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속으로/보도자료

김형오 국회의장 초청, 전직 국회의장단 오찬 간담회

김형오 국회의장은 금일(6월 22일) 전직 국회의장들을 여의도의 한 음식점(백원)으로 초청, 오찬을 함께하며 장기공전 사태에 빠진 국회와 개헌 문제 등을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오찬에는 김 의장과, 정래혁 박준규 이만섭 김수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참석했으며, 김양수 국회의장 비서실장, 김성원 국회사무처 법제실장, 허용범 국회대변인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전직 의장들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각을 전하면서 "의장이 중대한 결단을 내려서라도 즉시 국회가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이어 비공개 간담회에서 전직 의장들은, 여야간 합의가 없으면 국회의장도 국회를 열 수 없는 현행 국회법의 제약을 지적하면서 선진국 의회처럼 의사일정은 의장이 정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또 국가시스템을 고치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에도 공감을 표시하면서, 다만 지금도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데 개헌을 국회에서 어떻게 추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20여분간에 걸친 공개부분의 대화요지:

▲ 김형오 의장:

전직 의장님들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되서 반갑고 바쁜 시간 중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이 모임을 하게 된 것은 제헌절을 앞두고 있고 그전에 한번 모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였다. 당연히 처음에 의장님들하고 시간을 정할 때는 이쯤이면 국회가 한창 열려 있는 기간이고 6월 국회가 마무리 단계라고 생각했는데, 보시다시피 아직 국회도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 이 나라 민주헌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의장님들 앞에 면목 없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오늘 이후라도 여야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서 국회 바로 열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작년에 제가 의장이 되어서 의장 공관에 모셨을 때도 국회가 개원 협상 막바지라 열리지 않았었다. 전직 의장님들이 호통을 한번 치고 걱정을 하자 며칠 뒤에 국회가 열렸다. 오늘도 나라 걱정, 국회걱정을 하는 모임 갖게 되어서 바로 국회 열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열려야 될 게 안 열리고 있어서 뭐라고 변명할 것도 없다. 좋은 고견의 말씀, 제헌절 앞두고 후배들에게 하는 걱정과 염려의 말씀을 주시길 바란다. 늘 건강하시고 나라의 큰 어른으로서 역할을 계속 해주시길 바란다.

▲ 정래혁 전 의장:

김형오 의장께서 바쁜 가운데도 배려해줘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여러가지로 어려운 점 굉장히 많을 것이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악전고투하고 있는 의장이 건강하고, 국회가 발전될 수 있기를 빈다.

▲ 이만섭 전 의장:

처음에 오늘 만나는 날이 22일이라고 해서 그쯤이면 국회가 한창 일하고 있겠다 생각하고 나오겠다고 했는데, 국회도 열리지 못하는 오늘 오려니 발걸음도 무겁고 밥 먹기도 미안하고 바늘방석에 앉은 것만 같다.

요즘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은 국회를 불신하는 도를 넘어서 저주의 대상, 원수덩어리, 버린 자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국회가 열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다. 그런 현상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후배 의원들을 보면 사고가 건전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왜 국회가 이 모양인가. 그것은 강경파에 자꾸 끌려 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이 안되고 나라도 망한다. 요즘 우리 국회 때문에 나도 항의를 받는다. 부끄러워서 얼굴 들고 다닐 수 없다.

의장이 애를 많이 쓰는데 조금 더 노력해 달라. 여야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은 뒤로 미루면서 당장 급한 것부터 해나가면 된다. 비정규직 문제, 민생경제 문제 같은 것을 다루면서 나머지는 협상해 나가면 된다. 이것이 내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 김수한 전 의장:

나도 다른 의장들과 생각 같을 것인데, 국민 앞에서 전직 의장으로서 책임과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의장이 중대 결심, 결단을 해야 할 시간에 와 있다. 지금 국민의 정치에 대한 허무감, 증오, 이런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물론 과거에도 헌정사에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짝수 달에는 국회가 열리도록 국회법으로 정해져 있다. 6월1일에 국회가 소집되어야 한다. 또 헌법상 국회 4분의 1이상 의원들이 국회 소집을 요구하면 국회가 열리도록 돼 있다. 그런데 지금 이유여하 불문하고 그 자체를 안하고 있다. 이건 매우 중대한 문제다. 오늘이 6월 며칠인가. 완전히 위헌, 위법의 상태인 것이다.

이런 국회 공백사태는 납세자로서 국민들에게 용서가 안된다. 여러 얘기가 있겠지만, 각 정당은 국고에서 지원하는 교섭단체 지원금을 수령하면 안되고 지급도 중단해야 한다. 의원 세비도 삭감하고 공제돼야 한다. 무노동 무보수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납세자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의원들이 아무것도 안하면서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국회 공전 시키는데 무슨 염치로 세비를 받아먹는가.

포괄적이긴 하지만 국회법 10조에 국회의장의 직무가 명시되어 있다.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모든 책임이 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의장이 정말 중대한 결단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폭력 사태부터 시작해서 국회에 대한 누적된 국민의 혐오감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법대로 하자. 국회법 많이 고치지 않았나. 짝수 달 국회소집도 법제화됐다. 총선 이후 7일 이내에 개원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그것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건 의무 규정이다. 교섭단체 간에 의견이 안 맞는다고 개원 늦추고, 그러면서도 세비를 타고 교섭단체 지원금 받아쓰고... 이런 국민 배신행위는 있을 수 없다. 김 의장께서 여러 어려움 많은 것 알지만 입법부 대표이자 수장으로서 나라를 위해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한다. 용기를 가지라.

▲ 박관용 전 의장:

기본적으로 국회법을 그렇게 규정한 것은 여야간의 약속이고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국회는 그 법을 지키겠다는 대국민 선언과 약속을 해야 한다.

지금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 정권이 정통성 없을 때 개회거부가 있었는데 이는 민주주의 회복 차원에서 민주화투쟁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는 정통성 있는 정권이다. 국회 개회거부를 민주화 투쟁인양 착각하는 일부 강경파 의원들에게 국회가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의회정치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극단적으로라도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의장이 돼야 한다. 교섭단체 간 합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어 있는 국회법도 개정해야 하며 의장 권한이 강화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의회정치는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와 전혀 다른 상황이다. 국회가 제 기능을 해야 정치가 살아난다. 대통령에게만 정치를 하라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국회부터 정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

▲ 박준규 전 의장:

국회 소집은 국회의원 4분의 1이 요구하면 열리는데 지금 여당도 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 왜 의장 탓만 하는가. 교섭단체 간에 합의가 없으면 국회도 못 여는 그런 국회가 어디 있느냐.

▲ 김형오 의장:

좋은 지적 감사하다. 설명을 올리겠다.

김수한 의장님 지적대로 국회 소집은 헌법에 의해 국회의원 4분의 1이상이 소집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법에는 매 짝수 월 국회 소집 의무규정이 있다. 그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30일까지 회기가 되는 건데 회기가 열리려면 의원들이 소집 요구해야 한다. 이 소집 요구를 어떤 교섭단체도 하고 있지 않다. 한나라당에서 단독으로 소집요구를 한다는데, 소집을 요구한들 국회법 개정되면서 의사일정에 관한 모든 권한이 원내 교섭단체 대표들에게 가 있다. 여야간 상호협의가 없으면 어떤 회의도 제대로 안되게 돼 있다.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갈수록 의장의 권한을 약화시켜서 의장이 할 수 있는 일 앞에 모두 '여야 교섭단체 협의를 거쳐서'라는 조건을 붙여놓았다. 선진국 의회에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