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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습관이 내 아이를 기형아로 만든다면?

 

주말 늦은 저녁, 한 TV 다큐멘터리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 라는 제목에서부터 심상치않은 분위기가 풍기더니만, 결국 프로그램 초반 TV화면은 온통 기형아들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졌다.


솔직히, 무서웠다.........식은 땀이 등줄기에서 흘러내릴 정도였다.

               ▲ 맛있니?  네가 먹는게 삼대를 간다는데, 식습관 좀 바꿔야하지 않겠니??


불과 몇 시간 전  ‘부산 실탄사격장 화재 일본인관광객 10명 사망’ 뉴스를 접할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이 다큐멘터리는 이토록 시청자들을 겁나게 하는 걸까?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감지되었지만, 끝까지 보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는 흡인력이 강한 프로그램이었다.


왜?? 


내가 먹는 음식과 그 습관 때문에 내 아들,딸 그리고 손자,손녀가 피눈물을 흘릴 가능성은 지구상의 모든 인류에게 해당되는 말일테니까...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자신의 경우엔 그런 기형아를 자손으로 두고 싶지는 않다는 게 인류공통의 심정일테니까......


               ▲ 중국 산시성의 뇌없이 태어난 아이. 중국 산시성은 기형아 출생률 세계 1위인 곳.

결론적으로 말해, 시청하기 불편했지만 매우 유익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뒤 인류 모두가 식습관을 개선해, 보다 건강한 삶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이 다큐는 공익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할 만하다.


다큐멘터리는 중국,미국,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의 사례를 훑어가며 후성유전학이라는 프리즘으로 식습관과 건강의 상관성을 조명해내고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 제작진이 강조하는 후성유전학과 식습관의 상관성은 이렇다.


-DNA를 껐다(switch on), 켰다(switch off)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

-DNA가 컴퓨터의 하드웨어라면, 후성유전자는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소프트웨어 기능을 하는 후성유전자 중 하나인 ‘메틸기’가 ‘음식’에서 비롯된다.

-메틸기는 채소의 엽산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메틸기 뿐 아니라, 당신이 먹는 음식은 당신과 자손들의 유전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식습관을 개선함으로써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유전자는 운명이 아닌 것이다.




제작진이 전 세계를 찾아다니며 찾아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 1 / 잘못된 식습관이 기형아 출산 세계 1위의 오명을 낳았다. (중국 산시성)


중국 산시성은 매년 8만~10만 명의 기형아가 태어나 세계 최고 기형아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곳. 과학자들은 수십 년의 연구 끝에 이곳 사람들에게 ‘엽산’이 부족해 기형아가 많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산시성은 높은 고원지대여서 채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채소를 과도하게 익혀먹음으로써 유전자 복제에 필수적인 엽산을 파괴하는 조리법을 고수하고 있었던 것.


이에 중국 정부는 기형아를 줄이기 위해 이곳 사람들의 주식인 밀가루에 엽산을 첨가해 공급함으로써 기형아 출생률을 85%나 감소시켰다. 음식의 변화가 유전자를 바꾸고 세대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2 / 영양 과잉으로 인한 당뇨병 발병 세계 최고 (미국 애리조나주 피마인디언)


미국 애리조나 주의 피마인디언들은 세계에서 당뇨병 발병 비율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다.

피마인디언 남자의 65%, 여자의 70%가 당뇨병에 걸려있다.


               ▲ 피마인디언 할머니. 그녀의 친척들은 거의 모두 암,당뇨로 사망했다.

사막에 적응하며 저장능력이 발달했던 피마인디언의 유전자.  이 유전자가 고지방, 고칼로리의 서구 음식인 가공식품( 치즈,햄,마카로니,베이컨 등)을 접하자, 영양 과잉 축적으로 비만과 당뇨가 만연하게 되었다. 유전자에 맞지 않는 식생활이 한 종족 전체를 재앙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3 / 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심각한 기근을 겪게 된다. 이 때 영양부족상태였던 임신부가 낳은 아이들은 대부분 저체중아였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풍부한 영양섭취를 하게 되자, 이들의 유전자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만과 당뇨병을 유발하고 말았다.


놀라운 것은 그 아이들이 성장해서 낳은 자손들, 즉 3대, 4대손까지도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진 것.  먹는 음식과 외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은 유전자가 대대손손 대물림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할머니가 먹는 음식이 정보가 되어, 딸을 거쳐 손녀에게로 전해지는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한마디로 내가 잘못 먹으면 대대손손 고생한다는 것이다.



# 4 / 유전자 허무주의는 극복되어야 한다.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들에게 공포심만 심어준 것은 아니었다. sbs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유전자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친절함을 잊지 않았다.


후성유전자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제작진은 암을 선고받은 뒤 채소 위주의 균형잡힌 자연식단으로 식생활을 바꾼 뒤 건강해진 사람의 경우와 170센티미터의 키에 175킬로그램의 고도비만이던 한 남자의 케이스를 통해 식생활로 유전자 차원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채시라가 나레이션을 맡았다. 김태희,이효리,이민정 등이 나레이션을 맡았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아마 신뢰성을 확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이 엄마 채시라의 '믿음직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있다.

 

“유전자도 변한다. 모든 게 유전자 때문이라는 유전학적 허무주의는 극복되어야 한다 !”


잘 만든 다큐멘터리는 때로 보는 이에게 심오한 철학적 성찰을 부록으로 선물한다.
 

<당신이 먹는게 삼대를 간다> 가 바로 오랜만에 만난 그런 다큐멘터리이다. 





                                                                                                                     - posted by 백가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