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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정보마당

12살도 공감한 지붕킥 준혁학생의 마음


세경: "저한테 좀 기대요"

준혁: "예."

세경: "저한테 좀 기대라니까요."

준혁: "..많이 기댄건데.."

세경: "하나도 안 기대는거 같은데..빨리 기대요"

....

초등학교 5학년때였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와 함께 기차를 타고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가는 길이었습니다.
대전역이었습니다. 어느 예쁜 누나들이 우리가 앉은 자리에 오더니 자신들의 자리라고 했습니다.

"응? 아닌데요. 여기 저희 자리인데요?"

우리는 표를 확인 시켜주었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었는지 난처해하던 누나들이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부산까지 가는데, 그러면 우리가 자리에 앉아서 너희를 안고 가면 안될까?"

당황스러웠지만 착한 어린이였던 친구와 저는 "네" 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를 안고 자리에 앉은 누나들은 이것 저것 물어보다가 이내 자신들의 대화에 빠져버렸습니다.
친구는 편안하게 앉아서 가는것 같았는데, 저는 불편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초등학생이라고 하지만, 5학년이면...좋아하는 같은 반 여자애도 있을 나이인데, 예쁜 누나들의 무릎 위에 편하게 앉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체중을 발끝과 앞좌석에 달린 손잡이를 잡은 손에 집중하여 그 누나와의 신체접촉을 최소화했습니다. 그저 내 바지와 누나의 바지가 닿아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누나가 느낀 나의 체중은 완전 깃털 수준이었을듯.

나를 안고 앉은 누나가 말했습니다.

"편하게 앉아. 누나 힘 쎄."

"아..편하게 앉은건데.."

"아닌거 같은데. 편하게 앉아. 괜찮아."

"네..편하게 앉은거예요."

"너 엄청 가볍구나."

'죽을 것 같아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이렇게 대전에서 대구까지...>

싫은 것은 아닌데..좋아라 할 수는 없고...
준혁학생의 감정이 이렇지 않았을까요?

어제,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며 떠올랐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