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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금

하버드대 입학사정관에게 들은 입학사정절차는?

잠재력 있고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지난 2008년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도.
최근 이 제도에 대한 교육계의 논란이 뜨겁습니다.

서울대와 연세대 등 전국 40개 대학은 '대학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집행결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입학사정관제 추진 속도가 빨라 부작용으로 입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거나 또 다른 사교육의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한 상황인데요.

지난 2일 국회입법조사처 교육과학팀은 현 국내 입학사전관제의 문제와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한·미 대학 입학사정관의 업무 사례'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날 간담회에는 2009년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입학사정관이었던 조우석 에듀베리 교육연구소장과 현 광주교대 책임입학사정관인 김용기 박사가 참석해 현 미국과 한국의 입학사정절차와 역할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요.


하버드 대학교


조우석 소장은 "하버드 케네디 스쿨 선발 기준은 크게 네가지로 요약된다"고 강조했습니다.

A.학업 역량
: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학업을 따라갈 수 있는 학문적 역량. 하지만 무조건 A+ 학생을 찾는 것은 아니다. B+정도의 성적이어도 다양성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

Q.경력의 질
: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 다양성을 더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력들과 경험을 가진 학생을 선발한다. 
예를 들어 1~2년식 단기경력보다는 장기경력을 선호하고 모두가 알아주는 스펙보다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경력을 쌓아 온 사람을 더 선호한다. 

P.리더십 역량
: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역량은 리더십이다.
하버드는 자신이 현재 처한 현실을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혹은 개선시킨 경험이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 

E.영어 능력
:
학업 역량과 마찬가지이다. 영어능력이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와함께 하버드대는  위 네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다음의 5단계 선발 프로세스를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고 합니다.

1. 서류 심의
: 지원자 중 전혀 가능성이 없는 학생을 골라낸다. 하버드에 전달된 지원서들은 입학사정관들에 의해 읽혀지는데 모든 입학사정관들은 자신들이 읽은 지원서 하나 하나에 대해 지원자의 강점과 약점 등을 기록해둬야 한다.
때론 하나의 지원서가 최고 4명의 사정관들에 의해 읽혀지기도 한다.

2. 1차 통과 원서 배포 - 1개당 2인 배치
: 2차 심사에서는 입학사정관들이 학업성취도와 품성 및 인성, 리더십, 기타 추상적인 요소들 등 네 분야에 걸쳐 학생들을 평가한다.
지원자의 합격여부는 입학위원회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입학위원회는 4~5명의 입학사정관들과 수석입학사정관 및 교수들로 구성된 20개 지역별 위원회로 분류된다.

3. 매주 평균 3~4개의 지원서 읽고 온라인 평가
: 평가기준에 따라 분야별로 1~6(1이 가장 높은 점수)까지 점수를 부가한다.
하버드대와 브라운대는 1~6, 컬럼비아와 프린스턴대는 1~5, 다트무쓰와 유펜대는 1~9의 점수를 준다.
점수가 비슷한 경우가 많아 두 세 명의 사정관이 한 학생의 원서를 검토한다.

4. 매주 1회 오프모임을 통한 그룹 토의
: 모두 모인 자리에서 각 지역 입학사정관들은 자신이 검토한 학생에 대해 소개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모든 입학사정관들이 토론한다. 때론 하나의 지원서에 대해 전체회의에서 1시간 이상 토론이 이뤄지기도 할 정도로 심사과정은 매우 철저하고 신중하게 진행된다.

5. 거수를 통한 최종 의사결정
: 최종 합격여부 결정은 35명의 입학사정관 모두가 다수결로 결정한다.
그 결정에 대해 지역위원회에서 이의를 제기할 경우 2차 심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하버드대는 학생들의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뛰어난 학업 능력과 지적인 잠재력은 물론 동료 학생들 그리고 전체 하버드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만한 학생인지가 선발에 중요 요인이라고 합니다.



조우석 박사는 "정부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입학사정관제와 달리 미국 입학사정관제는 대학마다 고유의 프로세스를 가지고 운영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하버드의 입학사정위원들의 업무는 학생들을 뽑은 후에도 계속됩니다. 자신이 뽑은 학생의 10년의 경력을 관리하죠. 그렇게 모아놓은 데이터는 그 후의 입학사정절차에 반영이 됩니다. 예를 들어 A고교 출신 학생들을 뽑았더니 적응을 잘하지 못하더라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다음 입학사정절차에서 A고교 출신자들은 불이익을 받는 것이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오래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대학이 스스로 뽑고 이에 대한 책임도 대학이 짊어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버드의 경우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하버드의 선택에 대한 믿음을, 떨어진 학생들에게도 입학사정절차 중 무엇이 부족해서 떨어졌는지에 대해 얘기해 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입학사정관제와 비교해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국내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김용기 책임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오해와 불신감, 그리고 단기적인 사업 지원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책이 시행된 후 일상에 스며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입학사정관제는 오는 2011학년도 105개 대학의 대입정원의 10%인 3만7628명이 선발 예정에 있는 등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죠"

김 박사는 현재 일선 고교 선생님들의 경우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메뉴얼이 없어 난감해하고 있고 대학에서도 이러한 급속정책에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1년 단위로 지원되는 정부의 사업 지원도 장기적인 사업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경우 오랜 세월에 걸쳐 시행된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이 형성돼 있지만 국내에는 이에 대해 오해하시고 계시거나 아직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정부 주도로 무조건 빠르게 밀어붙이는 것보다 국민들이 이 제도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학들이 자신만의 고유의 프로세스를 형성할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 박사는 이러한 일련의 재조정 시간을 거친다면 입학사정관제가 소외된 재능있는 학생들의 등용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입학사정관제가 수능을 대신해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대학 입시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겠습니다.


                                                                                                                       Posted by 포도봉봉