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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장정일이 소설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무려 10년 만에...

서점을 어슬렁거리다, 그가 쓴 <독서일기> 를 보며, "참, 책 많이 읽는 사람이다...책읽기를 무척 전투적으로 하는 사람이로군" 등등의 혼잣말을 했던 기억에 비춰볼 때  그의 소설
<구월의 이틀>은 책 뒷표지에 도발적으로 소개된 이 표현만큼이나 놀라움 그리고 청량감을 안겨준다.


"우익청년의 성장사를 소설로 그려내고 싶었다."




우익청년? 이건 도대체 뭔가?

필자가 아는 장정일은 흔히 말하는 그 어느 쪽을 편들어온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그려내며 대중들과 독자들에게 '시비걸기'를 즐겨온 사람 아닌가?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소설을 들고 독자들 앞에 나타난 것인가? 

진심인가 아니면 비아냥인가?


호기심에 얼른 책을 사들고 서점을 나와 이틀에 걸쳐 읽었다. 은근히 재밌다,란 표현이 이 소설을 읽고 난 필자의 한마디 소감이다. 은근슬쩍 재미도 있고 살며시 생각할 '꺼리'를 안겨주는 소설이 바로 장정일의 <구월의 이틀>이란 책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필자의 장조카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일어나는 걸 보면 , 이 책은 분명 필자의 대학 초년시절을 떠올리게 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 대학시절에 이렇게 양쪽, 즉 좌ㅡ우 양날개를 정면으로 그려낸 소설이 있었던가? "

" 전혀 없었지. 만약 오른쪽을 옹호하는 기색을 내비쳤다면 그건 바로 불살라졌을걸~ "

"그렇다면, 요즘 대학가에서는 이런 책들이 많이 읽히나 보네..."

"장정일이 용감한 건가, 아니면 우리나라 지식인들 그 중에서도 소설가들이 너무 게으른건가? 그동안 왜 이런 책들은 나오지 않았던 거지?"

"아냐, 톤은 다르지만 은희경의 <마이너리티>라는 소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의 마지막 팬클럽>도 있잖아.."

"아냐, 그 책들은 장정일처럼 이렇게 직접적이진 않았어. 정면대결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 밖에..."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서 "어 벌써 다 읽어버렸네"란 생각이 들고, 이윽고 이어지는 생각은 "속편까지 염두에 두고 썼다던데 속편은 언제 나올까? 좌와 우를 대표하는 주인공 금과 은은 그들의 20대 후반과 30대를 어떤 식으로 소설 속에서 표현해낼까? " 라는 것.

이렇게 나름대로 다양한 경험을 한 두 주인공 금과 은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살아나갈까, 라는 점이 무척이나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물론 소설에 표현된 시점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의 상황은 필자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소설 마지막 시점 이후  이들의 사고과정과 그에 따른 행동변천사가 궁금해지는 것은 대한민국에 2008년과 2009년 만큼 드마라틱한 일들이 많았던 적은 없었으리라는 필자의 개인적인 판단 때문이리라.


♣ 소설 초간단 요약 ♣

광주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주인공 금과 은. 이 두사람은 서울 소재 대학에 함께 입학한 동급생들. 금의 아버지는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핵심참모이며 , 은은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서울로 피신하듯 상경한 불안정한 가정의 아들. 쾌활하고 싹싹한 금과 우울하면서도 특출한 문학소년이었던 은은 대학캠퍼스에서 만나 서로 친구가 되어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중간은 생략한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넘쳐나긴 하지만, 연상녀와의 사랑, 동성애, 문학의 가치 등등 장정일이 독자에게 툭툭 내던지는 화두 같은 내용이 많아서...)

이런저런 사연을 겪어낸 두 사람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반시위 현장인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조우하게 된다. (금은 탄핵반대, 은은 탄핵찬성).

둘은 각자 서로의 길을 가리라는 것을 확인한 뒤 헤어진다. 정치가를 꿈꾸던 금은 문학을 하기로, 문학을 동경하던 은은 정치가를 꿈꾸며.....
 

읽는 사람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콘텐츠에 대한 감상평을 염두에 두더라도, 장정일의 소설 <구월의 이틀>은 분명 대한민국의 10대 후반과 20대초반 청춘들에게 나름의 도움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 이상의 연령층에게도...) 

왜??

대한민국처럼 명확하게 이념에 따른 행동반경을 규정하려는 나라는 지구상에 드물테니까...여전히 대한민국은 이념,탈이념의 가치논쟁이 살벌할 정도로 진행되는 곳이니까..

그리고, 솔직히 필자가 장정일의 <구월의 이틀> 속편에서 궁금한 점은 바로 요거다.(↓)

'보수의 거두 거북선생와 보수 추종청년 은의 나이차를 뛰어넘는 동성애의 의미는 속편에선 어떻게 변주되어 나타날까?' 라는 것.  

충분히 비아냥으로 읽힐 수 있는 이 대목은 독자 개개인을 깊은 사색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정말로!! 


                                                                                                          
                                                                                                                        posted by 백가이버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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