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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in 블로고스피어

어린 왕자, 블로그로 수익을 노리다.

바로 그때 여우가 댓글을 달았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안녕!"

어린 왕자는 공손하게 댓글을 달고 닉네임을 클릭해봤지만 링크가 깨져있었다.

"나 여기 있어. 오른쪽 아래에..."

"넌 누구니? 참 예쁘구나. 눈도 깜빡거리고..."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플래시 광고야."

"이리 와서 내 블로그에서 놀자. 내 블로그는 정말 재미없단다."



"난 네 블로그에서 놀 수 없어. 넌 광고를 안달았잖아."

여우가 말했다.

"아! 미안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하더니 어린 왕자가 물었다.

"광고를 다는게 무슨 뜻이니?"
"넌 블로거가 아니구나. 뭘 찾고 있니?"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추천을 찾고 있어. 그런데 광고를 다는게 무슨 뜻이야?"
"추천은 믹스업 버튼을 눌러서 받을 수 있지. 그건 참 귀찮은 일이야. 로그인을 해야 추천할 수 있거든. 손가락을 눌러서 받을 수도 있단다. 로그인이 필요없거든. 넌 손가락을 찾고 있니?"
"아니, 난 그냥 내 포스팅을 추천해 줄 친구를 찾고 있어. 그런데 광고를 단다는게 무슨 뜻이지?"
"그건 좀 어려운 말인데,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그래. 넌 내게는 여느 블로거들과 다를 바 없는 누리꾼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아. 너에게 난 수많은 다른 광고와 똑같은 하나의 플래시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광고를 단다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해지는 거야. 넌 내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게시자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광고주가 되는 거지."
"이제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내게는 악플러가 있는데, 그 악플러가 내 방명록에 광고를 했나봐."
"그럴 수 있지. 블로그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으니까."
"아냐, 블로그를 말하는게 아냐."
"그럼 미니홈피에 있어?"
"그래"
"미니홈피에도 악플이 있니?"
"아니, 별로 없어. 방문자가 별로 없거든. 전체공개지만."
"그거 괜찮은데! 그럼 추천은?"
"없어."
"이 세상에 완전한 데라곤 하나도 없구나."
여우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여우는 자기가 하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왔다.

"내 생활은 단조로워. 난 추천을 쫓고, 악플은 나를 쫓지. 추천은 모두 비슷비슷하고 악플들도 모두 비슷비슷해. 그래서 나는 좀 따분하지. 하지만 네가 광고를 달아준다면, 내 생활은 밝아질 거야. 네 블로그에서 나오는 클릭이 다른 클릭과 다르게 느껴질거야."

"다른 댓글을 보면 나는 댓글달기를 안하겠지. 하지만 네 댓글은 나를 Ctrl-C, Ctrl-V를 눌러대듯 댓글을 달게 할거야. 그리고 저길 봐. 베스트에 오르지 못한 글들이 보이지? 난 베스트에 오르지 않은 글은 보지 않아. 그러니 저 글들은 내게 아무 소용 없어. 메인에 뜨지 않은 글은 내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건 슬픈 일이지! 하지만 넌 RSS를 사용하니까, 네가 광고를 달고 베스트에 오르면 정말 근사할거야! RSS의 R만 들어도 네가 생각나겠지. 그렇게 되면 난 네 포스팅에 달리는 악플마저도 좋아하게 될 거고..."
잠시 말을 멈추고 어린 왕자를 바라보던 여우가 말했다.

"부탁이야. 광고를 달아 줘!"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내겐 방문자가 많지 않아. 재미도 없고 정보도 없거든."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누구든 자기가 이미 구독한 것밖엔 몰라. 이제 네티즌들은 어떤 걸 알아갈 시간조차 없어. 메인에 뜬 글들만 클릭하니까. 하지만 허접한 글은 메인에 오르지 못하니까 사람들은 이제 포스팅을 안하는거지. 네 포스팅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면 광고를 달아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우선 참을성이 많아야 해. 처음에는 잘 안보이는 곳에, 이렇게 숨겨 놔. 그러면 사람들이 광고가 있는 줄도 모르겠지. 넌 아무 클릭도 하지마. 무효 클릭과 클릭유도 행위는 광고 프로그램 정책에 위배되니까. 그러다가 매일 조금씩 포스팅 중간에 배치하는 거야."
여우가 대답했다.

다음날 어린 왕자는 다시 포스팅을 했다.
"같은 시간에 포스팅 하는 게 더 나을 거야."
여우가 말했다.

"가령 네가 오후 네시에 포스팅 한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네가 포스팅 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더욱 더 행복해지겠지. 네시가 되면 나는 너무 흥분해서 광클하게 될거야. 나는 클릭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는 거지. 하지만 네가 아무때나 불쑥 포스팅 한다면 언제쯤 추천해야 할지 모르잖아. 그래서 낚시가 필요한거야."
"그게 뭔데?"
"그것도 너무 어려운 말인데."

잠시 뜸을 들인 여우는 말을 이어갔다.
"그건 내용과는 다르게 제목을 잡는거지. 예를 들어 내가 아는 블로거들도 낚시를 하지. 그들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글을 작성해. 그래서 뭔가 이슈가 생기는 날이면 아주 신나는 날이야. 베스트에 두세개 오르기도 하지. 만약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없다면 검색에 노출되지 않아 나에겐 클릭수가 아예 없을거야."

이렇게 해서 어린 왕자는 광고를 달았다.

클릭수가 나오지 않자 여우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아아!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그건 내 탓이 아니야. 난 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네가 광고를 달아달라고 했잖아."
"그건 그래."
"하지만 넌 울려고 하잖아."
"그래."
"그럼 넌 얻은 게 하나도 없잖아."
"얻은 게 있어. 숫자 0을 보면 네 생각이 날 거야. 조회 수 0, 추천 수 0,..."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