패한 보수'라고 했는데 지금의 진보는 깨끗하지도 못하고 능력도 없다""깨끗하지도 않고 능력은 없는데 정치적인 조작은 아주 뛰어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경영'에 대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보기 힘들다.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외부에 적을 만들어 내부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편 가르기 하면서 진영논리만 주장하면 되니 참 편리하다. '진영'이라는 버스에 오르기만 하면 운전하는 수고 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요즘 진보와 보수로 편을 가르는 사람들은 진영논리에 의존하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집단 이기주의의 화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세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포퓰리즘이 우리나라에는 더욱 위협적이라고 우려했다. 유럽 국가나 미국과 달리 국가 시스템도 민주주의 교육도 미흡한 우리나라에서 그 해악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과 미국 시민들은 오랫동안 민주주의 교육을 받아왔다. 민주주의를 해칠 정도로 포퓰리즘을 받아들이지 않는 국민 정서가 있다""의회 민주주의가 발달한 유럽 국가들은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의회와 정부 간 견제와 균형이 잘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은 정치적 조작에 감정 이입을 잘한다. 성격이 너무 급하고 너무 쉽게 열광한다. 누군가를 하루아침에 '영웅'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면서 "국민들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차분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헌'을 제시했다. 개헌은 그의 18대 국회의장 취임 일성이기도 했고, 그가 30여 년 정치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 전 의장은 총선을 약 7개월 앞둔 현재 '물갈이' 대신 '판 갈이'를 강조했다. 물갈이라는 말이 물이 아닌 사람을 바꾸는 것이 됐으니 '판 갈이'를 하자는 것이다. 그는 "다시 말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라며 "구조를 바꾸려면 첫째가 개헌이고, 둘째가 정당법과 국회법, 정치자금법 같은 정치관계법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은 정치 원로들과 중진들이 정치발전을 위한 '불쏘시개'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여야 어느 진영에 속하건, 나 같은 사람들, 다시 말하면 나라와 국민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더하고자 해서는 안 된다. 현직의, 이른바 정치권의 원로·중진들은 자기가 중심적 위치에 있어야 하고, 킹은 아니어도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 먹고 잘살고 잘 대접받았으니 이 나라 정치발전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해야 한다""특히 편안한 지역구에서 쉽게 당선된 의원들은 더 그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역할도 당부했다. 그는 "정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꾸려면 지금이 기회다. 조금은 모자라고 조금은 서툴더라도 순수한 열정과 애국심으로 스스로를 무장해 달려나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위해 떨쳐 일어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사회 정풍운동 또는 정치개혁 운동에 앞장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없이 얘기했지만 듣지 않는 것 같다"1905년 을사늑약 체결 당시 백범 김구 선생의 일화로 대답을 갈음했다.

 

김 전 의장에 따르면 당시 민영환 공이 자결하고 이상설 참판이 자결을 시도했지만, 김구 선생을 비롯한 청년 지도자들은 죽기를 무릅쓰고 항의시위를 하다가 마침내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당시 민중의 의식과 수준으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김구 선생은 이후 각지를 돌며 애국 계몽운동을 열심히 하고 민중을 가르치며 문맹 퇴치에 힘썼다.

 

김 전 의장은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죽음이 나라를 되찾는 데 효과가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나라를 위해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경남 고성 출신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 경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전 의장은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다 1978년 외교안보연구원에 들어가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4~18대 국회의원과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내고 18대 국회의장에 오른 뒤 정계를 은퇴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부산대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2015년부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의장은 "'곁다리 운동권 출신'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동료들에 대한 존중과 애국심 없이 과실을 따 먹기만 한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렸던 동료를 대신해 그 자리에 올랐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다음은 김형오 전 의장과의 일문일답.

 

▶의장님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점을 무엇으로 꼽으시겠습니까?

 

"'돈을 벌어오는 국회'를 만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20015월 미국 퀄컴으로부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특허권 기술료로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받아냈습니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3천억원 가까이 되는 엄청난 돈이었죠.

 

199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퀄컴의 CDMA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습니다. 원천기술 로열티는 퀄컴이, 상용화 로열티는 우리가 받는 것이지요. 그런데 퀄컴은 받을 것만 받고 우리에게는 단 한 푼도 내놓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1997년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퀄컴 CEO에게 편지를 보내고 국회 대책반을 구성해 퀄컴 본사에 항의 방문했습니다. 미온적인 정부와 ETRI를 압박해 3년간 중재재판을 해서 결국 이겼습니다. 기술료 배분액 1255530달러를 즉시 받고, 이후 순차적으로 받은 것이 1억 달러를 훨씬 넘었으니 총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받았죠.

 

당시 언론으로부터 '의정 활동으로 돈을 벌어 온 유일한 국회의원'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국익에 엄청난 기여를 하셨는데 당시 정부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렇게 국익을 위해 돈을 벌어와 '돈을 벌어오는 국회'를 만들었지만 야당이라 그랬는지 훈장도 표창도 받지 못했습니다.

 

'공무수행 중에 한 일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퀄컴으로부터 기술료 배분액을 받아낸 것은 통상적인 공무수행은 아닙니다.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찾아내 보좌관과 밤을 새우다시피 해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며 준비했으니까요.

 

수출을 5천만 달러 이상 하면 상(5천만 불 수출탑)도 주고 훈장(철탑산업훈장)을 줍니다. 하다못해 길거리에서 지갑을 주워 파출소에 신고하면 지갑 주인이 사례금으로 주운 돈의 10%를 주는 관례가 있어요.

 

국익을 위해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왔는데 저는 단돈 10원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 돈은 모두 국고로 들어갔고 해당 공직자와 연구관계자들은 그 보상금으로 '잔치'를 벌였어요.

 

포상금을 받겠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으니 서운하지 않지만 그때 제가 야당이라 그랬는지 훈장 하나 안 준 것은 조금 서운했어요.

 

국민들은 '국회' 하면 '싸움하는 국회'를 연상하지만, 국회가 국익을 위해 돈을 벌어오기도 했고, 그렇게 했음에도 돈 한 푼 받지 않았다는 걸 국민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정치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개헌을 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제 국회의장 취임 일성이 개헌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 그리고 총리실에서 정권이 명멸하는 과정을 쭉 봤으니 권력이 냉혹하면서도 허무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들의 정치인생이 모두 비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모든 비극의 근본적인 뿌리는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어요. 우리 역사에서 다시는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뜻에서 취임 일성으로 개헌을 강조했어요. 개헌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잘될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은 대선에 출마할 때는 개헌을 하겠다고 해놓고 당선되면 마음을 바꿉니다. 그 결과 계속해서 불행한 대통령이 나왔죠. 그러나 개헌을 하지 않으면 불행해집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개헌을 하겠다고 해놓고서 하지 않고 있죠.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의장님께서는 그때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가 겹치는 2012년이 개헌의 적기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2032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시기는 이미 지나가 버렸습니다. 2032년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지금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 권한이 너무 강하니까 대통령들이 스스로 그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하죠. 적기를 놓치기는 했지만, 개헌은 이제 시기가 아닌 의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개헌을 할 수 있어요.

 

지금 여권에서는 '이상한 개헌'을 하려고 합니다. 매우 나쁜 생각이에요.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은 그대로 두고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뺀 '민주적 기본질서'로 수정하겠다, 토지 공개념을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이상한 개헌을 하려고 하니 불안합니다."

 

▶일부 386 운동권 출신들의 정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기득권을 비판했던 운동권 인사들은 ‘강남좌파’ 혹은 ‘진보귀족’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기득권이 됐습니다.

 

"운동권의 정치 참여 그 자체는 좋습니다. 사회인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운동권 인사들의 정치 참여라면 좋지요.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희생한 유명한 운동권 인사들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운동권에 곁다리를 걸치며 어슬렁거렸던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높은 자리에 오르고 또 어떤 이는 국회의원 배지를 답니다. 열심히 공부해 공무원이 되고 또 10년 넘게 열심히 노력해서 올라갔더니 운동권 출신들이 갑자기 상전이 돼 나타나 '갑질'을 합니다.

 

이런 '곁다리 운동권 출신'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동료들에 대한 존중과 애국심 없이 과실을 따 먹기만 합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렸던 동료를 대신해 그 자리에 올랐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4.19혁명 기념일이나 5.18 민주화운동 추모일이 되면 '잊지 않겠다'고 아주 정중한 목소리로 말하고 나면 끝입니다. 치열한 삶을 살지 않은 사람이 국민의 행복과 안정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겠습니까?"

 

▶ 한국 진보진영의 현실을 진단해주셨으면 합니다.

 

"옛날에는 '깨끗하지만 경험이 없는 진보', '능력은 있지만 부패한 보수'라고 했는데 지금의 진보는 깨끗하지도 못하고 능력도 없습니다. 지금의 진보는 진보와 보수가 가진 나쁜 점()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진보 정권과 진보 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보수 꼴통'에 가깝죠. 깨끗하지도 않고 능력은 없는데 정치적인 조작(political manipulation)은 아주 뛰어납니다.

 

국민들이 이들의 정치적 조작에 감정 이입을 잘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너무 급해요. 너무 쉽게 열광합니다. 누군가를 하루아침에 '만고역적'으로 만들었다가, 또 하루아침에 '천하영웅'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죠. 우리 국민들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차분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물론 정치적 조작과 선동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2010년대에 들어 포퓰리스트 정권과 포퓰리즘이 세계적으로 횡행하고 있어요.

 

세계의 위기이자 지도자의 위기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등 각국에 이상한 지도자들이 들어섰습니다. 이 지도자들은 이웃 나라가 어떻게 되든, 세계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습니다. 좋게 말해서 '자국 중심주의'지 세계 공동체 의식 없이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꾸고 때로는 선동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래도 유럽과 미국이 우리나라보다는 낫습니다."

 

▶우리나라가 포퓰리스트들의 선동에 더 취약하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 유럽과 미국 시민들은 오랫동안 민주주의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민주주의를 해칠 정도로 포퓰리즘을 받아들이지 않는 국민 정서가 있습니다.

 

둘째, 역할 분담과 견제와 균형을 위한 시스템과 제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의회 민주주의가 발달한 유럽 국가들은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의회와 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이 잘 이뤄집니다. 다시 말해, 유럽과 미국은 시스템도 갖춰져 있고 국민들도 깨어 있어요.

 

우리는 시스템도 미흡하고 민주주의 교육도 잘 안 돼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포퓰리스트 정권은 더욱 위험합니다.

 

현재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무책임한 선동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복지체계가 가장 잘 갖춰졌다고 하는 북유럽국가들은 세금을 많이 징수하기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의 세율은 유럽보다 훨씬 낮습니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징수하면 된다는 식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꼽힐 만한 기업은 한두 군데뿐입니다. 기업을 무조건 옹호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이 나라 산업이 튼튼해지고 과학기술 경쟁력도 올라가고, 국민들도 혜택을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일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긴급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국가 시스템이 미흡합니다. '국가 경영'에 대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보기 힘들어요.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외부에 적을 만들어 내부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려고 합니다.

