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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으로/보도자료

정진석 추기경 국회 방문

정진석 추기경은 4월 29일 오전 국회를 방문, 본관 1층 국회공소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이어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을 예방해 환담한 뒤 국회카톨릭의원신도회 회원들과 귀빈식당에서 조찬을 함께했다.

◇ 국회의장 접견실 환담(요지)

국회의장: 국회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지난번 김수환 추기경 선종시에는 정 추기경님께서 모든 것을 신경 써 끝까지 무사히 장례를 마쳤고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추기경: 우리 국민 전체가 그렇게 질서정연한 것을 보고 감탄했다. 3, 4시간씩 추위에 기다리는데도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았고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었다. 모두가 서로에게 양보하고 질서를 지켰다. 우리 국민은 천성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민족이라는 것을 알았다. 모두가 매스컴과 정부, 국회 등이 그런 분위기로 이끌어가 주어서 된 것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국회의장: 저도 김수환 추기경 선종 때 영결식에 참석했는데, 김 추기경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는 맑은 영혼과 사랑의 정신을 일깨워주었다.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하고 대단한 잠재력을 가졌으나 각박하게 살다보니 그것을 몰랐다. 추기경님의 선종으로 그것이 드러난 것이다.

영결미사 날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는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서 10여분간 걸어가면서 오들오들 떨었다. 그런데 밖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 추위에 1, 2 시간씩 서서 끝까지 숙연하게 영결미사에 참석했다. 한편으로 스스로 부끄럽고,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위대한 지도자가 있으면 우리 국민의 위대한 힘이 발휘되는 것이다.

고흥길 의원신도회장: 오늘 추기경께서 미사 강론을 통해 국회의원과 공직자들에게 뼈아픈 충고의 말씀을 해 주었다. 국회의원들이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 법안을 만들지 말고, 먼 장래를 보며 흠 없는 법을 만들어달라는 충고를 했다. 모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일이다.

국회의장: 법 조항 한 두 개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많다. 법을 만드는데 정말 신중해야 한다.

※배석: 정진석 의원,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김양수 국회의장 비서실장, 허용범 대변인, 안병철 신부(서울교구청 사무처장), 신희준 신부(추기경 비서)

◇ 국회 귀빈식당 조찬시 국회의장 환영사(요지)

존경하는 정진석 니꼴라오 추기경님의 국회방문을 국회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환영한다. '시대의 어른' 정진석 추기경님은 국가와 국민의 나아갈 길을 밝혀주시는 정신적, 도덕적, 윤리적 지도자이자 스승이시다. 또 절대적으로 남을 위해 사는 희생과 봉사, 섬김의 삶을 실천해 오신 평화와 화합의 향도이시다.

특히, "옴니버스 옴니아",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주겠다는 추기경님의 사목(司牧)지침은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고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다. 우리 정치권은 추기경님의 사목말씀을 깊이 새겨 글로벌 경제위기로 시련과 고통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사회를 위해 보다 겸손하고 섬김의 자세로 봉사해야 한다.

추기경님이 지난 2006년 국회 조찬미사에서 해주신 말씀을 기억한다. "단 아래에 있는 사람과는 달리 단 위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단 아래에서 다 보인다"는 말씀(레위기 6장 10절)은 여전히 우리 국회가 되새겨봐야 할 가르침일 것이다.

작년 연말이후 우리 국회는 국민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보여주었다. 모두 뼈저린 회개와 각성을 해야 한다.

나는 종교와 정치를 가끔씩 물에 비유한다. 종교는 상수도, 정치는 하수도의 역할을 한다. 김수환 추기경님과 정진석 추기경님은 우리의 몸과 마음, 영혼을 맑고 깨끗하게 해주는 상수도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은 그 하수도가 막힘없이 잘 내려가도록 하는 역할이다. 하수가 막히고 흐르지 않으면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하게 나고 퍼질 것인가. 그 하수도가 굽은 곳은 펴고 막힌 곳은 뚫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임무다. 그러려면 온 몸을 던져 구정물에 손을 넣어 적셔야 가능하다.

국회의장은 그 하수도 관리회사의 사장이나 명예회장쯤 될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그 하수도가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얼마나 몸을 던지고 손을 적셨는가.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남에겐 하라고 하고,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사장에게만 하라고 하지는 않았는지, 나아가 내가 그 하수가 흐르지 않도록 방해하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하고 돌이켜 봐야한다.

국회는 민주주의와 법을 지켜야 한다.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정진석 추기경님을 모시고 국회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

◇ 미사시 정진석 추기경 강론(요지)

생명에 유익한 것은 선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악이다. 이것은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생명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인간 생명인 배아를 이용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윤리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있고, 현제 아무런 연구 성과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성체줄기세포는 탯줄과 골수 등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고, 벌써 질병을 치료한 예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고집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작년에 통과된 생명윤리법은 난자를 매매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비윤리적인 연구의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또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이는 낙태만 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다. 모자보건법의 원칙은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지만, 그 원칙은 없어지고 낙태를 허용하는 조건들만 남아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 활동을 하실 때 미래에 이 법이 어떻게 해석될 것인지 생각하고 법을 제정해 주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가 심사숙고하고 토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진 법이 정말 미래를 위해 흠 없는 법이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여러분의 활동 결과가 100년 후에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위협에도 정의와 진리의 길을 걸으십시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해주실 것이다. 여러분들의 활동에 진리의 빛이 비추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