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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해외순방

김형오 국회의장, 튀니지 마누바 대학교 특별강연


제목 :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국제협력’    
 


                        ▲ 튀지니 마누바 대학에서 특별강연중인 김형오 국회의장  (2010년 1월18일)


존경하는 벤 게잘라 총장님과 교수, 교직원, 내외 귀빈과 학생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환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튀니지 최고의 국립대학이자,
튀니지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의 산실인 마누바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특히, 이곳 마누바 대학은 이미 1997년에 한국어 강좌가 마련됐고
지난 2005년에는 한국학연구소가 개설된 데서 보듯이
한국과 튀니지 두 나라의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곳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튀니지는 명장 한니발의 조국인 카르타고 제국의 발상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고대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로마와 격돌했던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의 일대기를 읽고
그의 용맹스런 활약에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 겨울에 코끼리 떼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쳐들어가 로마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한니발 장군의 탁월한 지도력과 불굴의 의지는 지금도 저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고,
제가 힘겨운 순간에 처할 때마다 큰 힘과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한니발 장군의 후예인 여러분을 만나게 되니 더더욱 기쁘고 반가운 마음입니다.

이번에 제가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튀니지를 공식 방문하고
여러분에게 강연을 하게 된 것은 양국관계 발전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간략히 말씀드리고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마누바 대학 학생 여러분 올해 2010년은 한국 국민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꼭 100년 전인 1910년, 우리나라는 국권을 빼앗겼고 36년간 가혹한 식민통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60년 전인 1950년에는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인해 국토가 잿더미가 되는 참극을 겪어야 했습니다.
외국원조에 의지해 사는 최빈국에서 벗어나는 것은 요원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정부 주도의 계획적인 산업화 정책을 통해
1980년대까지 연평균 9.3%라는 경이로운 경제성장률 기록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을 통해
철강, 비철금속, 기계, 조선, 전자, 화학 등의 핵심 산업을 집중 육성했습니다.

1990년대 말에는 IMF 외환위기로 인해 국가부도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지만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한 마음이 돼서 예상보다 훨씬 빠른 4년 만에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최근에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글로벌 경제위기도
가장 빠르고 순조롭게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기적적인 경제발전을 이뤄내면서
세계 14위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67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3백배 가까이 늘어난 2만 달러에 이르게 됐습니다.

작년에는 ‘선진 공여국’의 위치에 올라서면서
원조를 받던 수혜국이 원조를 주는 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가 됐습니다.

서구 선진국들이 2,3백년에 걸친 자본주의 역사를 통해 이뤄낸 성취를
불과 반세기 만에 달성한 것입니다.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수많은 나라들 중에서 한국처럼 눈부신 발전을 이룬 나라는 찾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가난과 같은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딛고 일궈낸 결실이기에
더욱 값지고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압축적인 경제발전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는가.

간단히 요약하면, ‘잘 살아 보자’는 국민의 열망과 지도자의 탁월한 리더십,
그리고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추진이 조화롭게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본⋅기술⋅자원이 없고 국토도 협소했던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주된 원동력은
바로 정부의 교육에 대한 집중적 투자로 마련된 양질의 풍부한 인적자원이었습니다.

교육은 문맹률을 낮추었고 초기 공업화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공급함으로써
고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잘 살아 보자’는 국민적 욕구와 희망을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킨 것이 바로 교육이었습니다.




마누바 대학 학생 여러분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모습 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바로 IT분야의 급속한 성장입니다.

지금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은 GDP의 10%를 차지하고
수출의 약 1/3을 담당하는 국가 경제발전의 중심축입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전체 가구의 96%)와
인터넷 이용자(전 인구의 77.1%)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반도체, 휴대전화, LCD, 디지털TV 등은 세계 1,2위를 다툽니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입니다.
한글은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면서도 간단하고 편리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세계의 문자들 중에서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자음과 모음의 손쉬운 조합만으로 쉽고 빠르게 통신할 수 있어
디지털 시대에 가장 경쟁력 높은 문자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의 IT산업을 볼 때마다 남다른 감회를 갖게 됩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회의장이자 5선 의원으로서 지금까지 19년째 의정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을 과학기술,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해 왔습니다.

