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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 문제 제기] “우리는 ‘2류’입니다” 가슴 아프다. 인재(人災)와 관재(官災)가 어우러진 최악의 합작품이다. 아무 죄 없이 희생된 착하고 온순한 저 어린 것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성수대교가 끊어졌을 때도 이렇게까지 참담하고 분노가 치솟진 않았다. 그 사고들은 수습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졌지만, 이번 참사는 대피와 구조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사상 최악의 희생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총체적 부실이 낳은 전근대적․후진국형 사고의 전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발생부터 수습까지 낙제점으로 일관했다. 예고된 비극이었다. 기본을 안 지키는 것이 얼마나 큰 재앙의 불씨가 될 수 있는가를 통렬하게 보여주었다. 하드웨어보다 더 엉망인 것은 소프트웨어였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기본 매뉴얼조차.. 더보기
“나는, 우리는 ‘어른’이 아니었다” 미안하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구해주지 못해서,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어서, 진짜 아무 것도 해줄 게 없어서…. 어떤 말, 어떤 몸짓, 어떤 눈물도 위로와 힘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서글프기만 하다. 덩그러니 살아 있다는 하루하루가 이렇게나 처연하고 고통스럽고 미안했던 적이 없었다. 이런 반성문을 쓸 염치조차 없지만 이 아침, 결코 잊지 않기 위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옷깃을 여미고 맑은 정신으로 참회와 애도의 마음을 적는다. 사랑하는 가족,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 마음을 어찌 헤아릴까. 어떻게 키운 내 자식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내 핏줄인데…. 믿기지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저 먼 아프리카‧동남아에서나 아주 드물게.. 더보기
주여, 이들에게 생명의 빛을, 위로와 격려를… 주님, 지난주 세월호의 참변은 온 국민을 잠 못 들게 하고 눈물로 지새우게 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주님,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아직도 침몰한 배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과 급한 조류로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주여, 이들에게 하루 속히 생명의 빛이 도달하게 하여 주시고, 그 넓은 주님 품속으로 안기게 하여 주시옵소서. 천국으로 향하는 어린 영혼들, 오열하는 유족들, 실종자와 그 가족들, 부상자들에게 주님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주시옵소서. 한순간의 실수와 방심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막대한 국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주님, 다시는 이런 후진국적 사고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욱한 저희들 회개하오니 이 나라 이 민족을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 더보기
[2014-02-19 중앙일보 ; 기고] 안현수 조국은 아이스링크다. 중앙일보에 제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지면 관계상 원문 일부를 생략해 실었기에 원문을 올립니다. 중앙일보에 실린 본문은 아래 바로가기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요 며칠 올림픽 중계 보느라 잠을 설쳤다는 사람이 많다. 그 중에서도 단연 화제는 안현수, 아니 빅토르 안 선수다. 안 선수가 결승점에 가장 먼저 도착해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하는 모습, 몸을 엎드려 금메달을 선사한 얼음판에 입 맞추는 모습…. 관중석에선 희열과 감격, 흥분을 차마 감추지 못해 눈물로 범벅된 그의 부친과 여자 친구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러시아 국기가 올라가고 러시아 국가가 연주될 때 안 선수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슴에 손을 댄 채 러시아 국가를 소리 내어 불렀다. 늠름하고 당당하게. TV를 본 많은 국민은 마음이 매우.. 더보기
2014-02-10 동아일보 ; [기고/김형오]개헌은 왜 어려운가 신년(1월 13일자) 동아일보는 국회의원 80.6%가 개헌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응답자 170명 중 민주당은 93.2%, 새누리당은 69.7%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의원들의 대체적 여론은 개헌 쪽으로 모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1월 6일)에서 개헌 곤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설문 조사는 대통령과 국회의 생각에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2008년 7월 필자는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개헌을 주장했다. ‘87년 체제’의 근간이 되는 현행 헌법을 바꿀 때가 되었다는 신념에서였다. 다음 해 제헌절 경축사 때는 작심하고 개헌 얘기로 일관했다.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연구 자문기구를 만들어 개헌안도 마련해 공개했다. 개헌의 취지와 당위성은 대강 이렇다. 단임제 헌법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 .. 더보기
