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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헤드라인

[제68주년 제헌절 기념]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 발제문

어제 제헌절 기념식 직후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되었지만,

KBS1에서 녹화하여 17일 오후 3시에 방송했기 때문에 보신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토론 발제를 제가 맡게 되었는데, 참고가 될까 하여 발제문을 아래에 올립니다.

개헌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계속되길 바랍니다.


[사진출처] 노컷뉴스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 발제문]




새로운 개헌의 과제와 지향점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제헌절을 맞아 헌법의 존엄성과 시대 여망에 부응하는 개헌의 전기를 마련해준 정세균 국회의장께 감사드린다. 


  현행 헌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권력의 집중"과 (행위와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을 중심한 행정부가 국회•법원에 비해 과도한 권한을 가진데 반해, 권력을 상호 견제하거나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시스템은 발달하지 못했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 ‘all or nothing’ 게임에서 패배한 야당이나 과격파 기득권층은 조직적•저항적 반대 투쟁과 전투적 권력 교체를 추구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다수 국민은 정치 참여에서 소외되고,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혐오•불신 풍조가 조성됐으며, 한국 사회의 갈등 구조를 심화시켰다.

  한국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은 먼저 삼권 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

1)자기가 집행할 법률을 자기가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수 있고,
2) 자기가 쓸 국가 예산을 자기가 편성하여 국회는 심의만 하도록 하고,
3) 자기 공무원에 대한 감찰을 자기가 직접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미국 대통령은 생각할 수도 없는 막강한 권한들이다.

  또한 현행 헌법은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대법관•헌법재판관 등의 임명에 대통령이 직접 간여할 수 있다.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더구나 국민 생활과 직결되고 국가 권력의 핵심 집행 기관인 검찰•경찰•국세청•국정원•공정거래위•방송통신위 등의 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이다.

  장기 집권 방지와 평화적 정권 교체는 현행 헌법의 장점이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가 제도화 정교화되지 못함으로서  지도자의 공인 의식, 책임감, 제도와 공론에 의한 권력 행사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이 무뎌지게 되는 약점을 안게 됨. 

  결국 당선된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는 제왕적 권한을 휘두르다가, 중반기에 들어서면 극심한 대립에 시달리고, 종반기에는 힘없는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해, 결국은 민망한 모습으로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누구 하나 예외가 없었다. 국민에 대한 헌신과 봉사보다는 누려야 할 권력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막강한 헌법적 권한과 5년 단임이라는 시간적 제약, 그 딜레마에 빠져 새로운 업적 쌓기와 전임자 업적 지우기를 반복함으로써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전 정부에서 하던 중장기 사업은 신정부 출범과 더불어 사라지고, 주무부서는 통폐합되고, 책임자와 담당 공무원은 한직으로 밀려나게 된다.
공무원은 의욕을 잃고 정부는 단기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국가 경쟁력은 떨어지고, 중장기 비전을 잃어버린 나라가 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과 권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모든 권력 주체들에게 엄정한 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 그 길만이 대통령도 나라도 국민도 사는 길이다.

  대통령의 권력을 줄이려면
1)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는 이원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나,
2) 미국과 같은 순수 대통령제를 채택해야 한다.
3)어떤 경우든 국회의 권한은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 권한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이 국회로 넘어오거나 국회의 견제 장치가 더욱 강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강한 상태에서,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에 국민이 선뜻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의원내각제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1)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며, 2)새로 마련할 개헌안에는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책임성을 명시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원정부제를 하잔다면서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를 전담한다는 발상은 효율적이지도 못하며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협치에 의한 권력 균점과 야합에 의한 권력 나눠먹기는 다른 것이며, 이런 안이하고 무책임한 발상은 이원정부제 자체의 탄력을 잃게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두겠다는 발상도 임시 미봉책이다. 표풀리즘에 의해  탄생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두자는 것은 누구도 결과에 책임은 지지 않고 생색만 내겠다는 또다른 포퓰리즘적 발상이다. 개헌을 통해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옮기지 않는 한 국정의 비효율성은 심각히 증대되고, 국가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일방 독선 아집 무책임의 정치에서 대화 협치 공존과 책임 정치로 변해야 한다.
개헌이 그 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