 

'사법자제의 원칙'은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확립된 관행입니다. '사법자제의 원칙'에 따라 대외관계를 고려해 판단을 유보하든지 판단을 하더라도 외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끔 해야 했습니다. 그게 바로 정부의 존재 이유인데 '토착왜구''친일파 후손'이니 선동하고 있습니다. 참 무책임하죠.

 

현 정부는 과거 대법원이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외교부와 상의한 것을 '재판거래'로 규정하며 사법부 지도부를 교체했습니다. 그렇게 교체된 사법부가 어떤 판결을 내리겠습니까? 새 사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이 발효됐지만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일본에 3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는데,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한일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게 너무나도 뻔했는데 7~8개월간 손을 놓고 있다가 아베 총리가 반응하니까 '아베 몰아치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친일파니 토착왜구니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바로 친일파이고 토착왜구입니다. 일본 입장, 특히 아베 지지율을 올려주고 있지 않습니까! 일제 상품 불매 운동을 한다면 삼성 텔레비전도, LG 냉장고도 사면 안 됩니다. 일본산 부품이 안 들어가 있는 국산 텔레비전이나 전자제품이 있습니까?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해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수입이 까다로워졌습니다.

 

정부는 국내 대기업들이 소재부품 국산화와 자립화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위해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국제분업과 비교우위, 세계 무역이 무엇인지 고등학교 1학년만 되도 다 아는 마당에 가당치도 않은 구상입니다. 여자 골프선수에게 '지금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여자 골프선수가 너무 많으니 여자 축구선수가 돼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매우 중대합니다. 이런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규제를 풀고 공정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정부가 할 일은 안 하고 딴 일만 하는 사이에 선진국은 멀리 달아나고, 중국 등이 바짝 따라오고 있지 않습니까.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된 시대에서 국산 부품으로만 반도체를 만드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골프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헤드는 대만산, 샤프트는 한국산, 그립은 일본산이고 디자인은 미국에서 했지만 최종적으로 '메이드 인 저팬(made in Japan)'이 되기도 하고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가 되기도 합니다. 정부가 세계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김 전 의장은 고기만 바꾸는 '물갈이' 대신 '판 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조를 바꾸려면 첫째가 개헌이고, 둘째가 정당법과 국회법, 정치자금법 같은 정치관계법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내년 총선까지 약 7개월 앞둔 현재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감을 회복해야 합니다. 지금 패배주의와 냉소주의가 만연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행동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의원직을 내던져야 하고, 의원직을 지키려면 앞장서야 합니다. 방법론으로 날을 지새워도 안 됩니다. 전통적 방법은 전통적 방법대로, 새로운 방법은 새로운 방법대로 다 활용가치가 있습니다.

 

문제는 똘똘 뭉치지 못하고,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투쟁을 한다는 것입니다. 지도부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그다음으로 소극적인 의원에 대해서는 단호함도 보여야 합니다. 지도부도 의원들도 어정쩡한 모습으로 있는데 지지율이 오르고 기대와 희망을 갖겠습니까.

 

자유한국당의 투쟁이 먹히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치열함이 부족해서입니다. 보수 정치인들은 치열하고 진지하게,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보여주기 용'이라는 의도가 읽히는 순간 국민들은 외면합니다."

 

▶보수의 가치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국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시대정신을 잘 아울러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보수의 가치는 수호해야 할 가치이고, 수호해야 할 가치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것이 보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진보도 제대로 된 보수도 없어요. '이른바 진보''이른바 보수'만 있을 뿐이죠. 우리나라 기득권층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자기가 갖고 있는 권리 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보수 정권은 진보 정권에 의해 깨졌습니다. 진보는 '용어 제조사'가 돼 기득권을 지키려고 합니다. 용어를 만들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어요. '정의', '공정', '적폐청산'을 외치며 재미를 보다가 이제 식상하니까 '개혁' 혹은 '혁신'으로 말을 분장합니다.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우리 정치의 병폐 중 하나가 바로 편을 가르는 것입니다. 보수가 보수다운 일은 못 하고 진보는 진보다운 일을 못 하고 있습니다. 진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스스로를 진보라고 칭합니다.

 

우리는 편 가르기를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편 가르기를 한단 말입니까?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것은 아주 케케묵은 생각입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19세기, 20세기의 진영논리에 젖어 편 가르기를 하는 사람들은 양 진영의 극단주의자들입니다. 편 가르기하고 진영논리만 주장하면 되니 참 편리하죠. '진영'이라는 버스에 오르기만 하면 운전하는 수고 없이 끼리끼리 재잘거리다가 목적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진영 논리에 안주하고 있는 이 사람들이 기득권 세력들입니다. 요즘 진보와 보수로 편을 가르는 사람들은 진영논리에 의존하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집단 이기주의의 화신이라고 봅니다."

 

▶ 진보 진영은 친일론을, 보수 진영은 지역감정과 종북론을 들고나와 선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동행위를 방지할 방안이 있을까요?

 

"선동행위를 방지할 방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성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우리 국민들은 즉각적,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대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DNA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꾸겠습니까.

 

정치인부터, 그리고 대통령부터 국민감정에만 호소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부터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국민감정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게도, 정치인에게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면 누가 그 역할을 해야 할까요? 바로 언론입니다. 그런데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여당에 동조하는 '덩달이'로 비쳐져서야 되겠습니까? 어느 언론사에 속해 있든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일부 언론은 정부 기관지, 일부 기자는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 사람, 한 사람 서서히 고쳐 나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선동가 치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선동과 실정은 계속 되풀이되고 국민들은 속아요. 그래서 교육이 더욱더 중요합니다."

 

▶내년 총선까지 약 7개월 남았습니다. 의장님께서 지적하셨듯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도 실세에 눈도장을 찍지 못하면 공천을 받지 못합니다. '공천 제도 자체를 검증하려는 노력'을 각 당에 주문하셨습니다. 공천제도와 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선거철만 되면 공천 관련해서 나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물갈이'. 언론 속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기자들은 '이번에는 물갈이를 몇 퍼센트 정도 할 계획이냐'고 질문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A당 위원장이 '우리는 25% 물갈이하겠다'고 말하면, B당 위원장은 '우리는 30% 물갈이하겠다', C당 위원장은 '우리는 35% 물갈이하겠다'고 말합니다.

 

그 말에 따라 공천심사가 이뤄지고 의원들은 내쳐집니다. 물갈이 비율을 맞추려고 그 기준을 들이대는데 인재가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물갈이를 20% 하든, 50% 하든 정치판은 안 바뀝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사무관, 서기관, 부이사관, 이사관 등 경력을 쌓아 승진합니다. 공무원이 된 지 2년 된 사무관에게 갑자기 국장을 맡으라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물갈이가 과도하다는 것입니다. 해마다 국회의원의 50%가 물갈이됩니다. 공천에서 20~30%, 선거에서 20~30%가 물갈이돼 국회의원 50%가 바뀌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과 비슷하게 미국에서는 한 번 국회의원이 되면 90% 가까이가 재당선됩니다."

 

▶ 왜 '물갈이'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물갈이하라고 했더니 물은 안 갈고 고기만 갈기 때문입니다. 썩은 물에 새 고기를 넣으면 새 고기도 오염되기 마련입니다. 썩은 물에 적응하는 물고기는 살고, 적응하지 못하는 고기는 죽습니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아야 합니다. 헌 포대에 새 술을 넣으면 되겠습니까.

 

물갈이 대신 '판 갈이'를 해야 합니다. '물갈이'라는 그 좋은 말이 물이 아닌 사람을 바꾸는 것이 됐으니 '판 갈이'를 하자고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구조를 바꾸려면 첫째가 개헌이고, 둘째가 정당법과 국회법, 정치자금법 같은 정치관계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년 총선까지 7개월 남았는데 구조를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18대 국회의장을 했는데 당시 '18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후 '19대 국회는 더 최악의 국회', '20대 국회는 그보다 더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해마다 물갈이를 하고 또 해도 최악의 국회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는 정치판을 바꾸지 않아서입니다. 물은 안 바꾸고 고기만 바꿨으니까요. 우리 정치계는 바로 이 본질적인 문제를 고쳐야 합니다."

 

▶'의정활동평가'를 공천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의정활동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국회의원의 주 무대는 국회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지 국민이 알 수 없습니다. 언론도 자극적인 것 위주로 보도하고 있죠. 제대로 활동한 의원은 한 번 더 국회에서 활동하도록 하고 제대로 하지 못한 의원은 더 활동하게 하면 안 됩니다. 각 정당은 활동 평가서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엄밀하게 만들어 공천에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각 당에서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의정활동 평가서를 만들고 다음 공천에 반영해야 엉터리 국회의원을 거를 수 있습니다. 싸움만 잘하고 고함만 잘 지르고 실세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공천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면 다음 공천에 탈락하는데 누가 열심히 하겠습니까."

 

▶국회 개혁방안에 대해 여쭙고자 합니다. 일각에서는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표피적인 문제를 들먹이며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고 있는데, 실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고 하다 보니 의원 수를 늘리려는 것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대신 비례대표를 늘리자고 하면 제 목이 날아가는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선거법에 찬성하겠습니까. 그래서 현행 의석을 최대로 지켜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국회가 국정이 아니라 개인적인 목적을 위한 곳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렇게 수단이 목적을 압도하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미국에 비하면 많고, 유럽에 비하면 적습니다. 미국은 의원이 인구 70만 명꼴에 한 명이고, 의원 개개인에게 많은 활동비가 지급됩니다. 유럽은 의원 수가 우리의 2~3배 정도로 의원 수가 매우 많습니다. 명예직이라 보수가 아주 적은 대신 투잡, 쓰리잡이 가능하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일이 많아 겸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의원 수만 늘리자고 합니다. 의원 수가 200명이면 일을 못 하는데, 300명이면 잘하고 350명이면 더 잘하는 게 아닙니다. 의원 수를 늘릴지 현상 유지할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시한폭탄입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공천 때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현 정권은 꾸준히 그 길을 향해 가고 있어요.

 

그동안 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수없이 많이 얘기했지만 각 당이 잿밥에 눈이 어두워서 소홀히 듣고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례대표가 더 많이 늘어나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말합니다.

 

비례대표가 지역구 의원보다 더 많으냐 적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과연 누가 비례대표가 돼야 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뽑느냐가 중요한 문제죠.

 

어느 당의 비례대표 의원이 15명 당선됐다고 해봅시다. 비례대표 후보 순번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그 선출과정을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 누구는 1, 누구는 15번이 됐는데, 왜 누구는 16번이 돼서 의원이 되지 못했는지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1번과 15번은 똑같은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어떤 연유로 1번이고 15번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중립성,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곤란합니다.

 

지금까지 비례대표는 줄만 잘 서면, 동아줄만 잘 잡으면 됐습니다. 대통령한테 눈도장 찍으면, 당의 실세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됐어요. 실세에게 돈 보따리를 싸서 주면 전국구 비례대표가 될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왜 이 사람이 비례대표가 돼야 하는지 그 선정과정도 잘 따져보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뒷받침돼야만 제대로 비례대표제를 할 수 있어요.