[2014-01-23 동아일보] "경주 엑스포, 우리 문화역량 세계에 알려" 2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융성 간담회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앞줄 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회의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제공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는 우리나라의 문화 역량을 지구촌에 알린 상징적 행사였습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북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문화 융성 간담회에서 “1998년 시작한 경주문화엑스포는 산업 중심의 엑스포를 문화 차원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는 이스탄불-경주 문화엑스포를 평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열렸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해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이영희 한복디자이너.. 더보기
[2014-01-03 메디컬 월드 뉴스] <한국 한국인>김형오 전 국회의장 편 ▶ 중용과 소신의 정치인, 김형오 김형오 의원이 내리 5선을 기록하고, 국회의장으로까지 선출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마 그가 견지해 온 중용의 미덕일 것이다. 계파 정치가 절정이던 90년대 초반 정치권에 발을 디딘 뒤, 그는 어느 계파에 속하지 않은 중도의 길을 걸어왔고, 때론 소신 발언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론에 맞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김영삼 대통령의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철거를 반대하는 기고를 한 경우가 그러했다. 한편, 그는 ‘디지털 정치인’이라 불릴만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활동을 오랫동안 하며 도청 방지법을 이끌어냈고, 3,000억 원에 달하는 휴대전화 로얄티를 미국 업체로부터 받아내는 데 기여했다. 은퇴 후 처음으로 한국 한국인 을 통해 그의 20년 정치 인.. 더보기
[2013-12-26 헤럴드 경제] ‘가지 않은 길’ 가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자신의 마포 사무실 벽에 걸린‘ 실사구시(實事求是)’ 족자 앞에서 “매일 싸움만 하는 그렇고 그런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인도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인생 4막을 시작한 이유를 풀어갔다. 이 족자는 김 전 의장이 2009년 중국 톈진대학교 학생들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톈진대는 1895년 설립된 119년 역사의 중국 명문대학으로 김 전 의장에게 외국인 최초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내리 5선 국회의원, 국회의장 까지 지낸 김형오가 정치를 떠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도 지역구 민원인을 만나고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밤 12시쯤 집에 가서 잠만 자고 나와야 했고, 김형오라는 이름 석 자를 찾느라 신문을 샅샅.. 더보기
[2013-12-26 헤럴드 경제] “김형오는 우리 삶에 새 패러다임 제시한 혁명가” 배철현 서울대 교수가 본 '학생 김형오는 “김형오는 우리 삶에 새 패러다임 제시한 혁명가” 김형오는 신비(神秘)한 사람이다. ‘신비’는 그 전체를 볼 수 없지만 창조적인 매력이 있다는 의미다. 4년 전인 2010년 가을,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을 강의할 때 김형오 국회의장을 처음 만났다. 사제지간이었다. 그는 인문학의 생소한 분야에도 지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그것을 깊이 알려는 호기심이 대단했다. 대부분은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에 탐닉해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산다. 이 편견을 깨기 위해 공부가 존재한다. 그는 거의 매 시간 자신에게 낯선 주제에 집중해 질문을 했다. 질문은 질문자가 그 주제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서 자기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이해의 지평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용기다. 질문을 .. 더보기
[2013-12-21 서울신문] “의원들이여, 책을 읽으세요… 아주 많이” 김형오(66) 전 국회의장은 ‘책과 정치인’을 주제로 인터뷰를 한단 말에 즉시 긴장감을 내비쳤다. 혹시 동료 의원들을 폄훼하는 인터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그는 “정치인의 출간이 마냥 나쁜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치인의 책은 ‘현대 정치사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그의 개인 사무실을 찾았을 때 벽면을 두른 책장에는 역사·종교 서적들이 원서와 함께 빼곡히 꽂혔고, 테이블 위에는 손으로 쓴 초고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그는 한국 정치사에서 ‘작가’의 반열에 오른 몇 안 되는 정치인의 하나다. 국회의장 퇴임 직후 저술한 ‘술탄과 황제’는 큰 화제가 됐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1453년 5월 29일을 중심으로 오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