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TV에 방영 중인 한 스포츠 브랜드의 CF를 보았습니다.
그 CF 속 주인공은 국민요정 김연아였습니다.
김연아 특유의 시크한 표정이 참 멋있습니다.
한 장면에 하나의 멘트로 이뤄진 이 광고는 다른 광고들 틈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더군요.
처음에는 '이 광고는 뭐지? 뭘 얘기하고 싶은 거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한 장면, 한 장면을 보다보니 이것이 현재 올림픽을 앞둔 김연아의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어."
불모지나 다름없던 피겨 스케이트를 국민 스포츠로 끌어 올린 피겨여왕 김연아.
김연아 빵부터 김연아 우유, 김연아 핸드폰 등은 물론 김연아의 우승에 따라 이율이 연계되는 김연아 통장까지 나오면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사람들의 관심사입니다.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모두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200점으로는 아무도 놀라지 않아."
지난해 10월 김연아는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여자 싱글 부분 역대 최고 점수인 210.03을 받았습니다.
이는 같은해 3월 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자신이 기록했던 세계 신기록207.71점을 다시 경신한 것 입니다.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200점의 고지를 김연아는 넘어버렸고 더 이상 사람들은 그녀의 200점에 놀라지 않게 됐습니다.
"또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그 후부터였을까요?
어느 순간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우승이 아니였습니다.
'우승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그녀가 신기록을 또 세울 수 있을 것인가'로 바뀐 것입니다.
"실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못하면 4년을 기다려야 해."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는 김연아.
그녀는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한국 피겨계의 올림픽 역사가 시작된 이래 42년 만의 첫 피겨 금메달을 노리고 있습니다.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대회까지 세 개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는데요.
지금까지 세 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선수는 1998년 타라 리핀스키(미국·28)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 기록은 세계선수권 5회 우승에 빛나는 여자피겨의 전설인 미셸 콴(미국·30)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 부담감도 없을 줄 알았어?"
사람들은 김연아를 말할 때 '강심장'이라고 합니다.
점프를 뛰기 전에도 전혀 줄어들지 않는 속도감과 실수 후에도 담담하게 연기를 이어가는 그녀의 경기를 보면 그녀의 배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쇼트 프로그램 역대 최고점인 76.28점을 받은 김연아.
당시 사람들의 관심은 그녀가 다시 한번 세계 신기록을 경신할 것인지에 모두 쏠렸습니다.
하지만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실수로 200점을 넘지 못했죠.
당시 김연아는 인터뷰를 통해 “컨디션도 안 좋았고 최고점 경신과 팬들의 기대에 부담을 가졌다.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하지만 어린 나이에 몇 년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라이벌조차 자신인 싸움은 부담감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한 장면씩 보여주던 이 광고는 김연아의 현 상황과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그녀의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광고 예고편 이후에 공개된 본 광고에서의 김연아는 이 모든 상황들을 담담히 받아들인 진정한 스포츠인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녀의 심적 부담을 키우는 말들로 가득찬 링크.
그 링크 위에서 김연아는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하고 빽빽하게 적혀 있던 말들을 그녀의 스케이트 날은 하나씩 지워갑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김연아. 링크 위에 수 많은 말들, 즉 부담감 속에서도 그녀는 묵묵히 스케이트를 탈 뿐입니다.
그녀의 연습이 모두 끝나자 링크의 빽빽한 말들은 하나도 남지 않고 깨끗이 지워졌습니다.
4대륙 출전 강요와 불참 그리고 금메달 예상 기사 등 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김연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관심들이 김연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김연아가 광고의 마지막 모습처럼 이 모든 부담들을 스케이트 날로 싹싹 지웠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가 김연아에게 원하는 것은 금메달도 신기록도 아닌 우리들에게 피겨스케이트의 기쁨을 알게 해준 그녀가 영원히 행복한 스케이터, 진정한 스포츠인으로 남는 것이니까요.
Posted by 포도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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