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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정보마당

집주인이 우리집 화장실을 사용한 이유?

전세를 살고 있는 제게 주인집으로부터 집을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입주한지 반년이 다 되어가고,
부동산을 통해 계약을 했기 때문에 얼굴조차 본 적이 없어서 무슨 일인지 궁금했습니다.

"아, 실례지만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아뇨, 어떻게 사는지 한번 찾아뵙지도 못해서 늦었지만 한번 찾아뵈려고요."
"아..(괜찮은데..) 제가 퇴근 시간이 좀 늦어서요.."

굳이 만날 이유가 없어서 이리저리 핑계를 대보았지만, 주인집 아주머니께서는 '늦게라도 가겠다', '공휴일이어도 가겠다'며 반드시 집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셨습니다.

결국 약속한 날 일찍 퇴근해서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아주머니를 기다렸습니다.
아! 물론 퇴근한지 얼마 안된 것 처럼 옷도 갈아입지 않았지요.

"안녕하세요~"

아주머니께서는 작은 화분까지 들고 방문하셨습니다.
음료수를 대접하고 자리에 앉자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혹시 집을 구입할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럴만한 자금 여유가 없다고 하자,
집을 내놓으려고 하는데 양해를 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 이 말씀을 하시려고 오셨구나..!'

집을 내놓더라도 전세계약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이야기를 마치고,
아주머니께서는 화장실을 사용하신 후 가셨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


이빨을 닦다가 화장실 수납장 옆에서 삐죽 튀어나온 하얀 종이봉투를 발견했습니다.

'음? 이게 뭐지?'

두툼한 종이봉투는 수납장과 벽 틈에 꽉 끼어서 어쩌다 그곳에 들어갔는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앗? 혹시 돈봉투? 먼저 살던 사람이 비상금으로 숨겨 놓은 것이 아닐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꺼내어 전등에 비춰보았는데...

"이게 뭐야????"



부적!!!

봉투에는 'OO동 집에 넣어 두세요.'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OO동 집'은 제가 전세로 살고 있는 이 집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방문하셨을 때, 화장실을 사용하셨던 기억이 났습니다.
집이 잘 팔리도록 부적을 받아다가 몰래 숨겨놓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부적의 효과는 둘째치고, 기분이 무척이나 불쾌했습니다.

이래서 '내 집'이 필요한 것일까요?
불쾌한 경험을 통해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저도 주인집에 부적이나 붙이고 올까봐요.

마당에는 수영장쯤 있어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