 

독일은 비례대표제가 잘 돼 있다고 합니다. 완벽한 제도는 있을 수 없지만, 현재 비례대표는 열심히 하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당의 전위부대처럼 행동합니다. 당에서 하라면 앵무새처럼, 행동대장이 돼 나섭니다. 4년 후에 어느 지역구에 출마할까 생각만 합니다. 이런 비례대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비례대표를 한 번 하면 적어도 4년은 국회에 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본래 뽑은 목적인 직능대표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목적이 사라지고 줄만 잘 서려고 합니다."

 

▶의장님께서 저서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에서 '상시 국회제도'를 언급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 상시 국회제도가 자리 잡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18대 국회의장일 당시 '상시 국회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청와대에서 대번에 비판이 날아왔어요. '지금도 국회에 발목 잡혀 장관이 일을 못 하고 있는데 장관을 24시간 국회에 잡아놓겠다는 거냐'고 비난했죠.

 

상시 국회제도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상시 국회제도는 '캘린더 국회'입니다. 국회 캘린더를 보면 일정이 다 정해져 있는데, 국회 운영도 그렇게 정하자는 것입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본회의, 수요일과 목요일은 상임위원회 회의, 금요일은 특별위원회 회의를 여는 것처럼 하는 것이 상시 국회입니다.

 

해마다 국회 사무관이 연중 국회 일정표를 만들지만 지켜지지 않습니다. 일정표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회의가 열리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회의가 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의를 여느냐 마느냐로 원내대표끼리 치고받고 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국회를 학교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학생이 학교에 안 가는 게 자랑거리인가요? 선생에게 질문하고 공부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지요. 그런데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겠다며 '등교'를 무기로 삼습니다.

 

상시 국회의 개념도 모르는 국회의원이 '국회 보이콧'을 투쟁의 무기로 삼습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출근해서 정부에 따질 것은 따지고 파악할 것은 파악하는 게 의원의 본분입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서 밤을 지새우며 질의하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국민이 두 발 뻗고 잘 수 있습니다."

 

김 전 의장이 1905년 을사늑약 체결 당시 김구 선생의 일화를 소개하며 정치 원로와 중진들에게는 '불쏘시개' 같은 역할을, 청년들에게는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했다. [사진=위키리스한국]

 

▶방송과 인터넷, 사회관계망 등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그만큼 사회분열도 심각합니다. 분열을 멈추고 갈등을 넘어 화합을 이루려면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회정풍운동 또는 정치개혁운동의 방향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합리적 보수'의 상징이신 의장님께서 앞장서실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수없이 얘기했지만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 하겠지요. 억지로 해서도 안 됩니다. 김구 선생의 일화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됐습니다. 민영환 공이 자결하고 이상설 참판이 자결을 시도했다가 발견돼 살아났죠. 그때 김구 선생은 죽기를 무릅쓰고 서울에서 제일 넓은 광장으로 나아가 '우리 대한이 일어나야 한다'고 외쳤어요. 일본 순사들과 육박전을 벌이고, 일본 순사들이 총질하면 기왓장을 던지며 항전했습니다. 1조가 일제에 잡혀가거나 죽으면 2조가, 2조가 잡혀가면 3조가 나서서 근 한 달간 싸움을 벌였어요.

 

그러던 김구 선생이 다 접고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당시 민중의 의식과 수준으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죠.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죽음이 나라를 되찾는 데 효과가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애국 계몽 운동을 열심히 하고 민중을 가르치며 문맹 퇴치에 힘썼습니다.

 

사람들은 위기에 처하면 남 탓하고 회피하고 눈치를 봅니다. 나라를 위해 교육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지금 나라가 어느 때보다도 어렵습니다. 나라가 위기라는 사실을 위정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데서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또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세력이나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이 불안감으로 작용합니다. 바로 리더십의 위기입니다.

 

여야 어느 진영에 속하건, 나 같은 사람들, 다시 말하면 나라와 국민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더하고자 해서는 안 됩니다. 현직의, 이른바 정치권의 원로중진들은 자기가 중심적 위치에 있어야 하고, 킹은 아니어도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후배들이, 그야말로 새카만 후배들이 나보다 훨씬 낫다, 우리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맡겨 놓으면 더 잘할 것이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잘 먹고 잘살고 잘 대접받았으니 이 나라 정치발전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해야 합니다. 특히 편안한 지역구에서 쉽게 당선된 의원들은 특히 더 그래야 합니다.

 

정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여, 세상을 바꾸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조금은 모자라고 조금은 서툴더라도 순수한 열정과 애국심으로 스스로를 무장해 달려나가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위해 떨쳐 일어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

 

supermoon@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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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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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갑자기 떠오른 까닭은?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며 나라 잘되기를 소망하면서도 짙은 달그림자가 일렁이는게 

내 눈에만 보이는 걸까. 문득 지금부터 2400~2500년 전 그리스를 뒤흔들었던 

희대의 인물이 떠올랐다.

 

알키비아데스 클레이니우 스캄보니데스

(Ἀλκιβιάδης Κλεινίου Σκαμβωνίδης, BC 450년~404년 경)

 

알키비아데스(BC 450?~404년). 이 사람이 내 마음의 달그림자 였나보다.

그는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다. 돈도 많았다. 당시 아테네 민주정 최고지도자인 

페리클레스의 집에서 먹고 자란 페리클레스 가문이다. 

아마 조카쯤 되었을 것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미남이었다. 

그가 지나가면 뭇 여인들은 물론 남자들까지도 그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말을 붙이거나 

교태를 부렸다. 요즘 말로 하면 얼짱이요 몸짱이었다.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흉상 몇 점

(죽은지 100년 이후의 작품)이 그의 수려한 외모를 짐작케 해준다. 

그런 그가 고대 올림픽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전차 경주대회에 무려 7개 팀을 내보내 그의 말들이
우승은 물론 상위권을 싹쓸이해버렸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요즘으로 치면 세계 최고급 

요트 경주나 레이싱에서 메달을 독점한 셈이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시 그리스 직접민주주의 시대에는 말을 잘해야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웅변과 연설의 달인이었고, 선동 선전의 귀재였다. 

그가 얼마나 말을 잘하고 또 매혹적이었는지 심지어는 그의 흠이라 할 수 있는 혀 짧은 소리마저 

당시 유행이 될 정도였다.

 

돈 많은 명문가 자제였으니 스승도 좋을 수밖에 없어 최고급 족집게 과외 선생들을 들여놓았다. 

당대 최고의 현인 소크라테스가 그의 스승이었다. 소크라테스 밑에는 플라톤, 크세노폰 같은 

불세출의 제자들이 있었지만 알키비아데스처럼 놀기 좋아하고 방탕한 역대급 악동도 있었다. 

훗날 소크라테스의 죽음에도 알키비아데스와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둘은 '동성 연인'이란 세간의 의심을 살 만큼 사제지간 그 이상이었다. 

술에 만취해 유곽에 들어간 알키비아데스를 소크라테스가 끌어내고 있는 18세기 그림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케 해준다.

 

<쾌락의 팔 안에서 알키비아데스를 끌어내는 소크라테스>

(프랑스 화가 장 밥티스트 레뇨의 18세기말 작품, 루브르박물관)

 

돈 많고 집안 좋고 말 잘하고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그가 부러운 게 뭐가 있었을까. 

자부심이 넘쳐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이런 사람도 부러운 게 있을까? 있다! 그것도 치명적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그는 일생을 치열하게 살았으나 어느 한 순간도 만족하지 못했다. 

바로 권력과 명예욕이요, 주인공이 안 되면 참을 수 없는 정서불안증이다.

이로 인해 그는 언제나 주변을 긴장시키고, 서로를 불신케 하고, 상대를 적(敵)으로 만들어 

니편 내편끼리 지독히 싸우게 하고선 결국은 그 자신이 거짓과 불신 덩어리가 된 채로 

비극적 삶을 끝내고 만다. 욕망을 위해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속이고 또 꾸며대야 했다.
겉만 번지르한 채 속으론 한없이 불안한 이 불행한 인생을 한번 더듬어 본다.

 

명明과 암暗 ,아니 어둠과 더 어두움
기원전 421년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평화조약을 맺었다.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난 시민들은 환호했다.
평화조약이 체결되기까지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알키비아데스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집안은 원래 스파르타 출신이었다. 그러나 조약이 발효되자 아테네 사람들은 이 조약을 

니키아스의 노력의 결과란 의미에서 '니키아스 평화조약'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누구보다 화가 난 사람이 바로 젊은 알키비아데스였다.

 

그는 아테네 시민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자 그 즉시 평화론자에서 전쟁론자로 방향을 바꾼다. 

조약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갖가지 방해·이간책을 늘어놓고, 

스파르타와의 전쟁만이 해결책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피 끓는 젊은이들이 동조하기 시작한다. 

그 전초전이 이탈리아반도 남쪽의 시칠리아(시라큐스) 원정이다.

 

알키비아데스의 선동은 주효했다. 많은 이들이 시칠리아 원정으로 일확천금을 손에 쥐는 꿈에 

부풀었을 뿐 그 도시의 전투력이 어떤지, 국제정세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랑곳 않고, 원정에 따른 

위험부담이 뭔지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주전파인 알키비아데스와 주화파인 니키아스가 공동으로 

원정대 사령관이 되는 이상한 지휘계통이 원정의 쓰라린 결과를 예감케 해준다. 출정을 앞두고 일어난 

기묘한 일로 알키비아데스는 원정지 도착 직전에 본국의 법정에 서라는 출두명령서를 송달받는다. 

 

알키비아데스는 그리 하겠노라고 안심시킨 후 감쪽같이 사라진다. 몇 달 후 그가 나타난 곳은 

누구도 상상 못한 스파르타였다. 그가 그렇게나 저주하고 싸워 없애버려야 

아테네에 평화가 온다고 했던 그 스파르타에 나타난 것이다. 

동학군 선두에서 죽창가를 부르며 척왜척양(斥倭斥洋)을 외치다, 신세가 여의치 않자 

일본으로 밀항하여 조선 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친일파가 있었을까.

 

스파르타 사람들조차 당연히 그를 믿지 못하건만, 그는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스파르타 민회(국회)에서 당당히 '궤변(詭辯)'을 늘어놓는다. 

"진정한 애국자는 고국에서 부당하게 쫓겨났는데도 그곳을 공격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고국에 대한 열정으로 무슨 수를 써서든 고국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자입니다." (투키디데스 6.92.4.) 

그러면서 그는 아테네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려주며 스파르타로 하여금 아테네의 약점을 찌르도록 한다.

"조국을 사랑하기에 조국을 망하게 한다"는 알키비아데스의 궤변은 스파르타 사람들로선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아테네는 이 변절자 매국노로 인해 뼈가 아프지만 이만 갈 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그날 이후 스파르타인보다도 더 스파르타인처럼 행동했다. 힘든 육체운동을 

똑같이 하고 냉수욕을 하며 스파르타식으로 머리를 기르고 공동식사에서 거친 빵과 검은 죽을 먹었다. 

