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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대상의 '미실' 고현정이 걸어온 배우 인생

수상작인 드라마 <선덕여왕>의 주인공은 덕만공주였지만, 연기대상의 주인공은 고현정이었습니다.

그녀가 열연한 인물이 드라마에 존재하느냐 아니냐 그 사실만으로도 시청률을 좌우할 정도였고
또한 그 드라마 <선덕여왕>이 올해 최고 드라마였으니 대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고현정이 걸어온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그녀의 대상 수상에 대해 '등극'이라는 말보다
'재기', '탈환'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고현정은 '미실'을 품고 연기할 만큼의 잠재력을 갖고 있었던 연기자였기 때문이죠.


▲ 그녀에게 있어서 결혼과 이혼은 배우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 직전 인터뷰 모습)


그녀의 연기대상 수상을 바라보며 이혼 후 연예계로 복귀해서 자신의 위치를 되찾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고현정이 '미실'로 사랑을 받기까지가 과거의 그녀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습니다.


▲ 미스코리아에 뽑힐 무렵의 고현정


그녀는 어린 시절 병약한 우등생이었으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혼자 피아노와 책을 벗삼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장기에 그런 열등감들을 이겨내면서 더 강한 고현정으로 성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날 입시에 목표를 둔 여고생이 미용실 원장의 권유를 받고서는 인생이 바뀌게 되죠.
말랐던 몸이었지만 건강하게 체중을 늘리고 참가한
1989년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선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그러나 머지 않아 그녀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강하게 반대했고,
학교 측에서도 연예활동은 교칙에 어긋난다면서
미스코리아를 반납하든지, 아니면 전학가든지 양자택일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고현정은 전보다 건강해진 것을 내세워 부모님을 설득하고, 다니던 고교는 전학하기로 정했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였고, 연예계에 데뷔하면서부터는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죠.



▲ 왼쪽 사진의 고현정 옆에 있는 사람은 90년 미스코리아 진 서정민
 


▲ 데뷔 초기의 고현정은 시청자들로부터 어린 나이인데도 대담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했던 그녀는 MC, DJ, 탤런트, CF모델 등 주어지는 역할마다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매번 하는 일에 걸맞게 그녀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는 느낌이랄까요?
 
1990년 KBS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에서도 털털한 성격의 '말숙이'역을 잘 소화해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드라마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계기를 맞이했습니다.


▲ 당대의 최고 흥행메이커. <여명의 눈동자>의 성공 이후, 개국한 지 오래되지 않았던 SBS로 거액에 영입됨


바로 김종학-송지나 사단과 만나게 된 것이었죠.
당시에 김종학 사단이라 하면 드라마 최고 흥행 메이커였습니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20대 초반의 나이에 <여명의 눈동자>라는 대작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여기서의 인연이 참 채미있거든요.

김종학-송지나 사단 + 박상원과는 이후 <모래시계>로 만나게 되었고
최재성과는 <두려움 없는 사랑>에서 함께 일하며 진한 눈물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여명의 눈동자>와 <두려움 없는 사랑>은 <엄마의 바다>로 가는 교두보가 됐습니다.
<엄마의 바다>에서 함께 연기했던 최민수와도 <모래시계>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죠.


▲ 역대 드라마 순위에서도 빠지지 않는 모래시계. 386세대를 사로잡아 퇴근시간 후 거리에 차가 없었다고 했죠


<모래시계>는 고현정이란 배우에게 있어서 몇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그녀를 최고의 경지에 올린 드라마라는 것.
그리고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성적 카리스마를 선사했다는 것.

<엄마의 바다>의 영서부터 <모래시계>의 혜린, 이번 <선덕여왕>의 미실까지
그녀를 출연한 굵직한 작품들로 계보를 이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완전한 집안 혹은 불안한 시대 분위기 속에 맏딸의 캐릭터를 가지고
여러 남자들을 끌고 나가는 매력이 갖춘 여성상들입니다.
<엄마의 바다>에서부터 <선덕여왕>으로 갈수록 인물의 스케일은 커져가죠.

그런 면에서 '미실'은 '혜린'의 연장선 상에 있는 인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그녀 주변에는 항상 많은 남자들이 있었습니다


<모래시계> 이후 더 뻗어가길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을 끝으로 연예계를 당분간 떠나게 됩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조카인 정용준씨와 결혼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죠.

흔히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여자연예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오르고도 더욱 기대가 되는 연기자였기에
결혼과 함께 그녀가 연예활동 중단하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아쉬움은 컸습니다.


▲ 조인성, 지진희와 함께한 복귀작 <봄날>


결혼 후,
다른 세계로 가버린 듯한 그녀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안 좋은 소식들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더니, 끝내 이혼으로 이어지더군요.

이혼 후, 개인사가 점차 정리되면서 그녀가 복귀 여부에 연예계는 촉각을 곤두세웠죠.
 
결국 긴 공백기 이후 그녀에게 복귀작이 된 작품은 SBS의 <봄날>로 정해졌습니다.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으로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결혼 전에는 영화 촬영을 자제했던 고현정은 복귀 후 영화 출연도 잦아진 느낌입니다. 사진은 <해변의 여인>


공백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고현정은 영화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해변의 여인>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차례로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 얼마 전까지 군복무 중이었던 천정명은 항상 전화를 잘 받아준 고현정이 고마웠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여우야 뭐하니>에서는 3류 에로잡지 기자인 고병희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죠.
그녀가 맡은 배우 인생 중 가장 코믹하고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의 고현정을 보면서 새장에 갖힌 새가 드넓은 창공을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맏딸, 큰 누나 같은 그녀는 여리고 여성적인 이미지보단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이 잘 어울립니다 


뒤이어 MBC 드라마 <히트>를 통해 여형사 역에 도전하는 것도 저는 대환영이었습니다.
그녀 특유의 카리스마가 어떻게 쏟아져 나올 지 궁금했기 때문이었죠.

(<히트>는 김종학 프로덕션 작품이더군요)


▲ <선덕여왕>. 그녀에겐 <엄마의 바다>, <모래시계>와 함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드라마가 될 겁니다.


다사다난한 과정 속에 그녀가 다시 일어서도록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작품은 바로 <선덕여왕>입니다.
고현정만 놓고 봤을 때 <모래시계>의 '혜린'이 중장년으로 성장하여 악역을 맡게 되면 
'미실'처럼 되지 않았을까 싶은 호기심이 생겼던 작품입니다.

실제로 고현정은 남성 중심의 시회에서 
오히려 남자들을 이끌고 가며 정국을 주도하는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그런 '미실'은 지략, 결단력에 리더쉽까지 겸비한 최고권력자였죠.
아이러니 하게도 왕이 될 수 없는 신분이었지만 왕 이상의 권좌를 누린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 이상으로 특유의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미실'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아우라' 같은 것 말이죠.


▲ <선덕여왕>에서 왕좌에 오르는데 실패했지만, 연기대상에서는 정상에 등극했네요.


지금까지 고현정이 살아온 배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이제 그녀는 다시 최고의 배우 반열에 올랐습니다.

지난 번처럼 팬들 곁으로 떠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고현정이 차기작에서 어떤 모습으로 팬들과 만날 지 더욱 궁금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 부탁드립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각 자료 출처 : mbc, sbs, TV저널, 뉴스메이커, 영화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