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김형오의 말말말

반구대 암각화에서 희망을 보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희망을 보다

보존 방안을 마련했으니 조속히 시행하자

 김형오

새봄에 반가운 뉴스를 들었다. 해마다 거듭되는 ‘물고문’으로 훼손이 돼 대책 마련이 시급했던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선사 시대의 문화유산인 국보 제 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마침내 보존 방안을 찾았다는 소식이다.

국회의장 재임 중에 나는 두 차례 반구대 암각화를 보러 갔었다. 2009년 10월과 2010년 3월. 처음 갔을 때는 암각화가 완전히 물에 잠겨 있었고, 이듬해 봄 두 번째로 반구대를 방문했을 때는 물이 빠져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암각화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더듬는 감동과 함께 심각한 훼손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는 너무나 안타까워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었다. 

그 뒤로 나는 어떤 사명감처럼 기회 있을 때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 마련 및 조속한 실행을 촉구해 왔다. 어려울 일도 아니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집단들끼리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해결책이 찾아질 일이었다.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내 입장과 소감은 그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혔으므로 다시금 동어 반복을 하지는 않겠다. 작년 봄에 펴낸 내 책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아름다운 나라』(70~81쪽)에도 실려 있고, 이 블로그에도 열 편 가까운 글을 올려놓았다. 네이버 검색창에 ‘김형오 반구대 암각화’를 치면 뉴스만도 100개 넘게 검색이 된다. 

이 일은 정말로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현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늦고, 그러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손상된 문화유산은 절대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어 하루 빨리 해법을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도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끌던 이 국가적 사업이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울산시와 관련 부처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권 맑은 물 공급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해법은 이렇다. 울산시는 암각화의 침수를 막기 위해 사연 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추고, 그로 인해 줄어든 물은 청도 운문 댐에서 충당하기로 문화재청과 합의했다. 사연 댐 수문 설치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되, 수위 조절은 울산 맑은 물 공급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 시행한다. 2013년 사연 댐 수문 설치, 2014년 수문 운영과 물 공급이 가능해질 거라고 한다. 

반가우면서도 걱정이다. 그 때까지 2~3년간 또 ‘물고문’을 당할 암각화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내가 본 바로는 2~3년도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이다. 흔적조차 사라지거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문화재가 돼 버리는 건 아닐까. 결정을 내린 이상 어떻게든 일정을 더 바짝 당겨야 한다. 정말로 반구대 암각화를 살리고 보존할 생각이라면 1~2년을 못 당기겠는가. 울산시와 시민들의 반구대 암각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문화적 자긍심을 믿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더 멀리 내다보고 더 큰 것을 추구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후손들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좀 더 냉철하게 작금의 현안들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반구대 암각화로 고래를 만나러 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