스파르타 사회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을 점차 키워나갔다. 급기야는 그 잘생긴 외모로 왕비를 유혹하고 

그의 아이까지 배게 한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 갈 수 없는 법. 왕이 알았다는 사실을 눈치챈 그는 

살기 위해 곧바로 스파르타를 탈출한다. 

 

이번에 그의 행선지는 바다 건너 페르시아가 지배하는 이오니아 지방이었다.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었다. 살라미스 해전(BC 480년)에서 퇴각했지만 페르시아는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었고 그리스 정복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을 때였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알키비아데스는 에게해 연안 소아시아 지역을 관리하는 페르시아 총독의 신임을 얻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스파르타와 아테네에 대해서는 자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페르시아 총독과의 

접촉이 안 될 거라며 압력을 행사한다. 그의 모국인 아테네에는 민주정 해체를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민주정으로 있는 한 자신의 복귀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로서는 허풍과 위세 덩어리인 

이 망명객을 이용해 스파르타, 아테네 양국을 밀고 당기면서 기회를 엿본다.

 

그리스세계 최고 최장 최악의 세계대전이라 할 수 있는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년) 후반부에 

그는 정치와 전쟁의 세계에서 자기의 영향력과 입지 강화를 위해 잠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테네, 스파르타, 페르시아 어느 곳으로부터도 그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 

애국심을 말아먹은 부도덕한 자가 획책하는 어떤 대책과 계략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또 당연히 

성공할 수도 없었다. 평생을 공명심과 명예욕에 사로잡혀 동분서주했던 위선과 오만의 이중인격자는 

'신뢰의 결핍'이 자신의 치명적 약점이라는 사실을 죽을 때까지 몰랐다.

 

아테네는 결국 스파르타에 의해 멸망하고(BC 404년), 멀리 피신해 있던 그를 가장 먼저 찾아간 사람은
스파르타의 자객이었다. 정복 통치에 장애가 되는 첫 번째 제거 대상은 열렬한 애국자나 반대자가 

아니라 적과 아군 사이를 넘나들던 변절자라는 것은 역사의 평범한 교훈이다. 

이렇게 그리스 몰락 시대를 불꽃같이 살았던 희대의 인물 알키비아데스는 시골 작부와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사라진다.

 

※ 알키비아데스의 일화 두 가지 

◈ 어릴 때부터 고집불통이었던 그는 또래 아이들과 싸움질을 하면서 이빨로 상대를 물었다. 

    "너 왜 계집애처럼이빨로 내 팔을 무는 거야!" 하고 항의하자, 

    "무슨 소리, 난 사자처럼 문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사자새끼였을까, 아니면 과대망상 소유자였을까("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 아테네는 스파르타 주축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에 대응하기 위해 델로스 동맹을 구축했다. 

    이 와중에 '밀로'(밀로스 또는 멜로스로도 불림)라는 조그만 섬에 동맹세를 과하게 요구하고, 

    항의하는 밀로섬을무자비하게 정벌 탄압한다. 남자는 모두 처형하고 여자는 전부 노예로 삼는다. 

    민주주의를 위한다면서 가장비민주적 방법을 동원한 데 대해 투키디데스는 그의 저술에서 

    상세히 지적하고 있다. 강대국의비인도적·부정직·부정의한 행태나, 약소국의 막연한 기대심리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국제정치학의 역사적 사례로 꼽힌다. 이 강경 진압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알키비아데스다. 

    그당시 알키비아데스가 가장 자주 쓴 말은'정의'였다고 한다. 지도자의 언행불일치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밀로섬은 '밀로의 비너스'가출토된 지역, 이래저래 알키비아데스와 

    아름다움은 연결되는 모양이다. 

 

 

2019년 추석을 맞아

 

 

그림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Alcibiades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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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시민 2019.09.15 2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키비아데스를 읽고 나니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네요, 그 이름 조국.

  2. BlogIcon 이제영 2019.09.16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내로남불들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겉으로는 최고선을 가장하지만 정작 속에는 온갖 추함이 가득한 자...
    말과 행동이 불일치함은 물론 조그만 권력을 가지고도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자신과 가족을 특권으로 둘러싸는 자...
    그외에도 할 말은 많습니다만...

사회환원 실천 김형오 前국회의장
책 2000권·기록물 5000점 등
재임시절 자료 국회도서관에 기증
외국정상에 받은 귀중품도 상당수
"국민들 위해 상시 전시됐으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중앙홀에서 열린 기증자료 특별전 개막식 직후 자신이 직접 쓴 '술탄과 황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동일기자

"국회의원 시절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방문했다가 탄식했던 적이 있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와 200년 역사를 가진 미국인데 오히려 미국이 더 유서깊게 느껴졌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왔나 생각했다. 바로 남기는 문화에 있었다."

 

영원한 의회주의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최근 국회도서관에 자신의 책 2074권과 기록물 5000여점, 국회의장 재임 시절 세계 각국으로 받은 선물 178점을 기증했다. 정치인이 국회에 책과 자료를 기증한 사례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처음은 아니다. 고 이종찬 전 의원과 현경대 전 의원이 이미 자신의 의정활동 기록과 책을 국회에 기증했고, 지난 6월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비공개 의정활동 기록물과 책, 문서, 사진 수천점이 국회도서관에 기증돼 분류 작업이 진행중이다. 현직 국회의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해 6월부터 자신의 의정활동 자료를 매달 국회 도서관에 보내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기록물을 도서관에 보내는 경우는 그간 있었지만 국회의장 재임시절 자신이 받은 선물까지 모두를 기증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를 기념해 국회도서관은 17일까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기증한 자료와 도서, 선물 등을 전시하는 기증자료 특별전을 진행한다. 전시 개막일인 지난 5일 만난 김형오 전 의장은 "처음부터 저에게 준 선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공인의 삶과 신분으로 받은 것은 국민의 것이기에 당연히 내놓아야 한다고 예전부터 쭉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회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1층 중앙홀의 한켠에서 진행중인 이번 전시에는 각국 정상과 국회의장 등 귀빈으로부터 받은 선물 120여점이 전시대 칸칸을 채웠다. 각국의 특색에 따라 선물도 제각각이다. 주한 인도대사로부터 받은 인도코끼리 모형을 비롯해 터키 에르도안 총리에게 받은 금속 보석함,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전통공예 다기세트 등 다채롭다.

 

김 전 국회의장은 "미국의 경우 국회의장에게 들어온 선물은 임기중 기록으로 남겼다가 임기를 마친 후 정부가 다 가져가는데 우리나라는 전 국회의장들이 의도적으로 내지 않았다기 보단 아직 그러한 시스템이 없었기에 이번을 계기로 정립되길 바랬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 상시적으로 외국으로부터 받은 귀한 선물들이 전시된다면 국민들이 국회를 찾을 이유가 생긴다"며 "외국처럼 우리 국회도 볼거리가 많아지고 국민들이 국회를 더욱 친근하게 생각할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의 절반이 그가 내놓은 반짝이는 선물로 가득찼다면 다른 절반은 그의 저서와 그의 삶에서 감명받았던 책들로 채워졌다. 가장 핵심은 김 전 의장의 역저인 '술탄과 황제'였다. '술탄과 황제'는 김 전 의장이 정계를 은퇴한 후 처음으로 내놓은 책이다. 이 책은 비잔티움 제국과 오스만 제국이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1453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당시 두 지도자의 리더십을 탐구하며 마치 종군기자가 된 것처럼 설정해 쓴 책으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술탄과 황제는 의원직을 그만둔 후에 시작해서 의정활동과 큰 관계는 없지만 사실 구상은 국회의장실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제가 학자였으면 오히려 쓰지 못했을 책"이라고 밝혔다. 요즘같은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중앙아시아를 연구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농담을 던진 그는 "요즘 시대에 재미가 없으면 책에 보배가 들어있어도 보지 않기에 이왕 책을 쓸거면 어떻게 재밌게 쓸까에 온 궁리를 했다"고 말했다. "4년을 꼬박들여 연구하다시피 쓴 책이다보니 이 책의 흔적이 내 몸에 남아있다"며 "집필 마지막 1년은 아마 하루에 4시간을 자는 게 많이 잤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시절 몸을 혹사시키는 바람에 요즘도 몸이 성하지 않다"고 밝혔다.

 

책을 쓰면서 그는 큰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다만 주위의 정치 선후배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두가지 생각이 있었다"며 운을 뗀 그는 "먼저 국회의장 지낸 사람이 이 따위 책을 썼냐는 소리 들으면 동료 선 후배 의원에게 화가 미칠 것 같아 없는 재주를 썼다"고 겸양을 비쳤다. 그는 "국회 오니 많은 국회의원들이 출중한 재주가 있었다"며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길 바랬다.

 

유한한 정치 인생보다 더 긴 자기의 인생이 있음을 알고 가면 우리 정치가 투박해지지는 않지 않을까 생각했다. 위만 쳐다보는 정치보다 국민을 보는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원들에게도 이후의 삶이 있다는 메시지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생각보다 까다롭고 피곤한 일들이 많았지만 다시금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공직자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늘 생각했다"며 "제 작은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게 느낌표를 하나 찍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전시를 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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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자유한국당 의원 연찬회"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제 특강 내용을 언급했는데 전체 내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 블로그에 특강원고 전문을 올립니다.

 

 


자유한국당의 진로

 

 


김 형 오

 

 

1부: 지소미아 파기와 조국 파동… 진정한 개혁이란?

급작스런 (강의 요청) 연락을 받고 만든 거라서 부족한 점이 많을 겁니다. 양해 바랍니다.

 

정치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이상을 좇아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 하고, 그래야 나라도 국민도 행복해집니다. 오늘 내 이야기가 누구의 귀에 솔깃하면, 반대편은 거부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나는 현자도 아니고 다시 정치할 생각도 마음도 없기에 내 평소 신념과 소신을 있는 그대로 말하겠습니다. 내 이야기는 어느 누구의 편에 서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위기에 빠진 이 나라가 잘 되게 하기 위한 충정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물론 자유한국당도 잘 되기를 바랍니다. 다소 듣기 거북하더라도 참아주기 바랍니다. 너무 뼈아픈 소리는 하지 말아 달라는 나 대표의 간청도 감안하여 표현은 최대한 부드럽게 하겠습니다.

