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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퇴근길이 건강을 위협한다?

■ 자연스러운 세상에 살고 싶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자연스럽다[自然스럽다]
[형용사] 1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어색함이 없다.
             2 무리가 없고 당연하다.
             3 힘들이거나 애쓰지 아니하고 저절로 되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은 어떨까요? 자연스러운가요?

군에서 전역하고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시골에 내려가던 날이었습니다.
태풍 매미가 와서 난리가 났었는데, 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도 끊겨서 작은 버스 터미널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문득 '기상이변이라고 하지만, 거꾸로 자연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자연스러운(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세상에서는 밤에 선글라스를 끼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일지도 모릅니다.
왜냐구요?


■ 올드보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한국 영화, 올드보이.
국내판 포스터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포스터가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왼쪽: 한국판, 오른쪽: 해외판)

그만큼 외국인들의 눈에는 우리나라의 야경 - 정확히는 도심의 야경 - 이 인상깊었나 봅니다.
인상 깊긴 합니다만, 아름답지는 않네요.


부신 출퇴근 길

해가 짧아진 요즘, 저는 눈부신 출퇴근길을 걷고 있습니다.

강남구에서는 '미디어 폴'이라는 '디지털 미디어 공공시설물' 22개를 강남대로에 설치했습니다.
LCD(인도 쪽), LED(차도 쪽) 패널을 통해 차도와 인도를 환하게(!!!) 밝혀주는 것은 물론이고, CCTV도 내장되어 있어 시민의 밤길을 안전하게 지켜준다고도 합니다. (출처: 미디어 폴이란?)

하지만 어두운 밤에 사람들 눈높이에서 번쩍이며 쏟아지는 밝은 빛은 눈이 아플 정도여서 고개를 돌리게 합니다.

통행이 잦은 강남대로에 직접조명과 다를 바 없는 고가의 거대한 "빛 기둥"을 세운 것은..
불 꺼지지 않는 화려한 도시를 만들고픈 열정일까요? 아니면 센스가 없는 것일까요?


■ 달 밝은 밤이 그립다.

현대인들의 질병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가 있습니다.
우리의 인체는 늦은 시각까지 밝은 환경에 노출되면 멜라토닌의 생성이 억제되어 암이 유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야근 경험자가 유방암 발병률이 50%, 대도시에 사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78%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직접 조명은 시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지나치게 밝은 빛에 순응된 눈은 상대적으로 어두운 것들을 잘 못 보게 되는 시각장애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동식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에도 있는 생체시계는 밝은 조명 때문에 밤을 낮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이는 인체의 생체리듬을 방해하여 암 발생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도심의 밝은 빛 때문에 길을 잃은 철새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알을 낳고 바다로 돌아가는 거북이들이 방향을 헷갈려 길을 잃기도 합니다. 조명 덕분에 양계장의 닭들은 '알 낳는 기계'가 되었고, 한여름이면 매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게 되었습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시즌은 솔로부대 뿐만 아니라 거리의 가로수에게도 큰 시련의 시기입니다. 가지를 칭칭 감은 전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은 가로수를 말라 죽게 한다고 합니다.

관련 다큐멘터리
KBS 환경스페셜 188회 "빛의 또 다른 얼굴, 빛 공해"


 



■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도심의 대형 전광판 TV나 강남구의 미디어 폴과 같이 밝은 빛을 쏟아내는 매체는 일몰 후의 일정 수준 이하의 밝기를 규정하면 어떨까요? 광고의 배경색을 어두운 색으로 바꾸기만 해도 눈이 아파 고개를 돌리는 일은 좀 줄어들 텐데요..

일반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공항버스 정류장 안내표지판입니다.
멀리서 다가오는 버스를 확인할 때마다 눈이 얼마나 아픈지 모릅니다. 누가 이렇게 만든거야??!!
배경 아크릴판이라도 좀 어두웠다면 눈이 덜 아팠을텐데..

다행히 현재 국회에는 박영아 의원 등 27인의 제안으로 빛 공해 방지법안이 접수되어 있습니다.
조속히 처리되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거리가 정말 아름다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아파 고개를 돌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아름답다고 하긴 어렵잖아요?
(대신 은은한 간접조명이 설치되면 좋겠네요.)


11월 27일 오전 6시 45분경, 강남역->신논현역 방향 역삼동 우체국 앞에서 촬영한 모습입니다.
화면에 따라 주변 밝기가 얼마나 다른지 봐주세요. 저 멀리 대형 전광판 TV도 좀 심하죠?
심할땐 번개가 치는 것 같아요.
으~ 저는 저 번쩍이는 화면이 너무 싫습니다.

■ 과유불급(
)

어둠은 그 이미지 때문에 나쁜 것으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둠을 몰아내려 여기저기 밝은 빛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법정스님께서는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하셨다는데, 현대 도시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둠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