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sbs 창사특집 <나는 한국인이다-출세만세 / 2부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 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떨떠름한 기분을 안겨주는 찝찝한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을 접하고 내심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원래 빈수레가 요란하다고.......보나마나 그저그런 내용이겠지...’
역시 필자의 판단은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점점 갸우뚱거려지는 고개와 불편한 심기가 감지되었다.
‘다큐멘터리 전문이라는 sbs스페셜에서 이런 걸 다큐멘터리라고 만들었단 말인가?’
그러나, 대중들의 관심은 다큐의 완성도나 질을 배신(?)하고 11%라는 시청률을 이 프로그램에게 선사한 모양이다. (선택은 자유니까 별 수 없지만.....)
도대체 왜 이런 다큐멘터리(제작진이 다큐라고 주장하니 다큐라고 해두자)를 만들었을까?
프로그램을 보는 중간중간 제작진의 제작의도가 궁금해졌다.
어설픈 상황설정과 그에 따른 황당무계한 분석(도대체 분석의 근거.준거가 뭔가?)은 '이건 다큐멘터리에 대한 모독이야~'란 외마디 소리를 필자의 입밖으로 터져나오게 했다. (좀 차분해져야겠다.쓰다보니 괜히 화가 치밀어오른다.)
제작진은 왜 이런 다큐멘터리를 전파에 실어 대중들과 만나게 했을까?
홈페이지를 뒤져봤다. 제목과 함께 짤막한 제작의도가 나와있었다. 그 중 방송 내용과는 너무도 동떨어져서 웃음이 터져나오는 몇 가지만 골라서 반박해보고자 한다.
1. 출세에 반드시 수반될 수밖에 없는 권력구조는 무엇이고...
=> 말은 참 그럴 듯 하지만, 프로그램에서는 전혀 이 점을 밝혀주지 못했다. 출세에 필수적인 권력구조? 프로그램 어디쯤에 출세에 수반될 수 밖에 없는 권력구조를 언급했단 말인가? 한 번 속시원히 밝혀주길 바란다.
2. 출세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성찰하기 위해
=> 출세가 우리들 마음속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제작진은 단 한 가지도 성찰하지 못했다. 출세하고 싶은 욕망이라고 내세운 근거를 완장촌에 모인 몇몇 사람의 인터뷰로 일반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제작진의 '무성의'와 '단무지스러움'이 오히려 무섭게 느껴진다.
솔직히 무섭다. 어쩌면 그렇게 '단무지'스러울 수 있을까.....
3. 지도자의 미션수행 여부에 따라 조직원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 세 명의 완장찬 이들을 통해 그 상황에 따른 대조를 보여주려했지만, 너무도 어설픈 비교는 차라리 씁쓸했다.
완장을 차지하기 위해 산 지렁이를 먹고, 닭의 목을 칼로 치는 화면을 보여주는 제작진의 화면편집은 시청자들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했어야 한다.
몸에 문신을 새긴 참가자들의 모습은 제작진의 말 그대로 '조직원'스러운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제작의도를 홈페이지에 실어놓았나? '조직원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고??
4. 이 다큐는 권력에 대한 인간본성을 들여다보고 완장 찬 리더의 모습을 통해 출세 지향의 한국인,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것이 목적이다.
=> 인터넷에서는 이 다큐의 폭력성이 문제라고 난리들이다. 첫 번째 완장의 뺨을 때리는 모습과 닭의 목을 칼로 치는 장면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그건 어쩌면 약과였다.
너무도 자의적이고 어설픈 상황분석이 필자가 보기엔 제일 큰 문제였다.
나중에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 전문가의 인터뷰도 하나 없이 그런 무책임한 분석을 무턱대고 방송에 내보낸단 말인가?
물론 전문가들에게 상황을 분석하게 만드는 성의 정도야 화면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상상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 상황을 자의적으로 짜깁기해서 칼로 무 베듯 뭉뚱그려서 '퉁친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건 그만큼 제작진이 바빴다는 뜻일까? (그러면, 만들지 말든가...방송일을 늦췄어야죠...그렇지 않습니까? 제작진님들?? )
이 다큐멘터리의 백미(?)는 클로징멘트에 있었다.
“당신은, 당신의 리더는 완장촌의 그 누구와 닮았는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출세하길 원하는가?“
<sbs 스페셜>의 천박한 인식수준에 정말 기가 질릴 뿐이다. 전파낭비란 이런 것이로구나, 라는 장탄식을 하게 해준 해당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다시는 보고싶지 않다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며 이만 줄인다.
정초부터 똥 밟은 기분이 드는건 필자 뿐일까?
- posted by 백가이버
* [뱀발]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쓴 애정어린 글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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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보기 좋던데.
빨갱이 설치던 시절이 꼭 저랬겠구나 생각도 들고
무현이 완장차고 날뛰던 시절도 생각나고...ㅎㅎㅎㅎ
주제를 알고 완장 차야 하는건데...개 밥그릇에 임금님 찬을 담았으니....
무현아 무현아
노무현씨 발끝도 못 쫒아가는것이
말은 많구나...
아직도 빨갱이 시절 찾는걸보니
그시절 세뇌당한 나이 지긋한 노친네 같네.
정말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저도 어제 우연히 출세만세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아주아주 자극적으로 만들려고
상황을 아주 지어주었더군요...
좋습니다...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는 많은데..
꼭 그렇게 나타내어야 했을까요...?
권력을 잡기 위한 심리의 변화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데..
과연 1부 하나로 그 심리적 표현을 완성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EBS 감옥체험과 같이 정말 리얼하게 심리적 변화를 완성할 수는 없었을까요..?
너무 공감가는 글이기에 댓글 남기고 갑니다..^^;
EBS 다큐는 매우 수준이 높습니다. sbs가 좀 배워야할 듯 합니다.의견 고맙습니다.
필자님의 말대로 완장촌은 상황과 해석이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좋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애정,믿음이 있기에 써본 글이었습니다.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죠.
덜 떨어진 심각성, 격을 갖추지 못한 주제의식 이런 것들이 그런 느낌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피디의 정신적 소화불량이 그대로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해지는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한계를 잘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1부는 그럭저럭 볼만 했지만 2부는 너무 피디의 연출이 많아서 출연자들이 불쌍해 보였죠.
설정이 강하게 보이더군요. 리얼다큐라고 생각한분들 많겠지만...
지난 대통령을 무능력하고(먹을것만 해결한 지도자) 범죄자로 몰고(마지막 특권으로 해먹었다), 현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설정, 역겹습니다.
아무도 흔쾌히 동조하지 않는 집주위의 청소 명령과 그 결과 비오는날 쉴곳을 마련하게 되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들 아시겠죠. 서비스(sbs) 방송국 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