 

나의 평소 지론은 야당이 튼튼해야 여당이 바로 서고 청와대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정치가 위기다, 잘못하고 있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야당 책임이 큽니다. 야당이 무력하니 여당이 야당을 우습게 보고,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고 따라 올 거냐 말 거냐로 압박합니다. 청와대에 대해서도 “야당 때문에 일을 못하겠으니 제발 이것만은 들어주자, 양보하자”라고 말할 절박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한국 정치가 이 모양이 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의 책임도 크다 하겠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자유(自由)’와 ‘대한민국(大韓民國)’입니다. ‘자유한국당’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두 가지 말을 모두 합친 당입니다. 그러나 당명대로 자유한국당은 자유와 대한민국의 가치 그리고 이념을 지키려 얼마나 노력을 했나요? 나는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커다랗게 새겨진 “FREEDOM is not FREE”를 보면 가슴이 저밉니다. 그들은 지금부터 69년 전 평생 들어보지도 생각해보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를 지키려고 오직 조국(미국)의 명령으로 참전했다가 20대의 그 고귀한 청춘을 바쳤습니다. 한국 청년 수백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낭송에 10분 정도 걸리는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소리 높여 외우는 어느 시 애호가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여러분은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나요? 여러분은 조그만 수고에 비해 더 큰 혜택을 입고 있지는 않은가요? “우리가 민주화를 위해 피땀을 흘렸을 때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하며 국회에 와서 호통 치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건방지고 당당한 태도를 생각하면 여나 야나 청와대나 겸손은 어디로 가고, 민주화·산업화의 열매나 따 먹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나는 이 구절을 들고 싶습니다.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 헌법 전문(前文)에 있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그렇습니다. 안전과 자유와 행복입니다. 그 중에서 국가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안보가 무너지면 나라는 그걸로 끝입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100년을 못 넘긴 나라가 그 이상 간 나라보다 엄청나게 많습니다. 20세기에 등장했다가 21세기에 사라진 나라도 수십 개 국에 이릅니다. 나라는 영속하지 않습니다. 그 생명력은 어떻게 지키고 가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영속할 수 있을까요, 아니 100년을 넘길 수 있을까요? 요즘 나는 불안합니다. 어떤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물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나는 한국 땅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끝까지 이 나라를 지킬 것입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외국으로 눈길, 발길을 돌리려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못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 정권 들어 더욱 현저해진 현상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나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때문에 국민은 값비싼 세금을 냅니다. 그런데 요즘 세금 내기 싫다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들은 조국씨처럼 이재(利財)에 밝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왜 침묵하는가요. 지난 판문점 회동(2018. 4. 27) 때 김정은은 “다시는 새벽잠 깨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공언했지만 허언임이 증명됐습니다. “이런 게 나라냐”라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 안보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했으므로 협정을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8. 24) 했지요. 이 말을 몇 번 곱씹어 보지만 문법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됩니다. 어불성설입니다.


그럼 협정 유지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협정 파기가 국익에 부합한다는 말인가요? 정부는 협정 파기가 왜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말하는 것은 어떤 국익인가요? 국익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요? 설마하니 국익(國益), 즉 국가 이익이라 쓰고 정익(政益), 정권 이익이라 읽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국익이 정권을 위해 또 당리당략에 휘둘려서는 결코 좋은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국익 그 자체도 지킬 수 없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 청와대 발표는 참 잘못됐습니다. 억지로 해석하자면, “네가 나에게 해(害, 손해)를 끼쳤으므로 나는 나에게 더 큰 해를 입히겠다?” 뭐 이런 뜻인가요? 도대체 국익이 무엇인가요? 왜 느닷없이 친일파니 토착 왜구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단어들이 난무하고 횡행하는 걸까요? 우방국끼리 싸우면 더 이상 우방이 아닙니다. 그런데 더욱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막중한 안보 실패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입니까. 고스란히 죄 없는 국민이 지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외교는 안보외교였습니다. 우리는 건국 이후 지금까지 ‘자주국방’을 못한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려고 ‘동맹외교’를 선택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주국방하는 나라가 몇이나 되나요? 잘사는 나라들 대부분도 동맹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동맹외교’는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긴박하고 간절합니다. 이번 GSOMIA 탈퇴로 인한 미국의 한국 불신과 실망은 노골적입니다. 동맹의 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6·25 전쟁 이후 70년간 한국 외교가 온힘과 정성을 쏟아 이 나라를 지탱하고 침략을 억제시켜 왔던 동맹외교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국가 위기 상황입니다. 때를 맞춰 주변 정세는 더욱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대통령 방문에 ‘혼밥외교’라는 결례를 범하고 사드(THAAD) 보복을 노골적으로 하는 등 한국을 냉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야말로 안하무인입니다. 한국에 대해 아예 대놓고 모멸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좋아하든 안 하든 우리 국민이 듣기에 매우 거북한 말을 침 뱉듯 뱉어대도 청와대는 꿀 먹은 벙어리입니다. 이런 판국에 우리는 일본과 퇴로도 없이 싸웁니다. 아예 적대국 관계처럼 비방전이 가열합니다.

 

사방에 우리의 우방이 없습니다,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어리석게도 우리가 자초한 결과나 진배없습니다. 외교안보의 무능은 국가 존립과 직결됩니다. 특히 대일 외교가 잘못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긴 설명을 드리진 않겠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능력·비전문가·무방향·무책임의 4무(無) 외교가 한국 외교라니 말이 됩니까. 이런 식으로 외교를 하니 결국 일본의 우익과 아베 정권의 지지율만 올려주는 게 아닐까요.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국내 정치용이다, 물에 빠진 조국씨를 건져내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다”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펄쩍 뜁니다. 야당과 친일 세력이 지어내고 부추긴 결과라고 덮어씌웁니다. 합리적 의심은 합리적으로 설명해야만 해소될 수 있습니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 전까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외무장관조차 전혀 몰랐습니다. 이 중대 사안을 밀실에서 순간의 판단으로 결정해 발표하면 그만인가요? 정부·정권·대통령은 정해진 임기까지 나라를 잘 관리하는 게 소임입니다. 그들은 나라의 주인이 아니고, 국민은 종이 아닙니다. “결정했으니 따라오라. 그러지 않는 자는 친일 매국노다!” 이런 권위주의적·비민주적·군주적·독재적 사고방식이 설마 청와대 지휘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386의 낡은 논리가 가열한 국제무대에 민낯으로 드러나는 부끄러운 상황을 연출해서는 안 됩니다. 거듭 묻습니다. 지소미아 파기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국익은 무엇인가요?

 

국가 안보는 한 치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하는 까닭은 이 나라의 존립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이 중대 사안을 국회의 동의는커녕 협의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역대 정권들은 “외교 안보는 정파를 초월해야 한다”고 해왔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여야를 초월하는 협력‧협조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 정권은 사전 사후 아무런 설명도 동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해놓고는 외교 안보 중대사이니 무조건 지지하고 따라 오라 하는 식이니 누가 그 말을 듣겠습니까.

 

한일 무역 분쟁이 나자 대통령은 느닷없이 남북평화경제로 대응하자고 합니다. 북한의 비아냥처럼 소도 웃을 이야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소재 국산화다 뭐다 떠들어대지만 우리 기업들이 몰라서 그 동안 안 했겠습니까. 고등학교 1학년 사회 경제 시간에 배우는 국제 분업과 비교 우위, 세계 무역에 대한 이해조차 없지 않고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발언입니다. 정부는 우선 기업의 발목을 잡고 상전 노릇, 갑 중에 갑 노릇을 하고 있는 규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규제 천국, 아니 지옥입니다. 팔다리 다 묶어놓고 달리기 대회 나가라는 한심한 정책을 시급히 거둬야 합니다.

 

친일 문제에 대해 한마디 하겠습니다. 왜 자유한국당은 ‘친일’ 얘기만 나오면 움츠려드는 건가요? 친일파는 일제 강점기에 많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한 사람도 일부 있지만 출세와 영욕을 맛보기 위해 친일한 사람들입니다. 올해로 해방된 지 74년째입니다. 이런 사람은 지금 없겠지만 1945년에 20세였던 청년이 열렬히 친일을 했다 칩시다. 그의 나이도 이제 94세입니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친일파는 이 땅에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친일파’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정부가 수립된 지 올해로 71년입니다. 일제 지배의 두 배도 넘는 기간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친일파 운운한다면 일본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않을까요.


세상이 복잡해지고 나라 사정이 다양다기하다 보니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여러 나라를 연구하는 전문가도 필요하고 그 나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지금 정부·여당 논리대로라면 이들은 전부 친미파·친중파·친일파·친유럽파로 분류돼 정치적으로 비애국자며 매국노로서 제거 대상이 되는 셈입니다. 우리가 대원군 쇄국 시대에 살고 있습니까. 이런 사람이 정권 핵심에 있다면 나라는 망합니다. 그런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금년은 3·1운동,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한 세기, 즉 100년이 지났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100년을 다짐하고, 새로운 100년 대한민국을 향한 비전을 설정하는 해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디 누구도, 대통령도 정부도 국회도 여야도 이런 일은 안 하고 오직 이벤트로 소진하고 친일 타령으로 보내 버렸습니다. 이런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요?

 

최근 조국씨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그는 자식을 위해 대한민국 입시 제도의 근간을 흩트려 버렸습니다. 수만 수십만, 아니 수백만 젊은이와 한때 젊은이였던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다른 이상한 문제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대한민국 지도층은 다 이런가 하는 심한 배신감이 온 나라를 진동시키고 있습니다. 나는 이 분의 개인 성격이나 생각을 여기서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국 파동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파동’이라 했지만 폭풍·태풍·쓰나미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흠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법 개혁·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며 그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이미 신뢰성·도덕성·인격에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아니, 그런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한마디로 ‘개혁 부적격자’입니다. 정부 논리대로 하자면 개혁을 흠결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인가요? “내 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느냐”(에스겔 25장, 마가복음 7장)는 성경 구절이 생각납니다. 자기 개혁이 안 된 사람이 남을, 제도를 어떻게 개혁한단 말인가요? 그가 아니면 사법 개혁을 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 그렇게도 사람이 없어서 꼭 그가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인가요? 결국 그를 법무장관으로 들이겠다는 의도는 결코 사법 개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개혁이 정권 방어용으로 흐르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누누이 보아왔습니다.

 

나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진지하게 요청합니다. 이번에 조국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 정권의 얼굴인 ‘개혁’ 그 자체가 물 건너갑니다. 개혁 대상인 사람에게 개혁의 칼자루를 맡긴다는 것은 개혁 의지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지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조국 임명 강행은 이 정권의 레임덕 시기를 스스로 빨리 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입니다. 정권의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려면 대통령과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레임덕도 언제나 정권 내부에서 비롯됩니다. 내 식구 감싸기의 온정주의에 젖어 결정을 미룬다면 더 큰 시련이 올 것이고, 정권이 감당 못할 사태가 닥칠 것이 예상됩니다. 비유하자면 발가락을 자르면 되는 일을 차일피일하다가 다리를 절단하는 불상사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조국 아니어도 할 사람 있다. 아픈 매를 국민에게 맞았지만 더 잘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십시오.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때는 숙여야 합니다. 대통령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았는데 이번 일로 파국을 맞는 우를 저지르지 말기 바랍니다. 야당이 약체라고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생각은 지워야 합니다. 이번 일을 그르치면 야당은 더욱 강해지고 무엇보다 국민이 등을 돌릴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에게는 이번 건이 참 좋은, 그야말로 호재(好材)입니다. 한국당은 그 동안 이 정권의 실정(失政)을 제대로 헤집고 국민이 박수칠 만큼 노력하고 싸웠는가요? 그 많은 정권 공격용 호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한국당이 아니던가요? 이번 일만큼은 당의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합니다. 모든 의원이 의원직 사퇴 결의서를 써 놓고 싸워야 합니다. 이번 일이 실패하면 당은 존재 가치가 없어집니다. 자유한국당은 공중분해되거나 지리멸렬해질 것입니다. 한국당의 지리멸렬을 노리고 조국씨 임명을 강행하겠다면 청와대는 전술적 승리는 하겠지만 전략적으로 큰 낭패를 볼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세력, 정당이 들어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1985년(12대 총선) 민한당을 대신한 신민당 바람이 불어 결국 권위주의 시대의 막을 내리게 했습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그때보다 더 빨리, 더 세게 바람이 불 것입니다.

