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터울인 두 명의 미국 대통령이 난데없이 2010년 한국 영화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유사한 링컨과 케네디의 죽음에 얽힌 사연이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2월 개봉 예정인 그 영화의 제목은 <평행이론>.
영화사 측은 링컨과 케네디의 공통점을 이렇게 압축해서 티저영상과 함께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 " 링컨은 1846년 하원의원에 당선되었고, 케네디는 1946년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
- " 링컨, 케네디 모두 금요일에 암살되었다."
- " 케네디는 암살 당시 포드자동차에 있었으며, 링컨은 암살 당시 포드 극장에 있었다.”
- "링컨은 그 즈음 마릴린 먼로라는 곳에 있었으며, 케네디는 마릴린 먼로와 함께 있었다."
▲ 100년 간격으로 벌어진 링컨과 케네디의 암살은 과연 우연일까요?
얼핏 보기에도 섬뜩한 이 내용은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사람이 동일한 삶을 산다'라는 '평행이론'이라는 우주의 법칙(?)을 영화로 만들어낸 것이라는데요.
감독은 과연 어떻게 '평행이론'을 영화 속에 녹여냈을까요? 오는 2월로 예정된 영화 개봉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영화는 일가족 모두가 살해당한 30년 전 인물과 동일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한
남자가 그 음모를 밝혀내려한다는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사 측이 공개한 티저영상 속 나레이션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평행이론>이라는 일종의 우주법칙(?)이 과연 실재할까,라는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잠시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사주팔자, 토정비결, 주역, 타로 점, 사주 카페, 명리학, 관상, 손금,신년운세 등등.........
2010년 새해를 맞아 혹시라도 여러분들은 올 한 해의 길흉을 이런 방법으로 예측해보셨나요? 그리고, 여러분들은 위에서 열거한 운명측정방법(?) 을 신뢰하시나요?
신뢰한다면 얼마나 결과로 나온 점괘를 마음 속에 담아두고 계신가요?
네티즌 여러분들이 이런 운명측정방법을 믿는다 해도,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러분들은 <비몽>이란 영화를 꼭 한 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감독 김기덕의 천재성이 느껴지는 걸작일 뿐만 아니라, 전작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 <비몽>은 주제의식에 있어서도 다분히 철학적,사변적인 면모를 다소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많은 관객과 평론가들은 <비몽>을 '너무 어려운 영화'라고 평가하고 있더군요. 흥행과는 거리가 좀 먼 작품이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였습니다.
그러나........이 영화에서 김기덕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 하나를 이해하고(또는 영화를 보는 중에 이해하고) 영화를 접했다면, <비몽>은 그리 어려운 영화는 아니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감독 김기덕은 분명히 이나영과 오다기리죠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주에 있을지도 모를 하나의 강력한 법칙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꿈이 현실과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의도가 바로 업(業)' 이라는 것.
즉, 김기덕 감독은 우리의 평상시 생각과 의도가 꿈이 되고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화려한 미장센 속에 현란한 은유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뛰어난 미적감각이 구현된 영화 포스터부터 보시죠~
김기덕의 <비몽>은 영화 포스터 속에 나비라는 철학적(?)생명체를 삽입하고 있습니다.
나비는 잘 아다시피, 동양철학 그 중에서도 도가사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대표적 곤충입니다.
'내가 나비인지 , 나비가 나인지....' 라는 표현으로 더 유명한 장자의 꿈(장자지몽).
또한, 도가(道家) 사상뿐 아니라 최근의 뇌과학과 초기불교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나(我)'라는 의식 또는 개념에 대한 회의를 영화 <비몽>은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김기덕 감독이 '장자의 꿈, 나비의 꿈'을 내세워 도가사상을 말하고 싶었는지 아니면 뇌과학,초기불교의 '무아(無我)'를 표현하고 싶었는지는 잘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분명 김기덕 감독은 한 사람의 꿈이 다른 사람의 현실이 될 수도 있고, 평상시의 의도가 (좋든 나쁘든)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을 품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전작들에서 볼 수 있듯, 김기덕 감독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날카롭고 예리한 감각과 지식의 소유자이니까요....
