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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이 신인시절에 남긴 한 마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저는 그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가수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입니다.
전성기 때의 체력과 열정으로 펼치던 그 장면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음식에 비유하자면
만든 즉시 먹을 수 있어야 제 맛이지
포장하고 냉동, 냉장해서 먹는 음식을 통해 제 맛을 느끼기 어렵듯이.

가수가 그 자리에서 부르는 그 노래가 정말 살아있는 예술인 것이지
음반이나 뮤직비디오만 남아있는 건 김이 빠진 예술이니까요.

지난 9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박진영이 첫 손님으로 등장했습니다.
여전히 마흔이 다 된 나이에 여전히 온 무대를 뛰어다니며 열정을 쏟아내는 장면에서
다시 한 번 프로다움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 때 이승철 콘서트를 보면서나
이번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온 박진영을 보면서 느낀 건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박진영이나 이승철이나 어느 때보다 원숙함을 갖고 있지만
전성기의 체력, 호흡에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웠습니다.
세월은 참으로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수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과 시간인 것 같습니다.



마이클 잭슨을 동경하며 롤모델로 생각하기도 했던 박진영은
비록 칠순이 되어서도 댄스가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저는 그런 박진영이 참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남들과 달라 보이기 위한 그런 가식적인 모습이 아니라
뭔가 계속 도전하려는 모습 혹은 선지자로 나아가려는 그런 모습이
우리들에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되면 적당히 현실에 만족하며 롱런할 수 있지만
그는 오히려 작은 성공을 거둘수록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남들이 도전하지 않았던 분야에 자신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박진영은 데뷔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영어앨범을 발매하며 해외 공연을 다닌 바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한류열풍이나 해외진출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어느 분야건 발전을 하려면 누군가는 없는 길을 닦아가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박찬호가 한국인이 메이저리그에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그 후배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수월하게 된 것처럼 말이죠.

갈 길은 멀지만 가요계에서 박진영이 문을 조금씩 열어가고 있습니다. 

"시작은 초라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가수로서, 제작자로서 생을 다할 무렵,
그가 이룬 것들을 토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별난 가수 박진영은 참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면서 문득 그의 신인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잡지에서 신예가수들을 선보이며 각자 자신을 소개하라는 이야기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같은 노래를 10번 불러도 다르게 부르고, 같은 춤을 10번 춰도 다르게 추는
자유로운 남자 박진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