 

조국 파동을 계기로 이 땅에 진정한 개혁의 바람이 불기를 희망합니다. 그 일에 자유한국당이 앞장선다면 이 당은 미래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를 어지럽히는 행위‧제도‧관습을 퇴출시켜야 합니다. “나는 되지만 너는 안 된다”는 것이 조국 특혜 사건의 핵심입니다. 이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던 공정·평등·정의가 희롱당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병역 기피·탈세·권력 유착·투기·입시 부정·취업 사기·논문 복제·위장 전입 등등 국민을 아프게 하는 일들을 자유한국당이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선언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검증받고 실천할 때 자유한국당의 진면목이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말 나온 김에 검찰 개혁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이름도 뜻도 애매하고 복잡한 ‘공수처’ 신설인가요? 아닙니다. 이것은 대통령 눈치 보는 검찰을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첫째, 검찰총장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느냐, 즉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검찰 개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대통령과 청와대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 검찰이어서는 안 됩니다. 둘째는 국민이 두려워하는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섬기고 보호하는 검찰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죄형법정주의를 확립하고 마구잡이 인신구속 남발을 방지해야 합니다. 이런 법을 자유한국당이 먼저 입안하고 가결해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이 정부에 대해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하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청와대, 즉 대통령 비서실 문제입니다.
이 정권 들어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과거 어떤 정부·정권보다 더 강력한 청와대입니다.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입니다. 본인들은 펄쩍 뛰겠지만…. 청와대 비서실은 헌법에도 없습니다. 수석과 비서관은 법률도 아닌 시행령, 즉 직제령에 있을 뿐입니다. 물론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국회 동의나 심의도 받지 않습니다. 이런 청와대 참모들이 국정을 주도합니다. 정치 문제는 당을 압도하고, 행정부는 청와대 눈치 보기 바쁩니다. 장관이 인사권이 없는데 어찌 부처를 장악‧지휘하고 효율적인 활동을 하겠습니까. 공무원들은 장관 말에 대해 면종복배한 지가 어제오늘이 아닙니다. 청와대는 그 성격상 능력보다 충성심 위주입니다. 이러니까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하면 경직성을 띠고, 내 편 네 편 나누고, 정국은 경색됩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넘어가면 힘센 청와대 권력이 기울어집니다. 권력 내부에서부터 동요가 일어납니다. 더 늦기 전에 각 부처에 재량권을 넘기고 당에 정치를 일임해야 합니다. 그것이 레임덕 충격을 덜 받고 정치가 복원되는 길입니다.

 


2부. 자유한국당은 어디로 가고 있나? 무엇을 지향하나?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 그리고 국민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이념이자 가치 지향점이라고 봅니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행복은 자유에 있고 자유는 용기에 있다”(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고 했습니다. 내가 모두에 헌법 전문 중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를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요컨대 한국당은 자유를 지킬 용기가 있는가고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여러분, 답변해 보세요.

 

한국당 안에는 여러 파벌이 있다고 합니다. 친박‧비박‧복당파‧잔류파 등등. 그러나 역대 정당 치고 파벌‧계보‧계파가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고, 그 차이로 말하자면 지금 한국당 내의 파벌‧계파는 과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지금 지난 일로 다투고 있다고 합니다. 참 한심하고 할 일도 없는 정당 같습니다. 이 정권이 뭔가 잘못되면 전 정권 탓을 하는 것도 신물이 날 정도인데, 야당이 되고서도 네 탓 내 탓하며 싸운다니 말이 됩니까.


한마디 하겠습니다. 탈당파들이 탄핵 동참이라는 어리석은 결정을 함으로써 그 결과 당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잔류파들은 탄핵을 막지도, 다른 대안을 찾지도 못하고 어정쩡 눈치만 보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비난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모두가 잘못했다는 말입니다. 원죄(原罪)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그때 내가 제안하여 원로들이 모두 합의했던 “대통령 하야”만 하였더라도 이런 처참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모시던 대통령은 감옥에 있고, 주변 사람들은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되었고, 당명을 바꿨지만 한국당은 지지세가 약한 야당으로 전락했습니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되었을 때 민영환공을 비롯해 이상설 의사 등 무수한 애국자들이 자결을 감행했습니다. 김구 선생 같은 이는 청년 결사대를 조직하여 매일 대한문(당시 大安門) 광장에서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고 몸으로 싸우다가 많은 이가 구속되고 다쳤습니다. 을사늑약과 비교될 수 없는 사안인 줄 잘 압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사상 초유의 일을 당하고도 누구 한 사람 자결은커녕 의원직을 벗어 던졌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는 겁니다. 누구 한 사람 자기 잘못이라 하지 않고 네 탓만 합니다. 이런 당을 누가 지지할까요?

 

그나마 여당의 실정(失政)이 아니라면 한국당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당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안보는 6‧25 이후 최고로 취약하고, 경제는 IMF 이후 최대 위기이며, 외교는 1965년 이후 최악의 상황 아닙니까? 오죽하면 김대중 정권 시절 장관까지 지낸 이가 이 정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습니다. 너무 신랄해 인터뷰 기자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 오히려 물을 정도였습니다.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정권이 잘못하는 게 많은데 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을까요? 그분의 답변을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민주당을 떠난 민심이 자유한국당으로는 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현상은 한국당이 국민이 바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때맞추어 막말을 해서 ‘정부 여당의 X맨’, ‘치어리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 월간중앙 6월호 전재, 김성재 전 장관 인터뷰)


여러분, 듣기 불편한가요? 불편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다선‧중진 의원 여러분, 여러분은 정부와 여당, 특히 청와대의 독주‧독선을 막으려 몸을 던졌는가요? 총선이 8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총선에 또 출마할 계획인가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몸을 던지세요. 자유민주주의는 말로써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러분같이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 먼저 몸을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출마 포기를 선언하십시오. 지금은 “죽기에 딱 좋은 계절”입니다. 그런데도 혹시 총선에 나오려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을 스스로 찾아 가십시오. 그믐에 죽으나 초하루에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총선 때 장엄하게 몸을 던져 죽으십시오. 당이 살고 자유민주주의가 살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합니다. 개중에는 운이 좋아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건 살려고 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입니다.

 

초‧재선 의원 여러분, 여러분의 심정은 이해합니다. 어쩌다 정치인이 되었겠지요. 아직 각오와 결심이 확고하지 않은 이도 있겠지요. 난장판 정치가 몸에 맞지 않는 고고한(?) 분도 계시겠지요. 그러나 역대 어느 정권이든 위기 때마다 당의 혁신을 들고 나온 이는 초‧재선 의원이었습니다. 이런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도 어찌 개혁운동 하나 일으키지 못합니까. 더 이상 무슨 눈치를 봐야 합니까? 이러고도 다음 총선에 출마하렵니까? 이런 자세로 선거에 임하면 유권자들은 여러분을 다시 뽑지 않을 것입니다. 패기나 투지가 없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어찌 희망을 걸겠습니까. 고요한 바다는 유능한 선장을 만들지 않습니다. 거친 파도 휘몰아치는 저 대양으로 뛰쳐나가십시오!

 

지금부터 저는 이 당과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 및 대안을 제시코자 합니다.
먼저 중앙당에 대해 할 말이 있습니다. 가끔은 이 당이 선거의 가장 기초 공식인 ○△×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중간지대, △(세모)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당선의 기본입니다. 중간지대 확장을 위해 여러분은 무엇을 했나요? 며칠 전(8. 24) 서울 광화문 집회는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편을 크게 만족시켰습니다. 그러나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요? 광화문 집회의 손익 계산서를 냉정히 객관적으로 만들어 다음 집회는 보다 더 성공적으로 해야 합니다. 팁 하나를 드리자면 성경에 있는 ‘긍휼’의 마음입니다. 불교의 자비(慈悲)와도 같은 맥락입니다. 긍휼이란 말이 어려운데, 영어로는 Compassion입니다. Com은 ‘같이, 함께’라는 접두어이고, Passion은 ‘아픔’이지요. 즉 남의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 긍휼의 마음이요, 부처의 자비심입니다. 그들의 아픔에 들어가십시오. 서민‧빈민‧노약자‧임산부‧장애인‧가정부, 노조도 만들지 못하는 노동자, 오늘 내일 폐업할 자영업자들, 특히 조국씨 문제로 불거진 청년들의 꿈을 앗아간 제도와 피해 보는 청년들, 특혜‧특권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들에게 찾아 가십시오. 그냥 찾는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변 때 박 대통령이 보인 어설픈 행동을 기억하실 겁니다. 참모들의 안이한 생각이 일을 그르친 것이지요. 여러분은 몇날며칠을 이들과 함께 보내야 제대로 된 대책, 설득력 있는 보고서가 나오게 되고, 그들은 여러분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려면 팀을 짜야 합니다. 얼마나 할 일이 많습니까. 국방‧외교‧안보 분야뿐만이 아닙니다. 경제가 무너져 내립니다. 치안은 느슨합니다. 언론 환경은 지극히 나쁘고, 원자력은 문을 닫고, 온 산은 태양력‧풍력으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고통이 극심하며, 모든 분야가 활력과 창의를 잃었습니다. 분야별 대책팀을 시급히 만들어 이번 정기국회 기간 중 국회 회의가 없는 날은 매일같이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당에 돈 달라고 하지 마세요. 여러분 자비로 충당하고 보좌관도 함께해야 제대로 실정을 파악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든 내 지역구만 챙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밤낮으로 지역구를 돌아다니고 조직을 강화합니다. 배우자‧친척‧지인 총동원입니다. 나는 단언합니다. 이런 사람은 다음번에 공천에서 배제해야 합니다. 공천을 받아도 지역구에서 반드시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에 사전에 제거해야 합니다. 저의 정치 경험입니다. 쓰나미가 몰아치는데 나만 살겠다는 사람은 반드시 먼저 당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번 연수 끝나고 정기국회 시작되는 날부터는 지역구 활동을 금지해야 합니다. 주중에는 분야별 대책팀에서 몰입해야 합니다. 주중에도 지역구에 내려간다면 페널티를 매겨야 합니다. 이런 각오와 결의는 새 출발의 1단계일 뿐입니다. 거듭 말합니다. 자유한국당이 이름을 바꾼 이래 정국을 한 번이라도 주도한 적이 있는가요? 있다면 말씀해 보십시오. 정부 여당의 잘못된 정책을 제대로 반대해본 적이 있는가요? 제대로 싸워본 적이 있는가요? 한국당 주요 입법을 통과시킨 적이 있는가요? 몸을 던져야 합니다.

