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헌법재판소가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면 이 죄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한 위헌의 배경은 뭘까요?
1. '혼인빙자간음죄'란?
→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僞計)로써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해 간음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2. '혼인빙자간음죄' 위헌제청 신청
임씨는 "혼인 빙자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할 뿐이며, 헌법상 성적 자유의 보호는 상대 의사의 자유를 제압하거나 자유가 없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며 형법 304조에 대해 위헌제청 신청을 냈다.
조선일보 2009.07.18 - <혼인빙자간음죄 위헌 여부 헌재 심판대에> 중에서
3. '혼인빙자간음죄'의 유래와 현실
혼인빙자간음죄는 독일이 통일하기 전에 서독 형법의 '사기간음죄'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는 1953년 형법 제정 후 일본이 형법 개정 때 이 부분을 뺀 것을 포함시켰습니다. 그런데 서독은 1969년 사기간음죄를 폐지했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 일부 주와 터키, 루마니아, 쿠바 만이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 판례는 유부남이 미혼이라 속인 경우나, 동거하면서 다른 여자와 결혼한 경우 정도만 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남자의 결혼 의사 유무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2004년 784건
▷ 2005년 703건
▷ 2006년 764건
▷ 2007년 572건
▷ 2008년 559건
▷ 2009년 285건 (7월까지)
▶ 최근 10년간 고소한 사건의 기소율은 10% 미만
4. '혼인빙자간음죄' 폐지에 관한 논쟁
(1) 폐지 찬성론
첫째, 형법은 인간의 기본권을 가장 강력하게 제한하는 형벌을 수단으로 하는 만큼 그 적용은 보충적이고 최소한이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남녀간의 성적 결정권에 형법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한다.
둘째, 현행법상 혼인빙자간음죄는 그 객체인 ‘부녀’가 혼인을 빙자하는 남성에게 속아 성관계를 함으로써 성립되는데, 이렇게 되면 부녀 즉 여성은 성관계에 대한 의사결정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존재로 평가될 우려가 있다. 현재 국민 일반의 교육 상황이나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려하면 여성의 성을 ‘정조’ 차원에서 평가하던 가부장적 시대의 가치를 관철하고자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이 죄는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만을 그 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죄의 보호법익이 정조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이라고 보면 남성이나 음행의 상습이 있는 부녀를 그 대상에서 배제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이는 평등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넷째, 이 죄는 빙자나 위계라는 고의의 입증상 어려움으로 인해 이를 순순히 시인하고 반성하는 자는 처벌되고 이를 끝까지 부인하는 교활한 자는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를 안고 있다.
- 김형준 중앙대 법학대학원 교수 <세계일보 [어떻게 보십니까] ‘혼인빙자간음죄’ 폐지> 중 -
< 여성부의 입장>
이 죄는 여성은 정조 또는 처녀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여성만을 피해자로 보는 것도 남녀평등에 어긋난다.
(2) 폐지 반대론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혼인빙자간음죄는 전통적인 봉건 규범을 옹호하는 측면은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윤리 문제가 사회적 규범을 넘어 오히려 법적 규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관련 당사자의 관계에서 피해자는 언제나 ‘약자’라는 점 때문에 법적 정의의 힘에 의지하려는 경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서 성적 자기 결정권이 대등한 주체 간에 일어나는 ‘간통죄’와는 다르다.
피해자인 약자에 대한 별도의 보호조치 없이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한다는 것은 ‘기망’ 행위는 언제나 윤리적인 문제이고 국가 법익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논리가 된다.
-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 <세계일보 [어떻게 보십니까] ‘혼인빙자간음죄’ 폐지> 중 -
< 법무부의 입장 >
현행법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평등원칙에 반할 정도도 아니다.
5. 헌재의 '혼인빙자간음죄' 위헌 결정과 취지
혼인빙자간음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임모씨 등 2명의 남성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혼인빙자간음 법률조항은 남녀평등에 반할 뿐만 아니라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법률이다. 개인의 성행위는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부분으로 국가는 최대한 간섭과 규제를 자제해야 한다. 성적인 사생활의 경우 다른 생활영역과 달리 형법을 적용하는데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진실을 전제로 한 혼전 성교의 강제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하고 형법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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