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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헤드라인

2017-05 <월간 신앙계> 내 인생의 플러스 - 사자굴에서 살아남는 법

사자굴에서 살아남는 법




김 형 오 장로, 전 국회의장



  2001년 가을, 나는 25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당선 직후 시작된 나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년 만의 판결이었다. 국회의원이 선거법을 어겨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1심(부산지방법원) 판결이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국회의원직을 ‘두 번 반’이나 박탈당할 수 있는,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죄명은 ‘허위사실유포죄’였다. 상대방의 일탈 행위를 지적하며 공명선거하자는 지구당(내 이름이 아님)의 호소문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는 검사의 황당한 주장을 판사가 받아들인 것이다. 일단 이 죄가 인정되면 500만 원 이상의 벌금이나 징역형을 받는 무서운 조항이다. 판사는 나의 ‘범죄가 가벼워서’ 반감(半減)해준 거라 했다. ‘가볍다’면서 의원직을 상실할 중형을 때린 그 판결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공명선거 정착을 위해 만든 법이 정치 탄압의 도구로 악용된 것이다.  처음 나는 내가 고발당했다는 말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 주객전도(主客顚倒)란 말을 떠올리며 평소처럼 활동했다. 그 당시 나는 참 힘든 선거를 했다. 상대방의 모함 때문에 머리까지 삭발하며 결백을 호소했다. 선거 사무실은 24시간 감시받고 도청 당했다. 선거 기간 중에는 항상 미행이 붙었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는 노골적으로 나를 비난하고 깍아내렸다. 권력의 위협과 금력의 유혹을 못 이긴 핵심 당원과 운동원들이 탈당하거나 자취를 감추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돈 없고 힘없는 야당 의원인 나를 유권자들은 눈물로 지켜주었다. 

  그런 내가 당선되자마자 기소되고 1심에서 국회의원직을 내놔야 할 정도의 형량을 선고받다니! 그날부터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삭일 수가 없었다. 세상의 정의와 신의 섭리마저 부정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회한이 밀려왔다. 내 정치 인생은 이것으로 끝나는가. ‘연속 3선 의원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우리 지역(부산 영도)의 징크스가 적중한 것인가…. 

  의기소침해 있던 어느 날, 밤중에 나는 소스라치며 일어났다. 비몽사몽간에 “1, 2, 3, 0” 하는 소리가 나더니 사라졌다. 시계 바늘은 새벽 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참을 망연히 상념에 잠겼다. “아, 내 정치 인생이 12월 30일로 끝난다는 뜻인가.” 그래 놓고 보니 1, 2, 3, 0이 아니라 1, 2, 3, 1이라고 했던 것도 같았다. 머릿속이 멍해지며 혼돈스러웠다.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나 있었다. 

  불현듯 머리맡의 성경이 생각났다. 곁에 두고도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읽지 않은 성경이었다. 나는 어떤 계시라도 받은 사람처럼 미친듯이 1230페이지를 들췄다. <에스겔>이 끝나고 <다니엘>이 시작된다. 그래, 바로 이거였다! 사자굴에서도 살아난 다니엘이 아니던가! 여기에 내가 붙잡을 뭔가가 있을 것이다! 나는 <다니엘>을 읽으며 밤을 새우기로 작정했다. 꿈 이야기가 지나고 6장 사자굴에서 건져진 다니엘을 읽었지만 영감이 오지 않았다. 집중력이 흐려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질 즈음 헐! 10장 19절에 이르러 갑자기 정신이 맑아졌다. 

  “이르되 큰 은총을 받은 사람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평안하라 강건하라 강건하라! 그가 이같이 내게 말하매 내가 곧 힘이 나서 이르되, 주께서 나를 강건하게 하셨사오니 말씀하옵소서!” 

  바로 이것이다! 두려워하는 내 마음을 아시고 나를 붙잡아주시려고 성령께서 내게 임하셨구나! 나는 얼른 일어나 찬물에 세수를 하고는 그 부분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새벽 5시. 머리가 맑아지면서 빛이 그토록 환할 수가 없었다. 첫머리의 ‘큰 은총을 받은 사람’이 바로 나란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나니 너무나 감사했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얼마나 감사할 줄 모르고 교만한 인생을 살았는지를 한순간에 깨우쳤다. 무릎을 꿇었다. 진정으로 회개하고 용서를 구했다. 나의 교만과 아둔함을 통절히 반성했다. 이 불쌍하고 어리석은 자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려고 나를 일깨우셨구나. 하나님 아버지,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날 이후 다니엘 10장 19절을 입에 달고 다녔다. “두려워하지 말라, 평안하라, 강건하라 강건하라!” 운동할 때도, 식사할 때도, 화장실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내 입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웅얼웅얼하는 소리에 뭐냐고 간혹 누가 물으면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일러준다. 당신도 나처럼 하면 복 받을 거라고. 

  성경의 은사를 접하고 나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세상을 사랑하고 긍정하며 남을 이해하는 눈과 마음이 생겼다. 정치적 미사여구와 입술로만 움직이던 찬사가 가슴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미워하던 사람들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건성으로 다니던 교회도 진리와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성소로 자리잡아갔다. 그때부터 하나님의 말씀이 내 심장으로 전달되었다. 나를 하나님께 인도한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새삼 번지기 시작했다. 이런 시련이 없었다면 성경 말씀이 이토록 가슴을 때리는 은총으로 나를 적시게 할 수 있겠는가! 하도 읊조리다보니 나름대로 해석까지 하게 되었다. 왜 ‘두려워 말라’가 처음 나오며, ‘강건하라’가 마지막에 나오면서 두 번 연속 거듭되는지를. 한 자 한 획이 그냥 쓰여진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니 성경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었다. 

  이런 연유로 다니엘 10장 19절의 짧은 말씀이 내 심령에 안식을 주고 평생 내 가슴 한가운데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 후 재판은 2심에서 선고유예,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어 다시 고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4년 국회의원 임기 중 3년 반을 끈 사건이었다.  참고로    
   그 당시 우리 당(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중 26명이 여당이나 무소속으로 옮겨
   가거나, 또는 유죄를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나는 당을 떠나지 않았고 재판에
   서도 끝내 승리했다.





<원문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