한국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재의 휴대전화 기술방식인 CDMA 채택,
정보통신 전담 부처인 정보통신부 설립, 전국적인 초고속인터넷망 설치 등
정보화 사회를 앞당길 여러 조치들을 실시하는데 앞장섰습니다.

국회와 정당 등 정치권에 정보화 마인드를 심고 디지털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99년 ‘전자민주주의의 가능성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대한민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성공했지만, 아직도 선진국은 아닙니다.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숙된 시민의식입니다.
성격이 급한 한국 국민들은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힘으로 막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차이가 벌어졌고 정치⋅사회적 갈등도 커졌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쌍방향 소통을 실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누바 대학 학생 여러분 지금 세계는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보듯이 세계는 이미 하나의 지구촌이 되었습니다.

환경오염과 자연 재해, 전염성 질병 확산 등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갖가지 문제들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또한, 글로벌 경제위기와 기후변화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태동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은 이와 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질서가 일부 선진국들에 의해 좌우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개도국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류 공통의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한국과 튀니지 두 나라 역시 상호 교류와 협력을 한층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튀니지는 3천년의 빛나는 역사와 유서 깊은 문화적 전통을 지닌 나라입니다.
고대 지중해의 상권을 장악하였던 페니키아 문명의 계승자이자
아프리카, 이슬람, 유럽의 문화를 지혜롭게 융합한 ‘아프리카의 진주’입니다.

정치⋅사회적 안정과 적극적인 대외개방 정책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북아프리카 나라들 가운데 가장 모범적으로 발전하는 국가입니다.

지중해의 쾌적한 기후와 푸른 바다, 장엄한 사막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환경,
고대 문명의 역사가 남긴 다양한 유적에는 연간 7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습니다.

미래의 발전 가능성도 큽니다.

정부의 교육에 대한 집중적 투자로 교육 전 과정에 대한 무상 교육을 실시하여
최고의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통신 부문은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아래 매년 20% 이상씩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의 보고서에 따르면 튀니지의 정보기술 수준은 134개국 중 38위에 이릅니다.

대한민국과 튀니지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
생활환경도 많이 다르지만, 적지 않은 역사적, 문화적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어 대외교역이 활발합니다.
부존자원 부족을 우수하고 근면한 인적자원 양성을 통해 극복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중시하는 전통,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헌신, 발전과 성취에 대한 강한 욕구 등도 유사합니다.
이와 같은 공통점과 유사성은 두 나라 국민들의 이해와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튀니지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매년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리고 있고
이곳 마누바 대학을 중심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대단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튀니지의 유서 깊은 문화적 전통과 성장 잠재력과
우리의 기술과 경제발전 경험이 결합된다면 두 나라 모두에게 크나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누바 대학 학생 여러분 앞서 말씀드렸듯이,
식민지와 혹독한 전쟁을 겪은 한국은 6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남북으로 분단되고 부존자원도 거의 없는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의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열망,
발전과 성취를 이뤄내겠다는 열정이 세계인의 찬탄을 자아낸 눈부신 경제발전을 일궈냈습니다.

저는 오늘 학생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초롱초롱한 눈방울에 담긴 강한 열망과 열정을 보면서
튀니지의 미래가 밝음을 확신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선조이자 제가 존경하고 흠모하는 세계적인 명장 한니발은
 
“길을 찾을 수 없다면 만들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미래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준비하고 도전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세계로, 미래로 뻗어 나가겠다는 당찬 포부와 각오로 과감하게 도전하십시오.
미래를 여러분의 것으로 만드십시오.

반드시 값진 결실을 거둘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posted by 국회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