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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으로/보도자료

나로호가 우주로! (김형오 의장 직접 작성글)

(김형오 국회의장께서 8.14일 새벽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직접 작성해서 올린 글 전문을 게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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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가 우주로!!


중국속담에 "우물물을 마실때 우물 판 사람의 수고를 기억하라"란 말이 있습니다.
6번 연기끝에 나로호가 우주로 날아갑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주시대의 첫발을 디디는 것입니다. 아직은 초보단계고 핵심 고급기술은 외국에 의존할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성공하면 우리가 10번째 위성발사국이 된다고 합니다. 선진 우주항공국이 되느냐 아니냐는 지금부터 우리 하기 나름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해낼수 있을 것입니다.

나로호 발사에 저는 남다른 감회에 사로잡힙니다.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1999년 제가 재선 국회의원으로서 야당의원 시절입니다. 그해 저는 운좋게도 예결위 계수소위원이 되었습니다. 계수소위위원은 예결위원중에서도 한나라당은 4-5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예산안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기능을 맡았으니 막강했지요. 저는 초선때부터 과학기술 정보통신분야 위원회에서 일해왔기에 어느정도 전문성도 인정받고 영향력도 있었습니다.


예결위 계수소위원이 된김에 과기부쪽에 도움을주고자 좋은 아이디어를 내라고 했더니 그중 하나가 바로 우주발사장 건립계획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즉각 예산으로 반영시키기로 하였습니다. 국회는 예산을 깎는 곳이기에 증액하기도 어렵지만 새항목을 신설하는 것은 계수소위원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 하나, 신설사업은 대개 용역비 10억원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우주발사장과 우주발사체를 만드는 수천억짜리 거창한 사업도 이렇게 겸손하게(?) 시작하였습니다. 막상 예산을 확정하려하자 과기부는 다소 소극적이었지만 제가 주도적으로 관철해 내었습니다. 그후 중간과정은 제 책(길위에서 띄운 희망편지)속에 일부 소개되어 있으니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또 부지 선정시 경합을 벌였는데 발사장을 전남 고흥 나로도로 정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러니 제가 어찌 특별한 감회를 갖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비록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제 이름 한줄 언급되지 않더라도 그저 속으로 흐뭇할 뿐입니다. 저의 조그만 역할로 나로호가 성공하기만 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우물물 마실때 우물 판 사람을 기억하는" 중국 사람과는 달리 누가 우물 파기 위한 첫삽을 떴는지를 기억해 주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나로호여 힘차게 날아가라!" "우주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어달라!"


나로호의 성공적 발사를 위해 그동안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리신 우리 과학기술자들의 노고에 충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쓰는 김에 마저 써야겠네요.



99년 12월말 이렇게 예산을 통과 시켰습니다. 해가 바뀌고 21세기를 여는 신년계획으로 가득찬 어느 저녁 뉴스는 저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한국, 드디어 우주시대를 연다"라는 헤드라인뉴스였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우리나라의 우주개척이 시작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뉴스를 보던 저의 흥분을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뉴스가 끝나고 해설마저 끝나도 어느 누구에게서도 "이 예산을 마련한 사람은 김형오다"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른방송사에서도 역시나 제 이름이 등장하지는 않았습니다. 방송뉴스니까 상세하게 다루기 힘들었겠지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한 뒤 아침 눈 뜨자마자 조간신문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정치인이 신문 방송에 이름 한 줄 나오는 것을 얼마나 좋아합니까?  더구나 좋은 일, 경사스러운 일인데 오죽했겠습니까?  그러나 눈이 아프도록 신문을 훑어봤지만 제 이름 석자는 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우주시대(?) 개척의 정치적 결정은 김대중 대통령이 내렸더라도, 만약 제가 예산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그 양상은 사뭇 달랐을 것입니다. 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큰 차이를 보였겠지요.


당시 저는 매우 서글펐습니다. 나아가 과기부(과학기술부, 현재 교과부로 통합) 관리들에게는 배신감 마저 들더군요.  "야당인 내가 국익을 위해 한 일이 이렇게 무참하게 무시당하다니"라는 생각에서부터 " 내가 야당이라고 이렇게 푸대접하는거야?" 라는 섭섭함에 이르기까지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당장 과기부 관리들에게 저의 호통이 떨어졌습니다. 정말 서운했으니까요.  제 호통에 과기부 간부들이 차례로 제게 사과를 했습니다. 미래지향적 정책추진에 대한 반대급부가 고작 이런 것이로구나 라는 자괴감이 들 때마다 순간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과기부 간부들에게 화가 덜 풀린 저는 그 해 국정감사 때 한국이 우주발사장을 건립하기에는 지리적,환경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는등 강력한 반대론을 펼쳤습니다.  저의 돌변한 태도에 당시 국감장의 과기부 간부들이 당황해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결국 저는 과기부 간부들의 또 한번의 사과와 진정성있는 추진을 약속받고 동의해주었습니다. 저는 당시 야당이었지만 국익을 위한 일에는 앞장섰다고 자부합니다. 야당생활 10년 동안 반대할 것은 분명히 반대했지만 도와줄 일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방폐장을 건설하면 핵물질에 오염된다며 시민단체가 주민들을 선동하고  여당정치인들마저 앞장서서 반대할 때, 야당인 저는 정부의 방폐장 건설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덕분에 제 홈페이지가  며칠간 다운되고 팩스와 전화등으로 격렬한 항의를 받느라 며칠간 전혀 일을 하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DJ정부의 IMF극복에 있어 IT산업이 기여한 바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때 저는 해당상임위인 과기정(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위원장으로서 IMF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돕고 어떤면에서는 정부보다 앞장서서 IT산업을 일으키도록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밖에도 할 말은  참 많습니다만 자랑이 지나치면 교만으로 비쳐질 것 같아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느닷없는 제 자랑같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의 야당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로호가 우주로 가는 시대에 우리 정치의 비약을 생각해봅니다.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 정치가 과거로 흘러가서는 안됩니다.

 

"나로호여 힘차게 날아다오.  우주시대를 향한 국민의 염원을 안고!! "



*나로호 관련한 또다른 애기는 내 책 "길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367-375쪽을 참고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