 

자랑이라 하지 말고 들어 주세요. 나는 17대 총선 당시 사무총장 직을 맡아 천막 당사에서 날밤을 보냈습니다. 선거 기간 중 반은 서울에서 보냄으로써 사실상 내 선거는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14개 선거구를 돈 적도 있습니다. 당시 천막 당사에는 박 대표와 저만이 배지를 단 현역 의원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 사무처 당직자들 참 열심이었습니다. 덕분에 50~6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 120석을 당선시키는 선전을 했습니다. 저도 기적적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원내대표 시절엔 여대야소의 열세를 딛고 기어코 사학법을 재개정하여 우리당이 정권을 10년 만에 탈환하는 기초를 쌓았습니다. 당시 원내대표는 임기 1년을 채우기 힘들었는데 나는 임기가 끝났는데도 몇 달을 더하라는 의총 결의로 원내대표 역사상 가장 긴 임기를 채웠습니다.


몸을 던져야 합니다. 무엇을 하겠다고 하지 말고 어떻게 죽을까를 고심하고 고민하십시오. 정치인이 자기를 던지는 모습, 국민은 이것을 보기를 원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10년 이상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원자력에 대해 좀 압니다. 탈원전, 이게 말이나 되는 정책입니까. 할 말이 없으니 탈원전은 장기 정책이라고 합니다. 이미 원전기술 세계 최우위국의 지위는 무너졌습니다. 중장기 에너지 대책도 불투명합니다. 청와대와 정부 탓만 하지 말고 탈원전 방지를 법으로 못 박아야 합니다. 입법 투쟁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국회 안팎에서 싸워야 합니다. 입법으로 정부를 견제해야 할 일이 수두룩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국회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국회는 야당인 여러분의 무대입니다.

 

몇 달 전까지 정국을 달구었던 의제는 연동형비례대표제였습니다. 이거 설명하려면 복잡하니 생략하고, 한마디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괜찮은 제도입니다. 비록 독일 같은 일부 국가에서만 하고 있지만, 연동형을 하려면 반드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의원내각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연동형을 실시하는 나라도 없거니와 연동형을 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퇴보합니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대통령 권한이 막강한 헌법을 그냥 둔 채 실시하겠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연동형비례제로 당선된 국회의원과 그 소속 정당을 친여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제1당 밑에 2중대‧3중대 정당이 줄을 서게 됩니다.
그러므로 연동형제를 하려면 개헌은 필수입니다. 그것도 의원내각제로 해야 합니다. 최소한 분권형 대통령제라도 해야 성립된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임해야 합니다. 그 동안 개헌에 소극적이었던 한국당이 뒤통수를 맞은 꼴입니다.

 

개헌 얘기를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그럼 대통령제 개헌은 어떨까요. 우리 국민은 여전히 대통령제를 선호합니다. 분권형이나 의원내각제를 열심히 홍보하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현행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입니다. 3권 분립이 안 된 제도라는 점을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신헌법의 잔재가 도처에 남아 있습니다. 친일 잔재 청산 못지않게 유신의 잔재를 청산해야 합니다.
국민은 4년 중임제(또는 연임제)를 선호하는 모양인데 그러려면 대통령 권한을 확 줄여야 합니다. 적어도 미국 대통령 정도로라도 권한을 줄여야 합니다. 지금 개헌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는데 만약 대통령 권한을 줄이지 않고 4년 중임제로 한다면 나는 절대 반대할 것입니다. 그것은 4년 중임제가 아니라 8년 독재 대통령제며, 이렇게 되면 종신 집권당, 종신 독재 정당이 등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하고, 오늘 같은 이런 연찬회는 꿈도 못 꿀 것입니다.

 

시간 관계상 한두 가지만 더 얘기하고 마칠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국회, 정당 그리고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입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행위가 미약하기에 잘못된 행태가 반복되고 시정이 안 됩니다. 국회 윤리위가 제대로 작동토록 해야 국회의원이 언행을 조심하고 신뢰를 회복할 것입니다.
국회 윤리위는 국회의원이 아닌 각 헌법 기관(법원‧헌재‧선관위)에서 추천한 인사로 구성하고, 청와대나 정당 추천권을 절대 주지 않은 채,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즉각 가동토록 하며, 윤리위 결정 사항은 국회에서 수정 없이 가부로만 결정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국회가 바로 서고 국회의원의 신뢰가 회복됩니다. 조국 사건을 보면서 ‘제 편 감싸기’가 없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임을 절감했을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제안을 먼저 할 때 야당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살아날 것입니다. 국회의원 선거구조정위원회 구성 역시 동일한 논리이며, 정당에 대한 국고 보조금의 문제점 등은 시간 관계상 생략합니다.

 

공천권에는 원내 의정 활동 성적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한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알려지도록 하고 공천을 받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지금까지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이번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원내대표실은 우선 당장 의정 활동 평가 지침을 만들어 의원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평소 생각과 이번 조국 파동을 보며 다음 두 가지를 입법화해야 한다는 신념을 굳혔습니다. 먼저 부도덕‧이중인격자 처단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직자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에게 칼자루를 쥐어줄 때 얼마나 위험한가는 두 말이 필요 없습니다. 법안을 만들고 법률로 확정 짓기 전에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부터 먼저 실시하면 어떨까요? 그것이 앞으로 깨끗한 정당, 맑은 정치인으로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입시제도 전면 개편을 위한 범국민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다시는 조국씨 딸 같은 비리와 부도덕이 발 디딜 수 없도록 대학입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국민공론위 같은 비전문가가 아닌,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각당 추천 전문가로 구성하되 조급히 서두르지 말고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총리가 바뀌어도 이 정책은 그대로 시행토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해마다 제도가 바뀌어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5년마다 한 번씩 보완‧보충하게 함으로써 안정된 가운데 학생의 창의력을 높이고 AI 시대에 대비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역시 한국당이 제안하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시간 관계상 줄이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여러분은 야당입니다. 야당답게 싸워야 합니다. 싸우지 않으려면 의원직을 반납해야 합니다.
내년 총선에 실패하면 자유한국당은 미래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끝으로 다시 한 번, 야당이 똑바로 해야 여당이 바로 서고 청와대가 바로 간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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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철회해야 합니다. 그 길밖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임명을 강행한다면 그로 인해 얻는 효과가 뭔가요. 진정 무엇을 얻으려는 건가요. 임명을 강행하는 순간 가파른 레임덕이 진행될 것입니다. 망설이던 내가 펜을 든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국정에 참여했던 경험에 비추어 조기 레임덕만큼은 피해야 합니다. 나라와 국민, 대통령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정치를 좀 한 사람들, 특히 야당과 그 지지자들은 586 운동권의 일그러진 민낯을 드러낸 조씨의 임명 강행을 은연중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이유는 굳이 들지 않아도 잘 알 것입니다.

 

오직 검찰 개혁 때문에 그를 임명하겠다는데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내가 생각하는 검찰 개혁과 대통령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대통령의 검찰 개혁도 이제 조씨는 해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검찰에 약점 잡힌 사람이 어떻게 검찰의 환부를 도려낼 수 있겠습니까. 개혁은 어렵습니다. 더구나 자칭 만신창이가 된 사람으로 개혁 운운은 개혁을 않겠다는 뜻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게 됩니다.

 

촛불로 일어선 정부 아닙니까. 촛불 민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국민은 정직하고 도덕적으로 신뢰할 만한 (능력 있는) 사람이 나라를 관리하기를 원합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분은 임기제 관리자일 뿐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와이셔츠 차림으로 커피잔을 들고 격의 없이 담소하던 그 모습을 아련히 잊지 않는 국민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고 미련 없이 떠날 때 뒷모습이 아름답고, 훗날 존경 받을 것입니다. 더 이상 나라가 헝클어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모쪼록 잘 관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외교안보는 비상 시국이고, 경제 상황은 너무나 안 좋습니다. 나라를 지켜야 할 가치관이 흔들리는 데도 여야는 진영논리에 갇혀 있습니다.

 

대통령은 3년 후 야인으로 돌아갈 사람입니다. 정치를 더 이상 못합니다. 3년 후를 생각해야 합니다. 찢기고 갈리고 나뉘어지고... 이런 모습의 나라를 물려주는 것은 대통령께서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 진단이 전적으로 옳다고는 못하겠지만, 나도 그 안에서 5년간 참모 생활을 해봤습니다. 사직서를 품 안에 넣고 다녔습니다. 대통령과 가까이 있는 사람은 알든 모르든 실정을 대통령에게 곧이곧대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게 청와대입니다. 그래서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고 일찍부터 주장해 왔습니다. 지금 옮기지 못한다면 자주 국민과 접촉이라도 하십시오. 형식적인 초청행사나 시장 방문, 공장 순회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다방면에서 두루 접촉하십시오. 비공개로 만나고 솔직히 의논하십시오. 야당과도 만나고 여당과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십시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조국 임명을 감정싸움이나 기싸움으로 보고 "밀리면 끝이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어린애 같은 참모가 있다면 한심한 일입니다(옛날에도 눈과 귀를 어둡게 하는 이런 자들이 있었습니다). 국민에게 이기려 한 정권은 죄다 실패했습니다. "국민이 내 마음을 모른다", "악의적 선전에 쏠렸다"는 등으로 밑바닥에 흐르는 분노와 허탈감을 외면한다면 정말 끝입니다. 국민에게 "회초리로 때려 달라, 이렇게까지 잘못된 줄 몰랐다, 내가 많이 부족했다, 남은 기간 앞으로 잘하겠다"고 진솔하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국민이 때리는 회초리는 매섭고 아프지만 피하려 해선 안 됩니다. 더욱 고통스런 상황이 닥칩니다. 나라를 위한 결단, 그것이 모두가 다시 사는 길입니다. 5년 단임제 정권에서 레임덕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현행 헌법의 문제점 이지만 지금 이 문제로 인해 스스로 레임덕을 조기에 자초하지 않기를 거듭 바라마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 용단을 내려 임명 철회를 한다면 윈윈 게임은 아니라도 최악의 상황은 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시간이 있으니 만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국씨가 스스로 물러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대통령께서 그런 결정을 함으로써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에게 다시 한번 신뢰감을 주고, 중간지대에 있는 국민들의 떠나는 마음을 돌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기에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국정의 혼란상이 불보듯 뻔한데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어 글을 썼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대통령님의 건안을 기원합니다.

 

 

2019년 9월 8일 아침

 

김형오드림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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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국시민 2019.09.08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밤 잠못 들고 결기 있게 써내려간 우국충정이 단어 하나하나마다 묻어납니다. 구중궁궐의 장막을 뚫고 문 대통령에게 날아가 박혔으면 좋겠습니다.

  2. 나라걱정 2019.09.08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의장님다운 충언입니다.

  3. 루시아 2019.09.08 0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기집권에 유리한 우리식 정의구현 권력다툼
    우덜식 민주주의 완성 그것이 개혁

    누군가 노력해서 이룬 경제발전의 단물은 우리가 다 빼먹고 선심성으로 베풀고 누리고 그걸 이루어낸 사람들은 모두 적폐이고 청산대상이다

    이걸 완성하는데 공수처니 검찰개혁이니 필요해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고 이 시나리오만 생각했는데...

