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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가요 논란? 타국 국가는 더 심해!



최근 무릎팍도사에서 조혜련이 일본 국가(國歌)인 기미가요 논란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일본 진출 후, 현지 프로그램에서 어느 가수가 기미가요를 부르는 것을 보고 박수친 이유에 대해 그 당시 자신은 기미가요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이 그 부분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기미가요가 일본 극우파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때 부르는 곡으로 일본 왕의 영원한 통치를 염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제 하에서 기미가요를 부르며 굴욕을 감내해야 했던 우리의 과거를 떠올린다면, 조혜련이 기미가요를 보고 웃으며 박수친 것은 어떤 한국인도 떠올리기조차 싫은 장면일 것입니다.

조혜련 입장에서는 무지함을 이유로 들어 다소 억울해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국민 정서에 있어서 그 장면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조혜련이 일본어로 된 가사를 알아들었다면, 박수가 나올 수 있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더군요. 어쨌건 조혜련의 사과로 일단락된 이 일을 통해 많은 이들이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한 나라의 국가(國歌)는 그 나라의 역사와 최근의 이슈를 함께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국가(國歌)들은 어떠할까요? 모두가 평화와 화합 그리고 번영를 담고 있을까요?



미국 국가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하는 대표 이벤트 중 하나가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입니다. 슈퍼볼 하면 '어느 팀이 우승할 것인가?', '이번 시즌 슈퍼볼의 초당 광고 비용은 얼마인가?'라는 것과 더불어서 '누가 미국 국가를 부르는가?'라는 것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많은 이들이 미식축구 경기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지만, 개인적으로는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이 불렀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략히 미국 국가를 이야기하자면 제목은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 즉, 성조기입니다. 미국 독립전쟁에 참가한 프랜시스 스콧 키이가 독립전쟁의 어느 일화를 바탕으로 1814년 작사했고, 원곡은 영국의 권주가라고 합니다.


오, 그대는 보이는가, 이른 새벽 여명 사이로
어제 황혼의 미광 속에서 우리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환호했던,
넓직한 띠와 빛나는 별들이 새겨진 저 깃발이, 치열한 전투 중에서도
우리가 사수한 성벽 위에서 당당히 나부끼고 있는 것이.
포탄의 붉은 섬광과 창공에서 작렬하는 폭탄이 밤새 우리의 깃발이 휘날린 증거라.
오, 성조기는 지금도 휘날리고 있는가? 자유의 땅과 용자들의 고향에서!




머라이어 캐리 버전

 
휘트니 휴스턴 버전


이 노래는 영국과 치열한 전쟁 상황을 묘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머라이어 캐리는 '감미롭고 화려하게', 휘트니 휴스턴은 '부드러우면서 당당하게' 소화해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가수들이 국가(國歌)를 다양한 스타일로 부르는 것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몇몇 가수들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애국가를 부르다 일부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들이 자신의 국가를 두고 변주곡 혹은 편곡 등으로도 연주되고 불립니다.



프랑스 국가

미국 국가의 가사에서 전쟁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다면,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접하는 순간에는 살벌함을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나아가자, 조국의 자손들이여, 영광의 날은 왔도다!
우리를 향한 폭정에 결연히 맞서서
피에 젖은 깃발을 올려라, 피에 젖은 깃발을 올려라!
우리 국토에 울려퍼지는 끔찍한 적군의 함성을 들으라!
적은 우리의 아내와 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르려 다가오고 있다!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이여! 전투부대로 편성하라! 나아가자, 진격하자!
우리 조국의 목마른 밭이랑에 적들의 더러운 피가 넘쳐흐르도록






가사 보니 정말 살벌하죠? 왜 이런 노래가 국가가 되었을까요?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킬 의용군을 모집하기 위해 스트라스부르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는 마르세유 출신 의용군들이 즐겨 불렀기 때문에 '라 마르세예즈'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외세로부터 프랑스를 지킨 구심점으로서 역할 뿐만 아니라 프랑스 혁명가이기도 했습니다. 1795년에 프랑스 의회는 '라 마르세예즈'를 국가(國歌)로 제정했죠. 그러나 나폴레옹 제정 때와 루이 18세가 집권하던 시기, 그리고 나폴레옹 3세 때 금지곡이 되었습니다. 결국 1879년이 되어서야 다시 국가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이 노래는 절대 군주와는 상극이었던 노래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 천안문 사태 당시에도 이 노래가 불리었다는 것이죠. 결국 자유와 평등은 피를 흘린 댓가라는 진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실 우리 나라도 근대화를 거치면서 4.19혁명이나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일들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프랑스 국가(國歌)이자 혁명가인 '라 마르세예즈'의 살벌한 가사를 이해 못할 것도 아니죠.



독일 국가

개인적으로 곡 자체만 보면 애국가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가가 독일 국가입니다. 코흘리개 적에 오락실 축구게임에서 처음 독일 국가의 멜로디를 접한 뒤, 지금까지 그 아름다운 선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과 정의와 자유와 조국 도이칠란트를 위하여
우리 모두 형제 되어 온몸으로 노력하세
통일과 정의와 자유는 번영의 토대일지니
이 번영의 빛 속에서 피어나라 피어나라 조국 도이칠란트여




하이든의 교향곡 '황제' 2악장이 원곡이며, '도이칠란트인의 노래'로 가사가 이어져 왔으나 2차 세계대전을 치른 뒤 패전국이 된 독일은 국가(國歌)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1952년 1~2절을 부르지 않는 조건으로 3절이 국가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1절은 주변국들이 독일의 팽창주의가 드러난다는 이유로 금지되었죠.



영국 국가

영국 국가는 프랑스 국왕의 항문수술과 연관되었다는 걸 아세요? 무슨 말이냐구요?

<세계를 뒤흔든 광기의 권력자들>이란 책에 따르면, 루이 14세가 항문수술을 받고 쾌유하길 바라는 노래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어느 수도원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된 영국인 관광객이 본국으로 돌아가 자국어로 그대로 번역해서 옮겼는데, 그 곡이 현재의 영국 국가인 'God save the king(queen)'라고 하더군요.



하느님, 저희의 자비로우신 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
고귀하신 저희의 여왕 폐하 만수무강케 하사,
하느님, 폐하를 지켜 주소서.
폐하께 승리와 복(福)과 영광을 주소서.
저희 위에 오래도록 군림케 하소서.
하느님, 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



 


한 나라의 국가이긴 하지만 국왕(여왕)에 대한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입헌군주제가 아닌 우리 나라의 정서로서는 이색적인 느낌을 줍니다.

축구 경기에서 대부분의 나라들은 경기 전에 한 차례 국가를 부르는데 비해 잉글랜드가 국가대항전을 치르게 되면 잉글랜드팬들은 경기 중에 수시로 이 노래를 부른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서로 가까우면서도 경쟁관계에 있는 나라인데, 상대 나라 왕의 항문수술 쾌유가를 자국 국가로 삼았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지금까지 여러 나라들의 국가를  알아봤습니다.
비록 노래 한 곡에 불과하지만 그 나라의 역사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전쟁과 혁명의 격변상황을 담은 국가도 있었고 국왕의 행복과 장수를 비는 국가도 있었습니다.
또한 온 나라의 번영을 기원하는 국가도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음악적인 면만 따졌을 때 독일 국가와 함게 러시아 국가도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국가(國歌)는 올림픽에서 태극전사가 들려주는 애국가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