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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금

과도한 사교육비에 아이낳기 겁나는 세상

얼마 전 지인의 집에 놀러갔다가 초등학교 3학년인 지인의 아들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방학이라 좋겠네"라는 저의 질문에 아이는 "방학이 더 바빠요. 차라리 학교 다니는 것이 더 편해요"라고 답하더군요.

아이는 현재 영어와 수학, 피아노, 태권도, 바둑 등 총 5개의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이 정도는 다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래서 "너무 아이를 혹사시키는 것 아냐. 이렇게 하면 도대체 교육비는 얼마나 드냐"고 물었습니다.

지인은 "주위에 친구들이 다 이렇게 하니깐 친구들이랑 어울릴려고 얘도 자기가 하겠다고 하는거야. 부담은 되는데 괜히 안해줬다가 뒤쳐지면 어떻해...월급의 절반 이상이 아이 교육비로 나간다"며 한숨을 내셨습니다.

그는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는데요.
문제는 이런 상황이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고민이라는 것입니다.

#레드퀸 레이스에 빠진 한국의 사교육 열풍

이상한 나라 앨리스 속 레드퀸이 지배하는 세상은 지금보다 2배 이상 뛰어야 겨우 제자리를 지키는 세상입니다.


지난 17일 국회입법조사처 저출산대책TF팀은 서울시립대학교 장원호 교수를 모시고 '레드퀸 레이스 상황에서의 사교육과 저출산: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교육정책의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날 간담회에서 장원호 교수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혼인 및 출산의 고령화, 경제적 불확실성,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과도한 사교육비를 꼽았는데요.

장 교수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학진학율은 84%였죠. 우리나라는 출신대학이 사회적 경력의 차별로 이어지고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로 일원화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모든 가구가 사교육을 동원해 대학입시를 준비는 상황에서는 결국 아무리 열심히 경주해도 결국은 제자리에 머무는 교육의 레드퀸 레이스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라고 강조했습니다.

교육의 레드퀸 레이스 상황에서 순위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사교육이 필요하고 이는 곧 고비용 사교육 선호와 사교육 시장의 과열로 이어진다는 것이 장 교수의 의견입니다.

지난 2008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조사한 '서울시 저출산 정책 발전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인 신혼부부의 한자녀 또는 무자녀 희망 이유 중 1위(29.7%, 한자녀 희망 이유), 2위(16.2%,무자녀 희망 이유)를 차지했습니다.


레드퀸 레이스에 빠지면서 과열화된 우리나라 사교육비 문제는 결국 출산율 저하의 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교육 정책은?

레드퀸 레이스로 인한 사교육비 과열현상, 그로 인한 심각한 저출산 문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정책이 필요할까요?

장원호 교수는 대학입시 외에 정당성을 인정받는 평가시스템의 확대와 장기성과 중심으로의 평가 방법 전환이라는 기준을 바탕으로 세 가지 해결방안을 내놓았습니다.

1. 고등학교 성적과 같은 장기성과 중심으로 대학 입시 선발 시스템을 전환한다.

장 교수는 과도한 사교육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단기 성적 올리기 중심의 사교육이 아닌 학교 중심의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능이 아닌 장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입시 선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장 교수는 서울대 외에 명문 사립대를 능가하는 거점 국공립대 양성과 거점 국공립 대학 입시 선발 시 공교육 성과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2. 대학원 중심의 엘리트 선발 시스템을 확립한다.

현행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을 양적, 질적으로 확대하고 공무원 양성을 위한 행정전문대학원을 더해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되는 현 교육 시스템을 개편, 대학 외에도 다양한 전문 교육 시스템을 확립해 수능에 올인하는 사교육 시장을 억제한다는 것이 장 교수의 주장입니다.

3. 편입제도 개편을 통해 Second Chance를 확대한다.

편입제도의 개편을 통해 편입의 기회를 확대하고 고등학교 성적과 대학교 성적 중심의 장기 평가 중심으로 편입생을 선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즉, 장원호 교수는 대학 입시에 올인하는 현 교육정책을 개선해야 레드퀸 레이스 상황에 빠진 우리나라 교육 문제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위해 수능과 대학 이외에 다양한 교육의 길과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 이상 과도한 사교육비로 아이 낳기가 겁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레드퀸 레이스에 빠진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되길 희망합니다.

Posted by 포도봉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