  4. 애국시민 2019.09.08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로정치인으로서 진심어린조언
    이네요 극한을 달리는 정치 그만하고
    진정한 국민을 위한 화합의 정치 희망합니다

  5. 고로 2019.09.08 1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와서 임명철회하믄 바로 레임덕이죠 ㅋ...임명 무작정 강행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국 반대하는 검찰들 싸그리 솎아내어 검찰 장악하고 북한식 보위부같은 공안검찰 만들어 대한민국을 장악하믄 됩니다.. 문대통령님에게 반대하는 놈들은 친일적폐 토착왜구로 몰아 처단하고요..그게 바로 촛불시민이 원하는 촛불민주주의 사회잖아요...

  6. BlogIcon 제주사랑 2019.09.08 1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장님께서 큰 나라사랑
    언제나 느낍니다.
    항상 건강하셔서 국가가 난파되지 않도록
    지도해주십시요.

  7. Nky 2019.09.08 14: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치의 선배가 주시는 고언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침묵은 동조이고 조언은 금입니다.
    후배가 잘 못 할때는 욕 먹더라도
    말씀 하시는 분이 진정한 선배입니다.
    고맙습니다.
    진정이 전해져 옵니다.

  8. 이선정 2019.09.08 1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심으로 공감되는 글입니다!..
    나라의 흥망성쇠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도덕적 에너지로이루어진다 생각합니다.
    하물며 법무부 장관의 도덕적 에너지는 더욱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9. BlogIcon 김윤철 2019.09.08 2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언 듣겠으나 받아들이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조국 한 사람에게 국한된 문제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죠. 오랜 기득권세력들의 병폐와 정치검찰들로 인해 그동안 국민들의 인권이 짓밟혀 왔기 때문이지요. 조국후보자와 가족들이 그야말로 흠없이 살아왔다는것이 명명백백한데 말도 안되는 종이쪼가리 하나로 트집 잡아 헛뜯고 있는 이 상황의 깊이를 보지 못하고 계신다면 충언할 자격 없으십니다. 우리세대말고 자식세대 더 나아가 대한민국 그리고 통일한국까지 보는 안목으로 충언 해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 Imoa 2019.09.17 0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종이 조가리 하나를 정상적으로 받지 못해 편법 탈법을하냐? 사모펀드는 장학금은 ..하나도 정상이 아니그만 조국 입장에서만 보니 보일수가 없지..국민 입장에서 보시라..

  10. 자광 2019.09.08 2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보시오
    당신은 단꿀만 빨아먹고 살아온 사람이오
    단한번도 가시밭길을 걸어본적이없는사람이 당치도않는 헛소리를하시오
    지금 조국이를 버리면 문통은 논드렁시계이상의 모함을받고 고통을당해요 뭘알기나하는지..

  11. 부산사람 2019.09.09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기고문 잘 읽었습니다.
    이런시국에 바른말 하시는 의장님
    감사 드립니다.

  12. 시골촌놈 2019.09.09 1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형오 전 국회의장님의 진정어린 고언에 전적으로 동의 합니다. 대통령 주변이나 집권여당 인사들 중에 구가를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국민의 민심과 국가의 장래를 위하여 고언을 드리는 참모나 국회의원이 있으면 얼 마나 좋겠습니까 마는 모두가 민심을 알고서도 대통령 1인에 대한 충성경쟁을 하고 있으니 정말로 국가의 앞날이 걱정이 됩니다. 심지어 그렇게도 그간 정의를 외치던 정의당 마저도 자기당에 유리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하여 정의는 내팽겨치는 작금의 형태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없고, 자기의 지역구 수호를 위하여 청와대와 여당에 아부하는 원로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우리나라의 작금의 형태가 조선말이나 해방후의 좌우의 논리에 빠져 극론이 분열되어 국란을 당하던 시점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정자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에게 충성보다는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을 하라고 말입니다. 우리국민들은 그러한 마음에서 국회의원들을 선출하였다는 점을 망각하시지 말라고요!

  13. BlogIcon jshin86 2019.09.10 14: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른 조언해 주시는 김형오님께 존경하는 마음이 듭니다.

 

정치 막전막후 283
김형오 전 국회의장 기증 자료 특별전 성황
국회도서관 1층 중앙홀서 9월17일까지 전시
“유한한 정치 인생보다 훨씬 긴 자기 인생이 있다”
“오늘 나의 행적이 뒷날 다른 사람 이정표 될 것”

 

김형오 전 국회의장, 문희상 국회의장, 이주영 국회부의장 등이 5일 국회도서관 1층 중앙홀에서 열린 ’김형오 전 국회의장 기증 자료 특별전’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오 전 국회의장(72)은 1992년 부산 영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2012년까지 20년 동안 내리 5선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원을 오래 한 정치인이 으레 그렇듯이 의회주의자입니다. 2008년 7월 국회 개원사를 하면서 “정치의 시작도 끝도 그리고 그 중심도 국회가 되도록 합시다”라고 했습니다.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관례에 따라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정계에서 은퇴했습니다.

 

김형오 전 의장은 학구적인 사람입니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가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수불석권(手不釋卷)입니다.


그는 정계에서 은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12년 <술탄과 황제>라는 베스트 셀러 저자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오스만 술탄과 비잔틴 황제 두 지도자의 리더십을 탐구해서 쓴 역작입니다. 만화로도 출판됐습니다.


2016년에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를 출판했고, 2018년에는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를 출판했습니다. 그는 현재 ‘백범 김구 선생 기념사업협회’ 회장입니다.

 

김형오 전 의장은 정계 은퇴 이후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었고 상임고문도 지냈습니다. 그러나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공천 파동을 보고 조용히 탈당계를 냈습니다. 그 이후 당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조용히 지내던 김형오 전 의장은 지난 8월 27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자유한국당의 진로’라는 제목의 특강을 했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총선 불출마 선언 , 험지 출마의 죽을 길을 택하라 . 지금은 죽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
여러분은 다 죄가 많다 . 탄핵 동참이라는 , 어리석은 동참을 해서 이 꼴이 됐다 . (당을 ) 안 나갔던 사람도 큰소리치지 말라 . 막지도 못했다 . 다 똑같은 책임인데 누가 누구를 나무라겠나 .
을사늑약과 탄핵을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는 자결 시도로 죽음을 불사하고 투쟁했다 . 여러분은 혜택을 많이 입은 사람 아니냐 . 자결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의원직 사퇴 하나 없는 자유한국당이다 .
초 ·재선 의원들은 개혁 모임도 없고 , 당 진로에 쓴소리 한마디 없다 . 지금 이대로라면 초 ·재선 , 중진 중에 당선될 사람이 있나 . 꿈이 있는 사람이여 , 총선 불출마 선언 , 험지 출마의 죽을 길을 택하라 .”



김형오 전 의장의 독한 발언에 자유한국당 의원 가운데 일부는 “자기는 현역 때 얼마나 잘했다고 저러냐”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보수를 걱정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김형오 전 의장의 자유한국당 비판에 공감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그의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그랬던 김형오 전 의장이 자신의 의정활동 자료, 도서, 국회의장 재임 시절 받은 선물을 국회에 기증하면서 또다시 화제에 올랐습니다.

 

 

9월 5일 오후 2시 김형오 전 국회의장 기증 자료 특별전이 국회도서관 1층 중앙홀에서 열렸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 이주영 국회부의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등 수백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도 참석했습니다.


국회에 책과 자료를 기증한 정치인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종찬 현경대 전 의원이 의정활동 기록과 책을 국회에 기증해 지난해 특별전을 했고, 지난 6월 김종필 전 의원이 3천권의 책과 문서·사진 수천점을 기증해 분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현직 국회의장인데도 지난해 6월부터 의정활동 자료를 매달 국회도서관에 넘기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갖고 있던 자료와 국회도서관이 소장한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는 상당한 예산이 들어갑니다. 국회도서관 원문 데이터 구축 예산이 지난해 18억원에서 올해는 76억원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150억원으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번에 자신이 갖고 있던 책 가운데 2074권, 기록물 5천여점, 그리고 국회의장 재직 시절 정상외교를 하면서 받은 선물 178점을 기증했습니다. 국회도서관은 2000권 이상 책을 기증받는 경우 그 사람의 이름을 붙여서 영구 보관하고 있습니다. 국회도서관에 ‘김형오 문고’가 생기는 것입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자신이 가진 책을 모두 다 기증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국회의장 시절 받은 선물은 이번에 모두 다 기증했지만, 책은 다 기증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책을 더 읽고 글을 더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감사패를 전달받은 뒤 짤막한 답사를 했습니다. 자신이 <술탄과 황제>를 쓸 때 하루에 4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해서 건강을 해쳤다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술탄과 황제>에 그렇게까지 공을 들인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첫째, 책을 엉성하게 쓰면 국회의장까지 지낸 사람이 무슨 책을 이렇게 썼느냐고 비판받을까 봐 걱정했다고 했습니다. 둘째, 국회의원들에게 유한한 정치 인생보다 훨씬 더 긴 ‘자기 인생’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를 설명할 때 ‘울림’이 있었습니다. 김형오 전 의장은 후배 국회의원들이 너무 ‘위’만 바라보며 정치를 하고 있다고 걱정하며, ‘위’가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후배 국회의원들에게 “언제나 ‘대안’(alternative)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답사를 마치며 김형오 전 의장은 백범이 애송했던 한시를 소개하고 해설했습니다.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   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   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   遂作後人程


눈 내리는 벌판 한가운데를 걸을 때라도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답사에 국회도서관 1층에 모인 청중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은퇴 이후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치인이 은퇴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려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사례를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기증 자료 특별전은 9월 17일까지 계속됩니다. 국회도서관 1층 중앙홀에 오면 김형오 전 의장이 소장했던 책과 의정 자료, 그리고 2009년 주한 인도 대사로부터 받은 인도코끼리 모형, 2009년 터키 에르도안 총리에게 받은 금속 보석함 등 의회 정상외교 선물을 볼 수 있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2019-09-06 한겨레신문]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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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71) 전 국회의장은 14대부터 18대까지 내리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무계파·무계보 정치인으로 분류되면서도 동료들로부터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아 국회의장 자리까지 오른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2012년 18대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끝으로 정계은퇴한 그는 이듬해인 2013년 부산대 석좌교수를 맡았다. 부산 영도출신으로 경남고를 졸업했지만, 이후 서울대에 진학하면서 언론인, 외무부 공무원, 청와대 비서관 등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지역을 떠나 있었던 만큼, 은퇴후 귀향은 고향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그의 결단으로 평가된다. 후학양성과 왕성한 저작활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지난 2015년 백범 김구선생 기념사업회장을 맡아 그의 사상을 전파하는데도 힘을 쏟는다. 무엇보다 지역언론사와 수시로 인터뷰를 갖거나 칼럼을 게재하면서 그의 식견을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후략)

 

 

송충원 기자

 

 

[2019-08-26 대전일보] 기사원문 ☞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38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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