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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의 이선균은 여성혐오증 환자로 변신?

<파스타>에서 이선균은 여성혐오증 환자일까요?

아니면 그저 마초 근성을 가진 인물일까요?




새해 벽두부터 드라마 전쟁이 시작되었군요.

KBS의 <공부의 신>, SBS의 <제중원>, 그리고 MBC의 <파스타>

그 가운데 <파스타>를 저의 월화드라마로 뽑아들었습니다.

<파스타>는 그 시작부터 최현욱(이선균)의 괴팍한 성격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강남 최고의 레스토랑 '라스페라'의 쉐프로 등장하면서 그의 기행은 시작되었네요.




그는 드라마 초반부터 훈련소 교관과 같이 아랫 사람을 모질게 다그치는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였습니다.
그의 호통에 주방의 분위기는 살벌해지고 얼어붙은 요리사들은 더욱 위축되어 갔죠.

이렇게 군기를 잡는 것은 리더가 조직장악을 위해 초반에 쓰는 방법인데
드라마 시작부터 최현욱(이선균)의 호통 속에 여러 사람이 해고 통지를 받았습니다.




표면상으론 요리의 자질과 실력을 해고의 이유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여자요리사만 짤라내기 위한 음흉한 생각이 숨어있었던 것이죠.

오죽하면 그는 주방에서 키우고 있는 금붕어가 암컷이라서 죽을 거라는 속내까지 내비쳤을까요?
문득 여자는 손의 온도가 높아 초밥 요리사가 될 수 없다고 하던 여성차별적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또한 '남자는 부엌에 들어오면 안 된다'라던 유교적 분위기를 완전히 뒤엎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이 있습니다만, 여자가 초밥 요리사가 될 수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그렇다면 최현욱(이선균)은 여성혐오증 환자일까요? 그렇진 않았습니다.
단지 주방에 여자를 들여놓기 싫다는 편협한 고집을 피우고 있을 뿐,
이성으로서의 여자는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일과 사랑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려는 캐릭터를 갖고 있었을 뿐이죠.
그 바탕에는 식재료 창고에서 화끈하게(?) 애정행각을 벌이던 커플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한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해고의 처분은 과하긴 했습니다만 사실 공과 사는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죠.




어쨌든 최현욱(이선균)이 보여주는 독특한 캐릭터는 드라마를 첫 편부터 흥미롭게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이선균이 어떤 연기를 펼치느냐?'하는 것이 드라마의 성패를 가름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선균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파스타>에서의 최현욱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특히 이선균이라는 이름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작품일수록
그는 친절하고 젠틀하며 속깊은 남자의 역할을 연기하는 경향을 띄었죠.




드라마 <하얀거탑>의 최도영이나 <달콤한 나의 도시>의 김영수가 그 범주에 들어가는 인물들이죠.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의 최한성도 그런 류의 캐릭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영화 <파주>에서는 불편한 진실을 속 깊은 거짓으로 감싸안은 김중식으로 등장했습니다.
이해심 있고 속이 깊은 남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에 그 역할이 더욱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파스타>에서의 최현욱은 위에 언급했던 작품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이선균이 그 동안 독특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선균이란 배우를 가장 인상깊게 본 작품은 영화 <손님은 왕이다>에서였습니다.
껌을 딱딱 씹으면서 양아치 같은 해결사로 등장했을 때의 그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던 이선균과는 판이하게 달랐으니까요.




배우 명계남은 그 영화에서의 이선균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죠?

"사람들이 <초록물고기>를 보고 송강호라는 배우를 발견했다면
이 영화(손님은 왕이다)를 보고는 이선균에 대해 그런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손님은 왕이다>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떠올린다면, 그 영화를 통해 이선균의 가능성을 짚어본다면,
기존의 이미지에서 변화하는 이선균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중적인 것 같으면서 화끈한 것 같은 최현욱(이선균)의 모습이
서유경(공효진)을 만나면서 어떻게 바뀌어갈지 기대됩니다.


끝으로 <파스타> 첫 회 시청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해보겠습니다.

"남자가 세상을 지배하고, 여자는 그 남자를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