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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과 지식장사꾼 ‘천하를 얻은 글재주’

 

한마디로 이 책은 고대 중국문인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중국역사와 문화의 흐름,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사람 이야기를 밀도있게 담아낸 역사서다.


                            ▲ 책 표지 디자인도 참 멋있다. 약 7~8년전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입었던 드레스의
                               한글 디자인
<신호남향우회>란 문구가 떠오른다. ^^


중국의 소설가이자 역사연구가인 류소천(1960~ )이 쓴 이 책의 원제는 <品中國文人(품중국문인)>.  ‘중국문인을 품(品)한다‘라는 원래 제목을 좀 더 풀어보면, 아마도 중국의 문인들을 품평,평가한다는 뜻일 것이다.


저자 류소천은 총 9명의 중국 고대 문인들을 이 책 속에서 일으켜세웠다. ‘중국 최초의 자유사상가’ 굴원에서 시작해.... ‘지식장사꾼’ 사마상여를 거쳐 , ‘광기와 야성의 유랑시인’ 이백을 돌아 ‘속세의 고통을 대변한 관음보살’ 두보 등을 편람하고 있다. (사마천, 혜강,도연명,이백,백거이,이욱 등등)


▲ 글재주는 분명 자신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능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칫하면 '지식장사꾼'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우선, 저자 류소천이 서두에서 강조하고 있는 굴원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자. 그는 ‘지금까지의 중국사에서 굴원의 죽음은 가장 위대한 자살이었다. 정치에 대한 굴원의 이상과 고결한 정신은 후대 중국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라며 마치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의 前 대통령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저자가 비장함과 유랑, 광기, 음풍농월만을 편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 류소천은  당시의 어용지식인들이 도덕이라는 명분아래 갖가지 예속(禮俗)으로 백성들의 삶과 인성을 억눌렀다고 강조하고, 그 대표주자로 사마상여란 인물을 꼽고 있다.


♣  '여자 잘 만나 인생 핀 지식장사꾼'  사마상여(司馬相如)


<아큐정전>으로 유명한 작가 노신은 문인이 명성을 얻는 상황은 딱 두 가지 경우라고 말했다. 글로 사람이 유명해지거나, 사람 때문에 글이 유명해지거나...


 

저자는 사마상여가 글로 유명해져서 여자와 권력을 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책의 일부분을 인용해본다.

'사마상여는 시쳇말로 잔머리와 입담은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 툭 치면 깡통소리 날 만큼 가난한 그가 젊고 아름다운 부잣집 과부 탁문군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노래가 바로 그 유명한 <봉구황(鳳求凰)>이다. ...사마상여와 탁문군의 사랑 이야기는 소설,희곡,평서,연극,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여전히 사랑받는 소재다.'


그러나 저자는 사마상여에 대한 설명 말미에  ‘사마상여가 전제군주를 향해 아부성 찬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사기열전>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을 것이고, 또 우리는 그의 시시콜콜한 사랑 이야기도 몰랐을 것이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오늘까지 우리 기억속에 살아있는 이가 바로 사마상여인 셈이다.



♣ ‘속세의 고통을 대변한 관음보살’   두보 (杜甫)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시성(詩聖) 두보를 빼놓을 순 없다. 한마디로 두보는 유랑과 고난의 시인이었다.


두보에 대해서라면, 긴 말이 필요없을 줄 안다. 그의 작품으로 그를 설명해보기로 한다. 

아래 시 <강남봉 이구년>은 두보가 59세에 강남의 담주에서 이구년이라는 당대 최고의 명창을 오랜만에 만나 지은 시로, 화려한 시절을 다 보내고 늙은 몸으로 타향을 떠도는 두 사람의 신세를 지는 꽃에 비유한 시다. 그는 스물 아홉 때부터 천하를 유랑했으니까...



강남봉 이구년

                                     기왕의 집 안에서 늘 이구년 너를 보았거늘
                                     최구의 집 앞에서 이구년 너의 노래(창)를 몇번이나 들었던가?
                                     참으로 강남의 풍경은 이렇듯 좋은데

                                     꽃이 지는 시절에 또 다시 너를 만나보게 되는구나....



얄팍하고 어지러운 세태와 인심을 꼬집은 <빈교행>이란 시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시는 한국의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려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 빈교행 ♣




♣ '고대 중국 문인들은 모두 생태주의자였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며 책 소개를 마무리한다.


‘돈이 생의 목적이 된 지금, 욕망으로 우리의 영성은 피폐해졌다. 욕망이 클수록 감사할 것은 줄어들고, 감사가 없으니 시흥(詩興)도 저만치 달아나고 말았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더 이상 '시적 감동'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고대 문인들은 모두 생태주의자였고 영성주의자였다. 그들은 거대한 자연의 힘을 두려워하고 그 이치에 순응할줄 알았다. 그들은 자연과 대결한 적이 없다. '



한시(漢詩)를 알고 싶은 마음에 대형서점의 서가를 이리저리 둘러봤던 기억이 있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책이 바로 이 책 <천하를 얻은 글재주>일 것이다. 

▲ 이 책은 한시(漢詩) 입문서로도 제격이다. 오랜만에 만난 '참 좋은 책'이다!

 

                                                                                                                     - Posted by 백가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