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그 거리에는 그녀가 있다.
빼앗긴 조국에 삶 자체가 나라의 슬픈 역사가 된 그녀.
자신의 삶을 빼앗은 당사자에게, 그리고 그것을 묵인한 조국에게 오늘도 그녀는 외친다.
자신의 빼앗긴 삶을, 인권을, 꿈을 이제는 되돌려 달라고.
-2009년 8월 30일
일본에 새 바람이 불었다.
54년간 일당우위 정치체제를 자민당이 무너지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것이다.
이 소식에 81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이제는 해결이 될 것이야.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나이에 일본의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무참히 강탈당했던 그 삶과 인권, 꿈 그리고 이를 찾기 위해 싸워 왔던 19년의 세월.
‘이제 이 모든 것을 보상 받을 수 있으리라’
할머니의 이 믿음은 13년 전 약속이 있기에 가능했다.
-1996년
“과거를 직시하겠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겠다.”
1996년 일본을 방문한 할머니는 당시 신당사키가케 대표간사였던 하토야마 총리와 만남을 가졌다.
당시 하토야마 총리는 할머니의 두 손을 꼭 맞잡으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할머니와 사진도 함께 찍었다.
할머니는 그의 진심을 믿었다.
-2009년 10월 21일
하토야마 총리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을 다시 찾았다.
할머니는 총리와의 만담이 이뤄지면 ‘조속히 해결하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부터 제대로 해 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총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할머니를 만나주지 않았다.
“총리와 만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아요. 19년 동안 실망은 이미 겪을 만큼 겪었으니까요. 이제는 믿고 싶어요. 내가 죽기 전에 하토야마 총리가 해결해 줬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 4일,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위안부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석한 위안부 할머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자신의 인권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일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소원, 언제 쯤 이뤄질 수 있을까?
“민주당 새 정권은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갖고 있다.”
그동안 일본의 과거사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 의지를 밝혔던 민주당의 하토야마 총리.
‘하토야마 총리의 의지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3일 열린 ‘일본 민주당 정권의 등장과 한중일 관계’에 대한 국제 학술대회에서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 민주당의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해 너무 큰 기대는 오히려 실망감만 키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정권의 전향적인 정책이 현실적인 정책으로 실행될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책집 Index2009를 통해 한일관계의 중요성과 함께 야스쿠니를 대신할 국립추도시설 설립, 위안부에 대한 사죄와 금전지원의 실시 그리고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실현 등의 공약을 천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내용들이 매니페스토에서는 제외됐다는 점이다.
또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한 하토야마 총리는 이러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 전권이 내세우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공약들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지 여부는 민주당이 처해있는 정치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
민주당 내의 의견 대립과 갈등이 정계재편이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이 어떻게 슬기럽게 대처하느냐가 과제라고 진창수 센터장은 강조했다.
즉, '민주당의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진창수 센터장의 결론이다.
일본의 정권교체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기대해 온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평균 나이 80세, ‘일본의 제대로 된 사죄’를 위해 19년 이상을 싸워 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이것이 민주당이 과거사 문제 해결을 빨리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그리고 그녀들의 소원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다.
Posted by 포도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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