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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1 국민일보] <헌재 결과 승복하자> “정치인들, 선거 유불리 떠나 통합 힘써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세력이 극렬히 대치하면서 심판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민심을 한데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계 원로와 학계 전문가들은 2일 대선 주자들이 탄핵 국면을 이용해 선거에서 득을 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정치인은 국민이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하면 해소될 문제라는 의견도 많았다.

원로들의 고언(苦言)은 정치권에 집중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면서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들거나 태극기를 흔드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그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제도화해서 해결하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돌팔매를 맞더라도 ‘국민 여러분, 이제는 저희에게 맡기고 들어가 주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정치인의 용기이고 정의”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집회 현장에서 내뱉는 말은 진영논리를 자극해 갈등만 부추긴다는 얘기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대선 주자들이 선거 유불리만 따지고 있지 갈등을 봉합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승자, 패자 할 것 없이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통합은 간단하다.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따르겠다. 다 같이 자중하자’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3·1절 집회 하루 전날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에 감사 메시지를 전달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헌재 불복’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헌재 결정을 놓고 찬반 의견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탄핵심판이라는 제도가 있는 한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는다”고 했다. 다만 임 전 의장은 “헌재 결정이 민심을 얼마나 반영했느냐는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는 헌재 재판관 임명 절차 개선 등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야권에선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동일선상에 놓는 데 대한 불만도 표출됐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정확히 말하면 여론은 두 동강 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며 “태극기집회에 얽매여 양비론적인 타협 권고는 안 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극기집회 참가자가 좀 많아졌다고 해서 두 집회를 나란히 놓고 말하는 것은 촛불민심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탄핵 찬반 세력이 총집결한 3·1절 집회가 평화롭게 끝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전 의장은 “생각이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 수십만명이 거리에 나와 대척하면서도 단 한 사람의 사상자 없이 평화롭게 집회가 끝났다”며 “이를 분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애국심, 열정으로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재 결정으로 대한민국이 끝나는 건 아니다”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반대쪽을 감싸안고 포용하는 관용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탄핵심판 이후 있을 대선이 오히려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헌재 결정에 대한 불만이 결국 대선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표출되고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권지혜 이종선 백상진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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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저의 칼럼(3 1일 중앙일보 25 시평’)에서 태극기와 촛불 시위대에 대하여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주문했습니다.

다 아시리라 싶어 (지면 관계도 있어) 칼럼엔 생략했지만 강조하는 뜻에서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첫째,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과 물리적 충돌은 안 됩니다. 끝까지 민주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경찰도 상대방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며 사랑스런 아들, 존경하는 아버지할머니입니다. 둘째, 헌재의 결정에 무조건 승복하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승복은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어느 쪽이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승패를 떠나 판정 결과는 누구에게든 다소 불만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한 승자는 패자를 감싸 안고 그들의 주장을 이해하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패자는 울분을 삭이며 후일을 기약해야 합니다. 재판에 졌을 뿐 당신의 용기와 신념은 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높이 평가될 것입니다. 단 깨끗이 승복할 때만 그렇다는 것입니다.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또 다른 기회가 오는 법입니다. 정치권이 흩트려 놓은 불승복의 행태를 민주 시민의 힘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힘써 지키고 만들어 온 여러분 아닙니까. 또 우리 자식들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전통을 물려주기 위해 승복하는 민주 시민 의식을 보여야 합니다. 오늘부터 민주 시위의 순수성을 흐리는 정치인과 과격 선동을 일삼는 일부 세력의 집회 참여를 제한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이제는 일상으로 복귀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참 수고 많았습니다. 권력자가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여러분은 똑똑히 보여 주었습니다. 그 부릅뜬 눈과 불끈 쥔 맨주먹으로 세상을 향해 포효했습니다. “정치 똑바로 하라!”고 말입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각성하고 바로잡아갈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당분간은 침묵으로 주시해야 할 때입니다. 생업을 뒤로 미루고 나라를 위해 쏟은 노력과 정성을 이제는 정치인들이 담아내고 엮어내야 합니다그럴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시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해내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이기에 이 세 가지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한 사안을 두고 국민들 간에 이렇게 첨예하게 대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대립한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는 분노를 삭이며 평화적 시위를 했습니다. 손에 든 것이라곤 태극기와 촛불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세계 민중 시위 사상 이렇게 민주성과 질서를 과시한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한국 정치인이 못한 것을 위대한 우리 국민이 해내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정치를 했다는 것은 자랑거리가 못되지만 한국 시민이라는 사실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오늘은 삼일절입니다. 98년 전 오늘 온 겨레가 하나 되어 일제의 총칼 앞에 맞섰습니다. 맨몸으로 독립 만세를 소리 높이 외치며 목숨이 다하도록 끝까지 평화적으로 저항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순국 의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대규모 시위를 통해 98년 전 삼일 정신을 되새기며 끝까지 평화적민주적으로, 그리고 질서 있게 행진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합시다.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다고,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아니 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시킨 국민이라고!

감사합니다.

 

                                                                        삼일절 아침에 김형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