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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으로/신문/방송기사

[동아일보] 기사 2편 올립니다.

총선 이후 달라진 국회를 기대하고 있을 국민들 앞에서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답답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언론들도 앞다투어 나름대로 해법과 탄식을 쏟아놓고 있습니다.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일입니다. 




2016-06-04 동아일보


“국회의장 투표로 선출… 주요 상임위장은 서로 양보를”



원로-전문가들의 원구성 조언 




교착 상태에 빠진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대해 전직 국회의장과 정치학자들은 국회의장 문제를 상임위원장 배분과 분리해 자유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은 제2당에 1석 많은 1당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고, 새누리당은 여당 프리미엄만 고집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의장은 어차피 무소속인 만큼 자유투표 방식으로 의원 직선으로 뽑아야 한다”며 “헌정 사상 최초로 당론이 아닌 의원의 자유의사에 맡겨 보는 전향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도 “국회법에 따르면 의장 선출은 무기명투표로 재적 의원 과반수 득표로 결정하게 돼 있지 1당이냐 2당이냐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동의를 구한 정당이 의장을 맡으면 된다”고 말했다. 국회법 15조에 따르면 의장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되고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투표를 하고, 2차 투표에서도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최고 득표자가 선출된다. 결과적으로 더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지만 꽉 막힌 상황을 풀기 위해선 자유투표 외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김 전 의장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협상을 분리해서 해야 한다”며 “상임위원장은 각 당의 의석수에 따라 몇 개를 맡을지 정하면 쉽게 풀릴 수 있다”고 했다. 임채정 전 의장도 “위원장은 3당이 각 당의 형편과 정황에 따라 서로 양보를 하면서 배분하면 된다”고 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기획재정위원장은 여야가 나눠 맡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임 전 의장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야당을 선택한 민심에 따라 1당인 더민주당에서 국회의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명호 교수도 “협상의 대상이 아닌 원 구성이 협상의 대상이 돼 버린 게 우리 국회의 나쁜 관행”이라며 “이번 총선의 결과를 보면 국회의장을 더민주당에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여소야대의 3당 체제가 이뤄진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의장은 더민주당, 법사위와 예결특위는 새누리당, 운영위는 국민의당이 맡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1당이 의장을 맡고 3당이 운영위를 맡으면 2당과 3당이 잘 협의하게 될 수도 있다”며 “3당이 정부 여당과 대화하는 ‘협치’를 이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 , 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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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6 동아일보


[횡설수설/이진녕] 국회의장이란 자리



육군참모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정일권(작고)은 8대 국회에서 전국구 의원 몇 달 한 것밖에 없는데도 9대 국회 입성하자마자 국회의장이 됐다. 유신체제이던 1973년의 일이다. 국회의장은 형식상 국회의원들이 선출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지명하면 그만이었다. 9대 국회 전반기, 후반기 합쳐 6년간 국회의장을 지냈다. 10대 국회의 의장직에도 내정됐다가 차지철 대통령경호실장이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며 트는 바람에 백두진으로 바뀌었다. 정일권의 비서실장을 지낸 신경식 헌정회장의 증언이다.


 ▷이만섭(작고)은 소속 정당을 바꿔가며 두 번 국회의장을 지냈다. 14대 국회 전반기 의장은 김영삼 대통령이 지명했지만 16대 국회 전반기엔 김대중 대통령의 낙점이 아니라 여당 의원총회에서 후보로 추대된 뒤 본회의에서 야당과 표 대결 끝에 선출됐다. 그 스스로가 쟁취한 일로 역대 처음이다.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과 국회의원 자유투표에 의한 의장 선출을 명문화한 국회법이 마련된 것도 이만섭 의장 때다. 


▷김형오 의장은 국회 국정감사 기간 중 외유를 가던 역대 의장들의 관례를 깨고 2008년 가을 국토순례를 떠났다. 이듬해 3월 결과물로 나온 것이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란 수필집이다. 2012년엔 4년간 심혈을 기울인 끝에 1453년 동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이 함락되는 과정을 그린 ‘술탄과 황제’란 역사 탐구서를 내놨다. 그는 저술활동과 강연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국회의장들은 대체로 그 자리를 끝으로 정치활동을 접는다. 그러나 19대 국회 마지막 국회의장 정의화는 이례적으로 퇴임 사흘 전인 5월 26일 싱크탱크인 ‘새한국의 비전’을 출범시켰다. 10월쯤 정치결사체로의 탈바꿈 가능성도 내비쳤다. 몇 달 후, 몇 년 후 그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국회의장의 실질적 권한이 크게 축소됐는데도 여야가 20대 첫 국회의장 선출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아직도 티격태격한다. 얼마나 대단한 국회의장을 뽑으려고 이러는 건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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