영화 <비몽>은 초반부터 도발적인 상황을 설정해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합니다.
남자주인공 오다기리 죠가 꾼 꿈대로 한치의 오차없이 이를 실행할 수 밖에 없는 여자 주인공 이나영의 현실을 영화초반부터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오다기리죠가 꿈에서 교통사고를 내면, 현실에선 이나영이 교통사고를 낸다는 설정.
그러나, 특이한 점은 이나영이 몽유병 환자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깨어있는 의식으로 행위하는게 아니라, 의식이 돌아왔을 때 몽유상태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이는 인간의 의식이란게 얼마나 불분명하고 가변적인가를 나타내는 영화속 장치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현실 속 인간의식이란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감독의 의도가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꿈이 다른 사람의 현실이 된다면, 당신은 함부로 꿈꿀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 결국 이나영은 오다기리죠의 꿈대로 옛 애인을 살해하게 됩니다. 물론 살해하는 당시에는 몽유병 환자의 상태였고 , 거기서 깨어난 순간 자신의 행위를 인식하게 되지요. (마치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겼다가, 다음 날 전날의 행동을 주변사람들로부터 듣고 비로소 알게되듯이...)
이 부분에서, 심각한 의문이 하나 생겨납니다.
이나영이 옛 애인을 살해하던 그 순간은 자신의 의도와는 거리가 먼 일종의 '좀비(zombie)'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나영이 몽유상태에서 깨어나 의식을 되찾았을 때의 상태는 '좀비상태'가 아닐까요? 아니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과학적 이론이나 법칙이 존재하기는 하나요?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면, 영화는 더욱 더 흥미진진해집니다.
▲ 내 꿈과 생각이 다른 이에게 현실이 된다는 설정은 다소 낯설지만,
'의도가 업이 된다'는 고대 인도의 사상 및 초기불교의 우주관과는 너무도 흡사합니다.
영화 <비몽>은 국제영화제를 염두에 둔 듯, 무척이나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면을 부각시키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다기리죠의 직업이 인장(도장)예술가로, 이나영의 직업이 의류 염색전문가로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서울 가회동 한옥마을과 일부러 렌트한 듯한 랜드로버 SUV의 등장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진부한 문구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김기덕 감독은 2007년작 <숨>에서도 미국의 Jeep 자동차를 주인공의 승용차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오다기리죠의 작업공간을 파란색 톤으로, 이나영의 공간을 빨간색 톤으로 대비시킨 것 또한 김기덕 감독의 깊은 뜻이 숨어있는 화면구성으로 보입니다. (혹시 태극문양을 염두에 둔게 아닐까요? )
▲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 처럼, 김기덕 감독도 영화 속 '한국 냄새' 배치에 무척 공을 들였습니다.
'어려운 영화'를 본 소감을 이제 슬슬 마무리 해야겠군요.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영화 <비몽>을 본 느낌을 정리하겠습니다.
1. 나의 꿈이 (누군가에 의해)현실로 나타난다면?
2. 나의 꿈 뿐 아니라 평상시의 내 생각,의도가 현실이 된다면?
3. 그게 좋은 꿈, 좋은 생각,좋은 의도라면 괜찮지만, 만약 그게 나쁜 꿈,생각,의도라면?
그렇다면, 여러분은 일상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의도를 품고 살아가시겠습니까?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 posted by 백가이버
'와글와글 정보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진영이 신인시절에 남긴 한 마디 (1) | 2010.01.09 |
---|---|
기대되는 다큐 - 아마존의 눈물, 감상포인트! (0) | 2010.01.08 |
'하이킥' 준혁 해리의 성적상승비법 세 가지. (4) | 2010.01.08 |
아이폰 어플 Xeno Wars 공략법 (20) | 2010.01.07 |
"태백산맥" 조정래 작가의 영재교육법 (1) | 2010.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